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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척척박사] 39. 농·산·어촌 자치단체 돈 벌고 싶다면…

[행정척척박사] 39. 농·산·어촌 자치단체 돈 벌고 싶다면…

발행 :

채준 기자
/사진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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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구조적으로 산업정책과 경제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들은 보통 문화체육관광부의 목적을 문화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빛내는 엘리트 체육과 일반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생활체육 활성화 정도로 생각한다. 그리고 내·외국인 관광 진흥정책을 통하여 한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알리고 확산시키는 사회부처로 이해한다. 그런데 문체부는 이런 정책뿐만 아니라 대단히 중요한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경제부처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지낸다.


대표적인 사례로 문체부는 K-콘텐츠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체부의 업무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5년까지 3년간 콘텐츠 전문 인력 1만 명을 양성해 잠재력 있는 인재가 산업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기술콘텐츠 융·복합 아카데미로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과 첨단기술 활용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올해에 역대 최대 규모인 7900억 원의 정책금융을 콘텐츠 산업에 공급해 만성적인 자금난을 완화하고, 내년에는 그 규모를 1조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때마침 미국을 국빈방문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첫 일정으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하였는데, 이 자리에서 서랜도스 CEO는 향후 4년간 한국 드라마·영화·리얼리티쇼 등 K 콘텐츠에 25억 달러(3조 3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이번 한국 투자는 외국 자본의 K-콘텐츠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문체부는 이에 대하여 "콘텐츠 산업 관련 일자리 6만 8000여 개가 새로 생기는 등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림 형제의 동상은, 고향인 하나우 마르크트 광장에 설치/사진제공=pixabay
그림 형제의 동상은, 고향인 하나우 마르크트 광장에 설치/사진제공=pixabay

그림 형제는 18세기 프로이센 하나우에서 태어나 19세기에 학자로 활동했다. 형의 이름은 야코프 그림(Jacob Grimm, 1785~1863)이고 동생의 이름은 빌헬름 그림(Wilhelm Grimm, 1786~1859)인데, 성이 그림(Grimm)이라서 '그림 형제'라고 불린다.


세상 사람들은 흔히 그림 형제의 동화를 기억한다. 그림동화는 지난 2005년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는데, '빨간 모자', '늑대와 7마리의 새끼양',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미녀', '브레멘의 음악대', '행복한 한스', '황금 거위' 등은 지금도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옛날이야기' 모음집이다.


원제목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옛날이야기'(Kinder-und Hausmarchen)이다. 그림 형제가 헤센을 중심으로 옛날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1807년으로, 제1권은 옛날이야기 86편을 수록하여 1812년에 출판되었으며, 3년 후 간행된 제2권의 70편과 합쳐 초판에 수록된 이야기 수가 156편이었다. 1819년 제2판 이후로 판을 바꿀 때마다 그 수가 늘어나 1850년 제6판과 편자의 생존 시 마지막으로 낸 1857년의 제7판에서는 200편에 이르는 그야말로 옛날이야기 보따리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창작문학이나 단순한 동화 작품이 아니라, 독일 헤센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 곳곳에 전승되던 신화, 전설, 민담 등 옛날이야기를 모아 다듬고 정리하여 출판한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다. 물론 이미 철이 든 어른들도 즐겨 읽는다.


이번에 세계적인 콘텐츠 제작사인 넷플릭스가 앞으로 4년간 한국에 3조 3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배경에는 넷플릭스 웹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가?


오징어 게임 은 전 세계에 우리 아이들의 골목놀이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SNS 게시물엔 달고나와 딱지치기가 등장하고, 술래가 외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단순해 보이는 동요가 울려 퍼지는 지금, 사람들은 어릴 적 저마다 즐기던 추억의 놀이를 소환하고 있다.


오늘날 문화산업의 영역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용어의 하나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OSMU)'를 꼽을 수 있다. 하나의 원형 콘텐츠를 활용해 영화,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장난감, 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변용하여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원소스 멀티유스'는 문화 산업의 기본 전략이 되고 있다. 문화 상품은 장르 사이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매체 사이의 이동이 용이해짐에 따라 하나의 원작(one source)으로 다양한 2차적 상품들(multi-use)을 개발, 배급할 경우에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가 크다.


재화로서 문화콘텐츠는 날이 갈수록 디지털 콘텐츠화가 급진전되고 온라인을 통한 소비가 일반화하고 있다. 월트디즈니가 자사의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캐릭터 사업으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나, 루카스 아츠사가 '스타워즈'를 게임 및 캐릭터로 개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조앤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로 출판과 영화, 게임 등으로 천문학적 수입을 거두어들이는 것이 바로 이러한 사례들이다.


이러한 문화산업의 바탕에는 농어촌이나 산골마을에 전승되는 옛날이야기가 숨어있다. 한 사람의 뛰어난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집단사회가 오랜 세월동안 만들어내고 전해지는 과정에서 갈고 다듬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해서 만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로 만들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문화산업의 원천이 된다.


지난해 우리나라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5.4%다. 더구나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각각 27.9%, 11.6%, 23.6%에 불과하다. 다만 재정자립도와 무관하게 기초지자체의 연간 재정규모는 대체로 5,000억 원에서 1조원을 넘는 자치단체도 많다. 그 중에서 매년 0.001%를 투자하여 5년이나 10년만이라도 마을곳곳에 숨어있는 잊혀져가던 옛날이야기(민담, 전설, 신화, 유래담 등)를 채록해두면, 그 이야기들은 언젠가 밖으로 나와 만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및 캐릭터로 변신하여 문화산업의 원천자원이 될 것이고, 당장은 지자체 방문객이나 관광객들을 유인하는 재미있는 캐릭터나 홍보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이원태 행정사법인CST 부설 문화행정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 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 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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