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한류의 흐름 속에 한국의 곳곳을 여행하는 전 세계 여행객들이 크게 늘면서 K트래블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스타뉴스는 크게 붐비지 않으면서 한국만의 멋과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여행명소를 소개한다. 나만의 한국적인 매력과 추억을 얻을 수 있다.
[K-TRAVEL ⑭] 고창 청농원
지금 핑크빛 뭉게구름이 고창 대지 위에 뭉실뭉실 피어 올랐다. 때론 화사하게 퍼지는 모습이 분홍빛 안개를 연상시킨다.
전라북도 고창 공음면에 자리한 민간정원인 고창 청농원에 가을이 깊어 가면서 핑크뮬리 축제가 한창이다. 핑크뮬리가 시즌을 맞이하면서 한결 농도 짙은 분홍색을 띠며 관광객들을 반기고 있다.

청농원은 국내서 보기 드물게 넓은 5000여평에 걸쳐 핑크뮬리 꽃밭을 조성해 놓았다. 10월 초 연휴인 지난 4일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핑크뮬리 정원의 산책 길을 걷거나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며 핑크빛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모습이 분주하다. 어린이나 노인을 동반한 가족이거나 연인, 친구, 친척 등이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부드러운 분홍색과 가을 하늘, 그리고 주변의 녹색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풍경은 마치 동화 속 정원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다. 어느 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인생샷이 나올만하다. 이미 청농원 핑크뮬리 축제를 아는 듯한 관광객은 옷차림 마저 알록달록 입고 나와 인생샷을 남기고 있다. 그때는 관광객도 꽃이 된다.

5000여평 정원을 가득 채운 분홍빛 물결
핑크뮬리는 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며, 분홍빛으로 보이는 부분은 작은 꽃들이 모인 꽃차례다. 핑크색, 우리말로 분홍색의 색감은 따뜻함·부드러움·낭만·행복을 떠올리게 하며 공격적이기보다는 긴장을 완화하고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청농원의 핑크뮬리 정원에서 마음의 고요함을 찾고 낭만과 행복을 다져보면 어떨까. 핑크뮬리 정원의 한쪽은 언덕으로 비스듬히 올라가는 경사를 이뤄 언덕 부문 위쪽에서 아래로 폭넓게 조망해볼 수 있다. 핑크뮬리는 볕이 잘 들고 물빠짐이 좋은 땅에서 잘 자라는데 이런 지형적 장점을 고창 청농원은 잘 갖춰 어느 곳보다 진한 핑크색을 자랑하고 있다고 한다.

청농원은 이맘때 핑크뮬리가 최고의 주인공이지만 주변에 코스모스와 목수국이 화려하게 피워 가을 정원을 더욱 아름답게 꾸민다. 코스모스를 1200여평에 걸쳐 밀도 있게 심어놓아 빨갛거나 분홍빛이거나 하얀색이거나 알록달록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핑크뮬리 정원의 조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꽃모양이 둥근 일반 수국과는 달리 원뿔(원추)형 꽃을 그해 자란 가지에서 피어 올리는 목수국의 꽃들은 눈송이처럼 하얗다가 시차를 달리하며 분홍빛이거나 붉은 색으로 변하고 있다. 1300여평에 걸쳐 꽃이 큰 라임라이트를 비롯 가을에 진한 장미색으로 변하는 썬데이프레이즈, 매지컬캔들, 다르마수국 등 다양한 목수국과 원예수국들도 애정 어린 눈길을 끌기 충분하다.

여기에 더해 어른키를 훌쩍 넘게 자라는 은빛 억새류인 팜파스를 비롯 꽃잎이 넓고 화려한 백일홍, 작고 둥근 공 모양의 붉은 꽃 천일홍, 노란색·주황색의 풍성한 겹꽃을 피우는 국화과의 메리골드 등도 곳곳에 심어져 핑크뮬리 등과 어울려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메리골드의 꽃말이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니 반드시 이를 배경으로 한컷 남길만하다. 여우 꼬리처럼 길고 부드러운 꽃차례가 특징인 여우꼬리맨드라미는 꽃말이 '시들지 않는 사랑·영원한 사랑'이라 하니 부부· 연인들의 필수 사진촬영 포인트가 될 듯 싶다.

청농원의 가을엔 핑크뮬리 등을 위주로 한 꽃정원을 이루지만 봄에는 보랏빛 라벤더 정원으로 또다시 화려하게 변신한다. 농원의 다른 한편에 5000여평에 걸쳐 라벤더 정원을 조성해 놓아 6월쯤이면 보랏빛 물결로 출렁이는 라벤더 꽃들로 장관을 이룬다. 관리가 까다롭기로 알려진 잉글리쉬 라벤더 위주로 심어놓았고 봄바람에 실려온 향도 진하다. 지금 가을에도 라벤더 줄기만 녹색빛을 강하게 띠고 있는데 생명력이 강한 줄기의 일부는 꽃도 피어내고 있다. 라벤더정원 옆에는 라벤더의 이미지와 비슷한 버들마편초 꽃밭도 조성해 놓았는데 화려하지는 않지만 작고 귀여운 보랏빛 꽃을 피어내고 있다.

