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여름 스크린에는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특이한 고교생들의 열풍이 매섭다. 20살이나 많은 아저씨에게 가볍게(?) 반말을 하고, 원조 교제를 이유로 선생님께 조퇴를 요청한다. 몸은 고교생이지만 마음은 40대인가하면, 성전환 수술비를 마련하기위해 운동대회에 나가기도 한다. 명동 한 복판에서 누워서 키스하는 것 쯤은 애교.
우선 이준기 이문식 주연의 '플라이 대디'(감독 최종태 제작 다인필름)에는 세상을 달관한 고등학생(이준기)이 등장한다. 창 틀에 멋지게 걸터 앉아 담배가 아닌 책을 들고 있는 것도 일품이지만 그 책의 제목을 보아하니 '체 게바라 평전'. 혁명이론가에 대한 책을 탐독하고 있는 것 만큼 던지는 말투 하나하나가 일반 고교생과 달리 가히 혁명적(?)이다.
"폭력엔 정의도 악도 없다. 폭력은 폭력일 뿐", "아직 일어 나지 않은 일에 두려워마라. 공포의 저편에 뭐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물론 이 고등학생은 말투만 어른스러운 것이 아니다. 싸움? 두말하면 입아프다.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39살 중년의 아저씨가 제자가 되기를 자청할 정도니까.
영화 '다세포 소녀'(감독 이재용 제작 영화세상)에 등장하는 고교생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넘어 그야말로 엽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사디즘 마조히즘 원조교제 동성애 등의 성묘사가 무쓸모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번 영화에는 가난을 등에 업은 소녀(김옥빈)이 등장한다. 이 여고생은 원조교제로 가족을 부양하고 선생님께 원조교제 약속이 있으니 조퇴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또 무쓸모 고등학교의 고교생 제자가 스승과 관계를 가져 성병에 걸린 뒤 사제가 나란히 조퇴해 문란한 교풍을 알리기도 한다.

지현우 임정은 주연의 '사랑하니까 괜찮아'(감독 곽지균 제작 유비다임씨앤필름)에는 정렬적으로 사랑에 빠진 고교생 커플이 등장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여자친구와 하루를 십년처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들. 때문에 시내 한 복판에서나 자동차 위에서 진한 키스를 나누는 고교생의 모습은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라고 할지도 모를 몇몇 어른들의 성토와는 달리 사랑스러워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민우의 연기자 변신이 기대되는 영화 '원탁의 천사'(감독 권성국 제작 시네마제니스)에는 몸은 18살이지만 마음은 40대인 고교생(하동훈)이 등장한다.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동갑내기 고교생으로 환생한 아버지. 신뢰가 안가는 불량천사로 졸지에 고등학생이 돼 버린 중년의 고교생 아저씨는 올 여름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웃음폭탄을 안겨줄 예정이다.
'천하장사 마돈나'(감독 이해영 이해준 제작 사이더스FNH)에는 여자가 되기 위해 수술비를 마련하려는 고등학생(류덕환)이 등장한다. 그는 척 보기에는 뚱보 고교생이지만 몸매와 달리 자신이 여자라고 생각한다. 수술비 500만원이 부족해 이를 확보하기 위해 장학금 500만원이 걸린 씨름대회에 출전한다. 남자들과 맨 살을 부대끼며.
영화 '친구' '말죽거리 잔혹사' '그 놈은 멋 있었다' '늑대의 유혹'등 이전까지의 영화에는 '싸움짱' 고교생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올 여름 스크린에는 이같이 특이한 고교생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등장해 한국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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