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태현 전지현 주연의 '엽기적인 그녀'의 리메이크작 '마이 쎄시 걸'이 7년 만에 리메이크돼 한국에 상륙했다. '엽기적인 그녀'는 2001년 4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차태현과 전지현을 톱스타 대열에 올려놨다.
'마이 쎄시 걸'은 그동안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됐던 '미러' '레이크 하우스'와는 달리 소재뿐만 아니라 대사까지도 그대로 차용했다. 과연 어떤 점에서 '엽기적인 그녀'와 '마이 쎄시걸'이 닮았는지 비교해 봤다.
전지현 vs 엘리사 커스버트
두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인지도다.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로 톱스타가 됐지만 당시 드라마와 CF를 통해 발랄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엘리사 커스버트는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와 '하우스 오브 왁스'를 통해 얼굴을 알렸지만 미국이나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두 사람이 만들어낸 캐릭터는 '엽기 강도'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난다. '엽기적인 그녀'는 진짜 '엽기녀'지만 '마이 쎄시 걸'의 그녀는 다혈질 여자에 가깝다. 영화는 누가 봐도 사랑스럽고 부러운 애인을 갖게 됐지만 알고 보니 '무서운 애인'이라는 설정이다. 전지현이 '견우야'라고 사랑스럽게 부를 때는 귀여우면서 섬뜩했지만 엘리사 커스버트는 영화 내내 귀엽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이 같은 차이는 엘리사 커스버트가 선보이는 '그녀'가 표정 변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은 웃다 화내다를 순간적으로 반복함으로써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또 7년 동안 변한 세대관도 영향을 끼쳤다. 당시에는 '엽기적인 그녀'가 정말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였지만 2008년에는 망가지고 엽기적인 캐릭터가 대세인 시대다. '엽기적인 그녀'가 '아내가 결혼했다' 손예진, '미쓰 홍당무' 공효진보다 더 엽기적인지는 관객이 판단할 사항이다.
엽기 에피소드 vs 황당 에피소드
'엽기적인 그녀'의 에피소드는 제목 그대로 엽기였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지하철이다. 그녀가 지하철 승객에게 구토를 한 다음에 '자기야'라고 부르는 신은 관객들을 경악케 했다. 이후 이어지는 견우에게 여자 하이힐을 신게 하고, 수업 중에 교수에게 '임신했다. 아기 아버지가 견우다'라고 거짓말한 사건들은 관객이 폭소케 하기에 충분했다.
'마이 쎄시 걸'은 '엽기적인 그녀'의 에피소드를 그대로 차용했다. 총을 들고 놀이동산에 난입하는 사건, 음악회에 꽃을 들고 가는 사건 등 장면과 대사들이 똑같다. 심지어 두 주인공이 피아노를 치는 곡까지 똑같다.
하지만 두 영화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엽기적인 그녀'는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 깨기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엽기적인 그녀'는 한국의 군대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크게 웃을 수 없다. 견우는 보충역인 공인근무요원 출신이다. 그렇기 때문에 탈영병이 총을 들고 놀이동산에 등장했을 때 견우와 탈영병이 대비 되면서 웃음을 유발했다.
또 지하철 따귀 에피소드는 남녀평등 문화까지 언급한다. 그녀와 견우는 승객들이 정해진 금을 넘으면 서로 때린다는 게임을 하던 중 "난 여자니깐 따귀로 할래. 난 여자잖아"라고 하자 견우는 "남녀는 평등한 거잖아"라며 응수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만 따귀를 때리기로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녀가 뺨을 때리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였다.
하지만 '마이 쎄시 걸'은 황당 에피소드다. 왜 저런 에피소드로 웃음을 유발했는지 설명되지 않은 채 그대로 차용됐다. 지하철 따귀 사건, 놀이동산 사건 모두 미국에서 크게 황당한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당당한 여성캐릭터가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총이 한국처럼 군대에서만 접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이 쎄시 걸'에 없는 '엽기적인 그녀'의 진짜 재미
'엽기적인 그녀'와 '마이 쎄시 걸'의 그녀들은 시나리오 작가를 꿈꾼다.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는 우리에게 순애보 소설로 잘 알려진 '소나기'의 결말을 죽은 소녀와 사랑을 나눈 소년을 함께 묻어버리는 엽기적 결말로 바꿨다. 물론 '마이 쎄시 걸'에서는 '타이타닉'의 결말을 패러디하지만 '엽기적인 그녀'와는 비교할 수 없다.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그녀와 견우가 교복을 입고 나이트클럽에 가서 노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한국 성인들에게 출입금지 대상인 학생으로 분해 추억을 되새김과 동시에 일탈행위를 즐기는 짜릿함을 줬다. 하지만 '마이 쎄시 걸'에서 두 사람은 그 같은 일탈행위를 하지 않는다.
결국 한국보다 많은 부분에서 개방되어 있는 미국에서 '엽기적인 그녀'는 미국 제목대로 건방지고 생기 넘치는 그녀일 뿐이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