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성대하게 막을 올린 제5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가 11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15일 폐막한다.
이번 베를린 영화제는 여성의 삶에 주목한 영화들에 주목했다.
최우수작품상인 금곰상에 페루 영화 '슬픈 모유'가 수상했고, 은곰상 중 하나인 심사위원대상은 아르헨티나 아드리안 비니츠 감독의 '자이언트'가, 독일 감독 마렌 아덴의 '다른 모든 사람들'이 각각 받았다. 또 다른 은곰상인 최우수감독상은 이란 아스라르 파르하디 감독의 '엘리에 관하여'가 차지했다.
이렇듯 올해 베를린영화에서는 납치, 강간 등 가혹한 현실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여성을 그린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대거 결정됐다.
최우수작품상인 페루 영화 '슬픈 모유'는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20년 간 진행된 페루의 내전 동안 강간으로 고통 받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뤘다. 틸타 스윈트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장은 "'슬픈 모유'의 수상은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에 의해 이뤄졌다"며 "정치적 경향과 낭만적 형식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 수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심사위원대상인 '자이언트'는 슈퍼마켓에서 일하는 경비원이 한 여성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모든 다른 사람들'은 지중해로 여행을 떠난 커플의 곤란한 여행기를 담았다. '엘리에 관하여'는 주말에 친구들과 해변으로 소풍을 갔다가 실종된 여성의 이야기다.
그 간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며 사회, 정치 영화를 선호해온 베를린영화제의 경향을 이번 수상작들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베를린영화제의 경향은 초청작 선정부터 화제가 됐다. 개막작은 독일 톰 튀크베어 감독의 액션 스릴러 '인터내셔널'이 선정돼 금융 비리를 정면을 다뤘다. 영국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의 '셰이리'는 파르의 은퇴한 고급 매춘부를 그렸다. 독일의 올리케 오팅거 감독은 한국의 결혼제도와 풍금을 다룬 '코리언 웨딩체스트'를 포럼에 출품했다.
디터 코슬릭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초청작들이 세계화 시대에서 삶의 환경에 관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 59회 베를린영화제 남녀주연상 역시 대중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사회적 경향을 연기력으로 보여준 배우들이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2005년 영국 런던에서 52명의 사망자를 냈던 지하철 테러사건을 영화화한 '런던 리버'의 배우 소타귀 쿠야테가, 여우주연상은 '다른 모든 사람들 '의 오스트리아 배우 비르기트 미니흐마이어가 각각 받았다.
한편 한국영화는 경쟁부문에는 초청받지 못했지만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 노경태 감독의 '허수아비들의 땅', 김소영 감독의 '나무없는 산', 백승빈 감독의 '장례식의 멤버', 이숙경 감독의 '어떤 개인날' 등 5편이 비경쟁섹션 포럼부문에 초청됐다.
청소년 영화 부문인 '제너레이션 14플러스' 섹션에 정지연 감독의 단편 '봄에 피어나다'가, '컬리너리 시네마'(부엌영화) 섹션에 민규동 감독의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가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또 영화제 기간 열린 유러피안필름마켓(EFM)에 대형 세일즈가 실종돼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서도, 한국 영화는 박찬욱 봉준호 윤제균 감독 등의 신작이 팔리는 등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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