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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김기범의 배우되기 'D-971'

'아이돌' 김기범의 배우되기 'D-971'

발행 :

김현록 기자

발성 연습하다 부러뜨린 볼펜만 2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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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도 곱상한 꽃미남의 얼굴을 한 그건만, 사람들은 유독 평범한 소년의 모습을 자주 읽는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김기범. 영화 데뷔작이 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에서 그는 '반올림2'에 이어 다시 교복을 입었다. 조용히 이어폰을 귀에 꽂고 사색하거나 멀리 창 밖을 내다보는 그의 모습은 이 발랄하고 깜찍한 10대 영화에 잠시 다른 호흡을 준다.


"평소에도 말수가 없어요. 속으로 생각이 많구요. 이렇게 바쁠 때도 침대에 누우면 보통 1시간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잠이 들어요. 쇼프로에 나갈 때도 '야심만만'처럼 주제가 있으면 모를까, 그냥 이야기가 흘러갈 때는 따라갈 수가 없어요. 사실 예전에 'X맨'이며 '연애편지'며 출연할 때, 춤추고 노래하고 그런 건 자신이 없었어요. 힘들었어요."


어린시절 김기범은 밖에서 떠들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구석에 틀어박혀 오락이나 하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건너간 뒤 조금 더 성격이 활발해졌지만, 딱히 이걸 해보고 싶다는 목표도 없었고 열심히 노력한 적도 없었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받은 기획사의 명함. '사기가 분명하다'는 친구들 얘기만 듣고 팽개친 번호로 전화를 건 것은 그런 아들을 걱정하던 어머니였고, 김기범은 그렇게 우연히 연예계에 접어들었다.


"처음엔 의사가 꿈이었어요. 공부 안하면서도 원래 그런 꿈을 꾸잖아요.(웃음) 그러다 가수를 하겠다고 기획사에 들어갔고, 1년만에 우연히 준비도 안 한 상태에서 드라마 '4월의 키스'에 출연했어요. 이정진씨 아역이었죠. 1회지만 2주를 촬영했어요. 그런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노래수업, 춤 수업 다 빼고 1주일에 15번씩 연기 수업을 받았어요. 그 뒤로 연기를 하면서 더 빠지고 더 빠지고 그랬죠."


데뷔 영화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을 찍은 뒤 연기에 대한 욕심은 더 커졌다. 김기범은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선명하게 찍혀 있는 숫자 '29'.


"영화 시사회에서 그런 말을 했어요. '배우는 내 꿈이다. 첫 영화를 찍었지만 그렇게 쉽게 배우 소리를 듣고싶지 않다. 지금은 연기자 김기범이 맞는 것 같다'고. 작년까지만 해도 제 핸드폰 배경화면에 '배우'라고 써놨었어요. 사실 볼 때마다 쑥스러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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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을 들었어요. 사람이 먼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거라고. 그래서 부족한 발성연습, 발음연습을 딱 1000일을 채우자고 했어요. 그 다음에 다시 '배우'라고 쓰자고. 그게 오늘까지 딱 29일이 됐구요, 이제 971일 남았어요. 하루 2∼3시간 매일 연습하는 게 쉽지 않네요."


잇자국이 선명한 모나미 볼펜은 김기범의 노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영화를 찍으면서부터 매니저가 운전에 집중을 못할만큼 볼펜을 입에 물고 발성연습을 하다보니 지금까지 부러뜨린 볼펜만 20개가 훌쩍 넘었다. 웬만한 볼펜은 하루면 부러질 정도. 부르튼 입술 양 끝이 쓰라리건만 "연기는 내 인생"이라고 수줍게 웃을 뿐 김기범은 멈출 생각이 없다.


"저 하나도 안 부지런해요. 얼마나 게으르다구요. 잠도 많아서 7∼8시간은 자야 잔 것 같아요. 하지만 30분을 자더라도 이건 꼭 해야 할 것 같아요. 부모님은 미국에 남겨두고 제가 한국에 5년간 혼자 와 있는 이유가 뭔데요."


진중한 청년 김기범은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아이돌'이란 타이틀을 진지하게 곱씹고 있는 중이다. 반년 전만 해도'연기자 김기범'이라고 붙던 수식어가 이제는 '아이돌그룹 슈퍼주니어의 김기범'이 됐다. 배우가 최종 목표인 그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이젠 마음을 고쳐먹었다.


"고민이 많았어요. 그 굴레를 어떻게 깨야 하나. 하지만 저는 이제 21살이잖아요. 젊다 못해 어린 나이 아닌가요. 이거 1000일을 다 채워도 24살밖에 안돼요. 노력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이 제 앞에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그리고 '아이돌'이란 것도 지금 즐겨야지, 나이 먹으면 못하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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