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까지 쭉~ 韓영화 대표주자 3편은?②

여름의 열기는 한 풀 꺾였다. 9월에 접어든 극장가는 슬슬 가을맞이 채비에 나섰다. 올해 한국영화의 유례없는 호황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가을 극장가 또한 한국영화 기대작들을 내놓고 관객 몰이에 나섰다. 대표주자 3편을 살펴본다.

◆'광해, 왕이 된 남자'-웰메이드 팩션사극

조선 시대 폭군이자 시대를 앞서간 개혁 군주로 상반된 평가를 받는 왕 광해군을 주인공으로 삼은 팩션 사극이자 CJ E&M이 내놓은 올 가을 최고 기대작이다. 논란 끝에 1주일 개봉을 앞당긴 '광해'는 이미 개봉 첫 주 100만을 훌쩍 뛰어넘는 관객을 모으며 추석 대목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영화는 끊임없는 독살 및 시해 위협에 시달리던 광해군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뒤 꼼짝없이 그 대역 노릇을 하게 된 닮은 꼴 만담꾼 하선의 이야기를 담는다. 궁에 간 천민의 문화 충격 코미디, 왕을 둘러싼 인물들의 드라마, 여기에 당대의 정치적 상황과 진정한 통치자에 대한 메시지까지 촘촘하고 빈틈없이 이야기를 채웠다. 유려한 화면과 미술도 돋보인다.

특히 잘 짜여진 이야기를 이끄는 배우들의 연기가 일품이다. 광해와 하선 모두를 연기하는 이병헌은 첫 사극에다 1인2역이란 부담에도 불구, 130여분 동안 내내 영화를 이끌며 관객을 쥐락펴락한다. 모든 소동을 기획한 브레인 허균 역의 류승룡, 중전 한효주, 조내시 장광, 도부장 김인권, 사월이 심은경까지 배우 모두가 제 몫을 해내며 자연스레 어우러졌다.

◆'간첩'-코미디로 위장한 한국형 액션 드라마

'대한민국 간첩 인구 5만 명,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간첩'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간첩의 어둡고 비장한 면모와는 정 반대를 조명한 작품이다. 별다른 지령 없이 10년을 한국에 살다 보니 치솟는 물가며, 아이 교육, 현금 확보가 더 중요한 가치가 된 '평범한' 간첩이 영화 '간첩'의 주인공들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은 '간첩'은 이렇게 한국 생활에 너무나 잘 적응해버린 간첩들이 갑자기 누군가를 암살하라는 지시를 받고 벌어지는 좌충우돌을 담는다. 총을 어디 뒀는지 기억 못하는 노인 간첩, 이사하다 총알을 잃어버린 주부 간첩 등 상황 코미디가 초반을 이끈다면, 행동에 나선 이들 간첩들의 이중 작전을 그린 후반부는 속도감 있는 액션과 드라마로 관객을 유혹할 전망이다.

주인공은 '연가시'로 이미 올 여름 450만 관객몰이에 성공한 김명민. 가장 간첩 김과장 역을 맡아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한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염정아와 중견 배우 변희봉, 신예 정겨운이 세대별 간첩으로 등장해 또 다른 웃음을 안긴다. 여기에 유해진은 카리스마 남파 간첩으로 반전을 꾀한다.

◆'피에타'-황금사자상 수상작을 확인하라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 '피에타'는 올 가을의 뜨거운 감자다.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사에 남을 쾌거를 남겼고, 지난 6일 이미 개봉해 의미있는 성과를 남기고 있다. NEW가 배급을 맡은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35만 관객을 넘어섰다.

'피에타'는 지난해 욕설과 비난, 회한으로 가득찬 문제 적 영화 '아리랑'으로 건재함을 알린 김기덕 감독이 2008년 '비몽' 이후 4년만에 국내에서 내놓은 신작이다. 영화는 홀로 살며 잔혹한 방법으로 사채빚을 받아내는 남자 강도(이정진 분) 앞에 자신이 엄마라며 의문의 여자(이정진 분)가 나타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잔혹하고 무거운 설정, 나쁜 남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악어', '나쁜남자' 등 김기덕 감독의 과거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극한의 수직적 자본주의 아래 벌어지는 돈의 문제를 조명하겠다는 김기덕 감독의 메시지 또한 분명하다. 그러나 여느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비해 대중적이라는 평가 또한 이어지고 있다.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데, 특히 베니스에서부터 여우주연상감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조민수가 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