올해로 제7회째를 맞이하는 청농원의 핑크뮬리 축제는 오는 11월 1일까지 진행된다. 축제기간에는 입장료(5000원)을 받는데 초등학생은 무료다.
배태후 청농원 대표는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가을 햇살 아래 분홍빛으로 일렁이는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걸으며, 이 가을이 주는 여유를 온전히 누리고 가셨으면 한다"고 말한다.

카페'청(淸)'에서는 커피 등 다양한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는데 지난 봄 수확한 라벤더로 만든 '라벤더 아메리카노'를 핑크뮬리 시즌 한정으로 선보이고 있다. 라벤더 향을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미니 디퓨저를 취향대로 골라볼 수 있고, 농원에서 직접 재배한 라벤더로 만든 키링과 베개 등도 구매할 수 있다.

연간 10만명이 방문하는 고창 청농원은 농림부의 농촌융복합 6차산업 인증사업자로 선정된데 이어 최근에는 전라북도 민간정원으로 지정받았다. 이처럼 계절별 꽃과 정원 콘텐츠를 활용해 농촌의 자연환경을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키고 있고 농업 생산에 가공과 관광, 체험을 결합하는 이른바 '6차 산업'의 사례로도 주목 받고 있기도 하다.
청농원 한쪽의 기와집도 눈길이 간다. 고즈넉한 한옥인 '술암제(述庵齊)'와 넓은 잔디 앞마당, 그리고 노랑 자동차는 또한 사진촬영 포인트로도 인기가 높다. 전통 한옥 술암제 대청마루에 앉아 앞마당을 멍하게 보고 있노라면 절로 옛 시절이 그리워지고 보고싶은 조상님들이 떠올려지기도 한다. 술암제 뒷편의 항아리들과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높게 자란 감나무 등도 정겹다.

지금 청농원은 우리에 휴식 및 힐링 공간을 제공하지만 그 역사를 알면 자연 숙연한 마음마저 든다. 한국 민족의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오래전부터 터를 잡았던 달성 배씨의 후손인 남계 배환정은 지난 1894년 농학농민운동의 지도자인 전봉준, 손화중 등과 함께 동학혁명을 최초로 일으켰다. 이후 접주로 추대되어 우금치 전투 등 여러 전투에 참가했으나 체포돼 고초를 겪었다. 청농원 주변에 많이 남아 있는 대나무 숲은 동학농민군의 무기로 쓰였던 역사의 흔적이기도 하다.

배환정의 손자인 술암 배종혁은 지난 1943년 조부를 기리기 위해 전남 장성 지역의 소나무와 주변의 재료로 제각(祭閣)을 지었다. 배종혁의 손자인 배태후 대표가 그 후 제각을 수리하고 주변 2만평의 땅에 꽃정원 등을 준비하면서 지금의 청농원으로 탄생한 것이다.
배태후 대표는 "이곳에서 충분히 힐링을 하고 우리의 아픈 역사도 잠시 생각해 준다면 곳곳에 저의 땀과 정성이 배어 있는 지금의 청농원으로 가꾼 보람이 넘치고 감사하다"라고 말한다.

청농원은 마을의 옛 이름인 맑은 개울가 마을이라는 뜻의 '청천 마을'에서 따온 말이다. 청농원 주변에는 '보리나라 학원농장'의 청보리밭· 해바라기밭 그리고 높이 35m의 바위가 병을 거꾸로 세워 놓은 듯해 아슬아슬하게 보이는 병바위 등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인근의 구암마을은 병바위를 비롯 소반바위 안장바위 선바위 형제바위 벌바위 탕건바위 사자바위 병풍바위 등 큰 기암괴석이 아홉 개나 자리하고 있어 구암(九巖)이란 지명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학원농장 외에 가을 단풍을 위시해 사계절 아름다운 선운산, 선운사, 고창읍성, 무장읍성, 고창 고인돌 유적지, 구시포해수욕장, 운곡 람사르습지, 상하농원 등 주변 관광지가 꽤 많다. 또한 이곳에서 나이 70대 중반이 되도록 태아나 자란 토박이의 한 택시 운전사는 "이곳은 땅이 좋아 오래전부터 공업보다는 농업과 목축업을 발전시켜 고창수박과 메론, 그리고 복분자와 장어 등이 아직도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할만하다"고 말하며 건강하게 웃는 모습에서 나름 신뢰가 뭍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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