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안타까워라..2006 영화계 불우(不遇)의 명작들

안타까워라..2006 영화계 불우(不遇)의 명작들

발행 :

김현록 기자
사진

2006년의 영화계는 참으로 드라마틱했다.


2006년의 시작을 불과 3일 앞두고 개봉한 '왕의 남자'가 123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영화 흥행사를 새로 쓴 지 7개월만에 '괴물'이 1300만 관객을 기록,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영화 제작편수는 계속 늘어나 한해 한국영화 100편 제작시대가 개막했다.


그러나 어두운 면도 있었다. 1000저예산 독립영화 사이에서는 '1만관객 돌파가 목표'라는 외침이 심심찮게 튀어나왔고, 김기덕 감독은 한국에서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며 애증어린 한탄을 토하기도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영화계의 드라마 사이에서는 그러나 소리없이 사라진 영화들도 많았다. 몇 편의 히트작에만 극단적으로 관객이 쏠리는 동안 공들여 완성한 의미있는 작품들은 수주만에 간판을 내려야 했다.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의 초입, 잠시 잊혀졌던 올해 '불우(不遇)의 명작'들을 돌아보려 한다. 수많은 영화 가운데 아쉬움이 특히 컸던 6편을 꼽아봤다.


지난해 12월 29일 개봉한'청연'(감독 윤종찬·제작 코리아픽쳐스)을 올해 불우의 명작에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한국 최초의 민간 여류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청연'은 재앙과도 같은 흥행 성적을 거둔 채 쓸쓸히 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가장 주요한 개봉 직전 불거진 주인공 박경원의 친일 논란이었다. 처음 이를 제기한 인터넷언론 시민기자가 조선 최초의 여류비행사 권기옥 여사의 평전을 집필중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지만 이미 시작된 마녀사냥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고 '청연'은 그대로 추락했다.


순제작비만 100억원에 가까운 '청연'이 모은 관객은 채 60만명에 미치지 못했다. '청연'의 실패는 영화 자체와는 무관한 논란으로 비롯됐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3년간의 제작기간을 통해 잡아낸 하늘의 스펙터클, 새롭게 선보인 항공촬영 기술 등은 분명 '청연'이 이룩해 낸 놀라운 성과다.


'가족의 탄생'(감독 김태용·제작 블루스톰)의 개봉 당시, 평단은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내놨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아웅다웅 붙어 살아가는 이야기를 3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려낸 '가족의 탄생'은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문소리, 고두심, 공효진, 정유미, 엄태웅, 봉태규 등 캐릭터에 꼭 맞는 배우들이 그려낸 조화 역시 훌륭했다.


그러나 평단의 호의와 영화에 대한 의미부여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던 것일까. 톱스타도 없고 대형배급사의 밀어부치기도 없었던 '가족의 탄생'은 일부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놓지 못한 채 극장에서 물러났다. 재평가는 뒤늦게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부산영평상시상식에서는 '괴물', '왕의 남자'를 제치고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고, 그리스 데살로니키영화제에서는 작품상과 각본상, 여우주연상과 관객상을 휩쓸었다.


안타까웠던 또 하나의 작품으로'국경의 남쪽'(감독 안판석·제작 싸이더스FNH)을 빼놓을 수 없다. 차승원의 첫 멜로영화로 기대를 모았던 '국경의 남쪽'은 톱스타와 스타PD 출신 감독의 만남, 7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등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개봉 첫 주 5위라는 막막한 성적을 거두며 결국 흥행에서 실패했다.


이르게 개봉한 톰 크루즈의 액션물 '미션임파서블3'을 시작으로 여름 할리우드 불록버스터들이 관객의 열띤 호응을 받는 동안 '국경의 남쪽'은 조용히 간판을 내렸다. 영화는 남북이 통일된다면 금방이라도 사회 문제로 불거질법한 탈북자의 사랑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만듦새나 의미를 볼 때 이같은 푸대접을 받아야 했을 작품은 아니지 않느냐는 한탄이 뒤따랐다. 탈북자의 이야기가 너무 절절했기 때문일까? 실제로 2006년의 관객들은 자극적이고 스피디한 화면과 전개에 열광하는 반면 잔잔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은 철저히 외면하는 경향을 보였다.


'왕의 남자'와 '괴물'이란 최고의 흥행작을 보유하고 있는 음악감독 이병우의 야심작'호로비츠를 위하여'(감독 권형진·제작 싸이더스FNH)'도 올해의 아쉬운 명작 중 하나다. 자폐적 음악천재가 어머니와도 같은 선생님을 만나 재능을 꽃피운다는 익숙한 기본 틀에 내세울 것 없는 30대 노처녀의 죄절과 욕심을 덧댄 영화는 명실상부한 원톱 여배우로 자리잡은 엄정화의 힘이 느껴졌다.


하지만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장면장면에 꼭 맞는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본격 음악영화로 기억된다. 영화는 때맞춰 개봉한 '다빈치 코드'와 '포세이돈' 등 할리우드 영화의 강세 속에 롱런하며 관객들을 만났지만 흥행에서는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전혀 다른 두 편의 청춘영화'천하장사 마돈나'(감독 이해영 이해준·제작 싸이더스FNH),'폭력서클'(감독 박기형·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어떤가. 소녀가 되고싶은 사랑스런 뚱보소년의 씨름 입문기를 그린 '천하장사 마돈나'는 20kg 가까이 몸을 불린 배우 류덕환의 열연이 돋보인 작품. 거친 청춘의 성장기를 그린 '폭력서클'은 강도높은 액션신과 스타일리시한 전개가 눈에 띄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사회 남성(혹은 여성)을 이야기하는 두 작품은 호평 속에서도 톱스타 없는 설움 속에 대작들에 밀려 분루를 삼켰다.


주요 기사

    연예-영화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영화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