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트릭스' 시리즈로 단 번에 영화계의 거물로 떠오른 워쇼스키 남매와 영화 '향수'로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톰 티크베어 감독이 한 영화로 만났다. 장장 세 시간에 거쳐 여섯 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다.
'매트릭스'를 통해 SF영화의 볼거리와 영화적 철학을 동시에 담아냈던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 감독이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통해 운명과 윤회에 대한 철학을 그렸다. 이 방대한 작업에는 한국 배우 배두나가 주연배우로 참여했고 영화 속 배경으로 미래의 서울이 창조됐다.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세 사람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 감독은 영화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보였다.
-'매트릭스' '브이 포 벤데타' 등 전작들은 시각적으로 화려한 영화들이 많았는데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인물들의 드라마에 더 신경을 쓴 것 같다.
▶관객들이 감정적으로 스토리를 따라가고 캐릭터와 연결되길 바랐다. 영화의 구조가 복잡하다고 느낄텐데 영화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역동적인 영화라는 것은 아이디어와 감정이 뒤섞여야 한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통해 이런 것을 표현하고자 했다.
예를 들자면 영화 속에 손미(배두나 분)가 "우리의 삶은 우리 것이 아니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그걸 그대로 해석하면 노예의 삶을 사는 손미에게 이것을 주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파고들어보면 나중에 손미가 혁명가로 변신을 하잖나. 그래서 다시 보면 '나는 죽을 것을 알면서도 혁명가의 삶을 살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삶은 나의 것이 아니다'라고도 볼 수 있다.
그 두 가지 삶은 하나는 선택권이 없는 삶(노예의 삶)이고 하나는 혁명가의 삶을 선택하지만 결국 같은 방법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 (라나 워쇼스키)

-운명과 윤회사상을 이해하지 않고는 탄생할 수 없는 영화였는데 이런 사상들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당연히 동의하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다. 전생에 어떤 것이었을 것 같냐는 질문에 마릴린 먼로라고 대답을 했었다. 인연, 윤회라는 건 내가 다른 사람이 됐을 때 어떤 사람일까를 상상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부족이었다면, 다른 성별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하는 영화이고 '나와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다. (앤디 워쇼스키)
원작을 읽어보면 세속적이면서 종교적이고 또 과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유전자는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라지기도 했다가 나중에 발현되기도 한다. 유전자라는 건 성별, 인종에 상관하지 않고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이것처럼 인간이 제한된 하나의 모습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영화다. (톰 티크베어)
신화나 철학, 영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서구의 철학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불면에 대한 것이고 지속성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구의 사상은 불멸의 사상을 없애버리려는 것 같고, 현세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생각하지만 동양의 사상은 나중의 세상과 연결이 되어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라나 워쇼스키)
-누가 가장 먼저 원작 소설을 보고 영화화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나?
▶나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찍을 때 책을 처음 봤다. 영화 주인공인 나탈리 포트만이 세트에서 책을 읽으려면 꼭 나에게 보여주고 읽도록 했는데 그때 나탈리 포트만이 읽고 있어서 알게 된 책이다. (라나 워쇼스키)
-세 감독이 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을 텐데 어떻게 세 감독이 함께 작업을 하게 됐나?
▶서로의 작품을 보고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다. 결국 우리는 만나게 됐고 사랑에 빠졌다.(웃음) 그래서 머리 색깔도 바꾸게 됐다.(라나 워쇼스키)
예술작품을 위해 무엇이 바람직한지를 항상 생각했기 때문에 함께 일하며 의견이 다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없었다. 다른 재능있는 감독들과 합작을 하는 것이 힘들지도 않았고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포스트모던 시대잖나. 수직적 관계보다는 수평적인 협력이 많아질 것이다. 한명의 보스, 한명의 천재, 다수의 노예가 있는 시스템은 굉장히 바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톰 티크베어)

-톰 티크베어 감독이 직접 영화의 OST인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를 작곡했는데, 처음 이 곡을 듣고 배우들의 반응은 어땠나? 배우들의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나?
▶음악이라는 것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보여주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처음 배우들에게 들려줬을 때는 감성적인 반응이 나왔다. 처음 스크립트를 읽고 나서 주인공들이 한 자리에 모였는데 그 방을 클라우드 아틀라스처럼 디자인을 했다. 그곳에서 대본을 다시 한 번 읽고 서로 소개를 하고 음악을 두 곡을 들려줬다. 하나는 원작에서 얘기하는 작곡가가 만든 곡과 하나는 내가 작곡한 곡이었다. 미리 곡을 들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나중에 배우들이 말하더라. (톰 티크베어 감독)
-대중이 느끼기에 약간 어려울 수 있는 소재인만큼 투자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투자 과정은 영화 촬영과정과는 완전히 달랐다. 우리는 30여 차례나 거절을 당했다. 처음부터 관심을 보여줬던 사람들은 한국 투자자들이었다. 그들은 영화의 복잡성을 오히려 더 좋아해줬고 끝까지 믿음을 보여줬다. (앤디 워쇼스키)
-'매트릭스'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매트릭스'의 성공이 다음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매트릭스'는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매트릭스'가 성공했기 때문에 어려웠던 것은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매트릭스' 이후에 내 사생활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아하는 영화를 계속 만들게 됐고, 원치 않는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든 영화들은 개인적으로 독창적이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제작기간이 4년이 걸렸다. (라나 워쇼스키)
상업적 성공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는 않았다. 우리 모두 상업적 성공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감독들이다. 영화라는 것은 2시간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는 비용은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스케일이 커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러나 비용을 뽑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영화를 만들면 참 아름답겠다'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한다. (톰 티크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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