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연기돌 시대다. 지난 해 백상예술대상에서 빅뱅의 탑이 영화부문 남자 신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 26일 열린 4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미스에이 수지가 영화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무대에서와는 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는 아이돌 가수들의 영화 진출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H.O.T. 부터 수지까지 아이돌 영화 진출사를 살펴보자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1세대 아이돌들은 주로 단체로 영화로 출연했다. 당시에는 영화에 맞는 아이돌을 캐스팅하기 보다는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에 맞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당시의 풍토였다.
영화에 등장한 1호 아이돌은 1998년 '세븐틴'을 찍은 젝스키스다. 당시 '세븐틴'은 H.O.T.와 더불어 최고의 아이돌 자리에 있던 젝스키스가 주연이라는 사실 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멤버 한명이 아니라 여섯 멤버가 모두 출연하는 이 영화는 다분히 젝스키스 팬들을 노린 영화였다.
영화는 17세 청소년의 일탈을 그렸다. 우등생 이미지와 악동 이미지를 가진 멤버들을 화이트 키스, 블랙키스로 나눴던 젝스키스의 전략이 영화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화이트 키스 강성훈은 우등생으로, 블랙키스 은지원은 불량 청소년으로 출연했다.
'세븐틴'은 팬들에게는 극장에서 '오빠들'을 만날 수 있는 고마운 영화였지만 일반 관객에게는 외면 받았다.
젝스키스의 영원한 라이벌 H.O.T.도 2000년 영화에 도전했다. 현실의 청소년을 그린 '세븐틴'과 달리 H.O.T.가 도전한 작품은 3D SF영화 '평화의 시대'. 서기 2200년 평화를 기원하는 축구제전 '갤럭시 컵'에서 지구 대표팀으로 나선 H.O.T.의 이야기를 담았다.
물론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H.O.T.의 연기는 미숙했다. 30분 남짓의 러닝타임에 내용 보다는 3D영화라는 것에 중점을 둔 이 영화는 12년이 지난 지금 팬들 사이에서 '금지영상'으로 지정되어있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 '최악의 영화'로 손꼽히는 '긴급조치19호'에는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룹 신화도 멤버들이 다 함께 까메오로 출연했다. 노래금지령 위반으로 잡혀 온 신화 멤버들은 줄에 묶여 고문을 받는다. 연기력 보다는 훌륭한 몸매가 주목받는 장면이었다.
2000년대 중반이 되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개인 활동에 불이 붙었다. 신화의 에릭은 문정혁이라는 본명으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 출연했고, 김동완은 영화 '돌려차기'로 현빈과 호흡을 맞췄다. 이민우는 코미디 영화 '원탁의 천사'에서 주연 원탁으로 분했다. 젝스키스의 은지원도 2004년 '여고생 시집가기'에 주인공 온달 역으로 또 한 번 영화에 도전했다.
이들 중 지금까지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에릭과 김동완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연기력에서 혹평을 받으며 일회성 캐스팅에 그쳤다.

가수로 먼저 인기를 얻은 뒤 영화에 출연했던 1세대 아이돌과 달리 2세대 아이돌 멤버들은 데뷔 전부터 연기 레슨 등을 통해 연기자 데뷔를 준비했다. 이미 큰 인기를 얻어 주연으로 캐스팅 됐던 1세대 아이돌에 비해 2세대 아이돌은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작은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엠블랙의 이준은 가수 데뷔에 앞서 영화 '닌자 어쌔신'을 촬영했다. 비의 아역으로 출연한 이준은 가수 데뷔 이후에도 연기자가 꿈임을 공공연히 밝혔다.
빅뱅의 탑(최승현)은 2010년 개봉한 '포화 속으로'에서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으로 열연한 호평을 받았다. 그는 연기력을 인정받아 제 31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과 인기스타상, 제 8회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최고의 남자 신인배우상, 제 4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연기상 등을 수상했다.
티아라의 지연은 어린 시절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해왔다. 지연은 '혼' '공부의 신' 등 드라마에 이어 영화 '고사 두 번째 이야기'와 '정글피쉬2'에 출연했다.
미스이에의 민은 전도연 주연의 영화 '카운트다운'에 이민영이라는 본명으로 출연했다. 무대에서 진한 화장을 한 모습과 달리 수수한 모습의 여고생 현지로 변신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 가인은 2009년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김명민과 같은 병실을 쓰는 서진희 역으로 변신했다. 영화에서 가인은 트레이드마크인 진한 아이라인도 포기하고 민낯을 공개했다.
미스에이의 수지는 빅뱅의 탑에 이어 제4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수지는 KBS '드림하이'에 이어 이용주 감독의 영화 '건축학개론'에 어린 서연 역으로 캐스팅 됐다. 수지는 청순하면서도 도도한 매력으로 남심을 사로잡으며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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