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깃', 송일곤표 무거운 이미지에 부담을 뺐다

'깃', 송일곤표 무거운 이미지에 부담을 뺐다

발행 :

이규창 기자
사진

영화 '깃'은 따뜻하고 가볍다.


강렬한 이미지를 배열하는 송일곤 감독의 스타일은 여전하지만, 굳이 그 의미나 상징을 해석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거미숲'에서 잡히지 않는 것을 애써 쫓으려던 주인공처럼 안달하지 않더라도, 영화는 쉽고 편안하게 내 안으로 들어온다.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와의 10년전 약속을 위해 '비양도'로 찾아온 영화감독 현성(장현성)은 비양도 모텔에서 일하는 발랄한 재수생 소연(이소연)과 감정의 교류를 느낀다. 때마침 택배로 배달되어 온 낡은 피아노와 갑자기 나타난 공작새 등 판타지적 요소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비양도'의 아름다운 자연은 화면 가득 펼쳐진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작은 이야기들이 곁가지로 엮이는 가운데 현성과 소연의 감정이 싹튼다는 내용. 그리고 그 사소하고 판타지적 요소 가득한 이야기들보다 그 사건들이 벌어지는 '비양도'라는 섬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주인공이자 목적이다.


'꽃섬'의 꽃섬이나 '거미숲'의 거미숲처럼 '깃'의 비양도 역시 판타지 속의 공간이다. 그러나 '깃'의 비양도는 좀더 현실에 가까이 있는 공간이다. 비양도라는 다소 판타지적인 공간은 엄연한 현실이고, 영화에 등장하는 '깃'은 소연이 꿈꾸는 상상의 이미지다. 아마도 제목이 '비양도'가 아니라 '깃'인 이유도 이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깃'에는 이미지 배열 등 송일곤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배어있다. 하지만 전작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영화에 부담이 줄었다는 것이다.


떠난 아내를 무작정 기다리는 말없는 금발의 사내, 시골섬에 어울리지 않는 공작새, 덩그러니 놓인 낡은 피아노, 머리에 깃을 꽂고 탱고를 추는 여인 등 영화에는 이미지와 상징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들 이미지에는 '목적'이 없다.


뭔가를 애써 이야기하고 전달하려 애쓰던 '꽃섬'의 상징적인 이미지들, 관객을 찍어누르며 불편하게 했던 '거미숲'의 이미지들은 잊어도 좋다. "아름다운 비양도의 모습을 담다 보니 30분이 훌쩍 넘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의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그대로 즐기고 받아들이면 된다.


'거미숲'으로 지친 심신을 회복할 겸 비양도를 찾았다는 송일곤 감독은 그곳에서 자신 뿐만 아니라 관객들까지 치유할 이미지들을 담아왔다. 이 영화가 환경 영화로도 주목을 받는 것은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만큼 효과적으로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날씨가 바뀌는대로 그날 그날 시나리오를 수정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깃'은 유연하고 자유롭다. 10분 정도의 긴 테이크로 배우들의 감정을 잡아내고, 폭풍우가 칠 때나 맑을 때나 변함 없이 카메라를 돌렸다.


그 결과 한결 가볍고 부담없는 송일곤표 감성 멜로가 탄생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이미지들은 목적이 없기에 더 아름답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바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다. "단지 채집을 했을 뿐"이라는 송일곤 감독은 말처럼 장현성과 이소연, 두 배우의 연기는 일상과도 같이 편안하고 자유롭다.


이제 고작 영화 한편에 출연했을 뿐인 새내기 배우 이소연은 마치 실제 비양도에서 만난 것처럼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스캔들'에서 이웃집 도령을 사랑한 소옥 역을 맡았던 이소연은 단 두 편의 영화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배우들의 연기와 비양도의 풍경, 감독의 시선 모두가 자연스럽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영화 '깃'은 관객들에게 있어 더 없이 편안한 영화가 될 것이다.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주요 기사

    연예-영화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영화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