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품 위탁생산 계약 체결 이후 발주자와 제조사 간 적지 않게 하는 분쟁 유형을 알아보기로 한다.
남은 재고 처리가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계약 종료 후 수급인이 잔여 제품을 해외 판매업자에게 발송한 사건에서, 법원은 그 물품이 계약 기간 중 생산된 것일 가능성이 있고 그렇다면 제조 책임을 지는 쪽이 스스로를 제조업자로 표시한 데 거짓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자신의 제품이 통제 밖에서 유통되는데도 막을 근거가 없었던 셈이다.
거래처도 그렇다. 직거래 금지 특약을 둔 사건에서 법원은 제조사의 최고 없는 해지와 거래처 직거래가 모두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결론은 손해배상 기각이었다. 발주자가 그 거래처와의 계약을 이미 합의 해제한 이상 손해 발생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조항은 이겼지만 돈은 받지 못한 것이다. 위약벌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약 후 유사 제품 생산을 둘러싼 다툼은 더 험하다. 해지 이후 양측이 비슷한 제품을 각각 내놓자, 한쪽 관계자가 온라인에 상대 제품을 깎아내리는 글을 올렸다. 결과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벌금 700만 원이었다. 계약서에 처방 귀속을 정해 두지 않은 대가를 감정적 대응으로 치른 셈이다. 분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대응은 가처분과 소송으로 해야 한다.
해지 자체도 예고 없이 온다. 계속적 계약은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으면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17826 판결). 상대방이 언제든 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뜻이므로, 발주자로서는 해지 사유를 열거하고 그 밖의 사유로는 기간 중 해지할 수 없다는 제한을 두어야 한다.

지식재산권도 종료와 함께 정리되어야 한다. 전용 용기 금형의 소유권, 라벨과 단상자의 반환, 처방의 사후 사용 금지가 대표적이다. 어느 물품공급계약에서는 레시피권이 발주자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조항을 넣은 경위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 신고까지 이어진 일도 있었다. 그만큼 예민한 항목이라는 뜻이다.
계약의 끝을 미리 쓰는 일은 관계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정리하는 방법을 정해 두는 것이다. 덧붙이면 잔여 원부자재의 정산, 비밀유지의무의 존속기간, 경업금지의 범위도 종료 조항에 함께 담겨야 한다. 이 항목들은 분량으로 치면 한 페이지 남짓이다. 계약서의 마지막 장은 관계가 좋을 때 써야 한다. 사이가 틀어진 뒤에는 어느 쪽도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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