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지섭 주연영화 '회사원'이 개봉을 일주일 앞당겼다. '광해,왕이 된 남자'와 '간첩'에 이은 것이다. 이로써 CJ E&M, 롯데시네마,쇼박스 등 국내 투자배급사 3사가 모두 가을 영화 개봉 일을 변칙적으로 운용하게 됐다.
20일 쇼박스는 10월18일 개봉 예정이었던 '회사원'을 일주일 앞당겨 10월11일 개봉한다고 밝혔다. '회사원'은 살인청부회사원이 퇴락한 왕년의 여가수를 만나 평범한 삶을 꿈꾸게 되면서 조직과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소지섭이 주연을 맡아 화려한 액션을 예고하고 있다.
당초 '회사원'은 10월 13일 폐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개봉할 예정이었다. 통상적으로 한국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을 피해서 개봉해왔다. 영화 취재진 상당수가 부산영화제를 취재하는데다 영화 이슈가 온통 부산으로 쏠리기 때문.
하지만 '회사원'은 부산영화제 기간 중 개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같은 날 개봉하는 장동건 장쯔이 장백지 주연 '위험한 관계'와 전면으로 맞붙게 됐다.
'회사원'의 이 같은 개봉일 변경은 쇼박스가 '도둑들' 상영을 언제까지 하겠다는 실마리를 준다.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도둑들'은 1300만명을 향해 달리고 있지만 하루 평균 5000명 내외가 관람할 정도로 힘이 많이 빠진 상태. 쇼박스는 추석연휴까지는 '도둑들' 배급을 유지하지만 그 뒤에는 '회사원'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회사원'의 개봉일 변경은 앞서 개봉을 일주일씩 앞당긴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간첩'에 이은 것이라 주목된다. CJ E&M이 배급하는 '광해,왕이 된 남자'는 20일에서 13일로 개봉을 변경했으며, 이에 롯데시네마는 27일 개봉 예정이던 '간첩'을 20일 개봉으로 변경했다.
국내 3대 메이저투자배급사가 자신들이 투자 배급한 한국영화를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일제히 개봉을 일주일 앞당긴 것은 드문 일이다. '회사원'의 개봉 변경은 '광해'와 '간첩'의 여력이 빠질 즈음에 먼저 치고 들어가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CJ E&M과 롯데시네마에 이어 쇼박스까지 대형투자배급사의 잇따른 개봉일 변경으로 영세한 규모의 수입업자들과 배급사들은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주일 좌판을 벌여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영세상인들에게 한 주 뒤에 온다는 대형마트가 갑자기 들어선 셈이기 때문이다.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게 된 영화계의 씁쓸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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