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기가 주연한 영화 '연애의 온도'(감독 노덕)가 차츰 흥행 온도를 높여갈 기세다. 3년차 사내 커플이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과정을 통해 만남과 이별, 나아가 사랑과 배려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이 독특한 사랑 이야기는 봄볕이 가득했던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 중심엔 실제 연인 못잖은 어울림을 보여준 이민기와 김민희가 있다. 특히 이번에도 어김없이 누나 파트너와의 인연을 이어간 이민기는 티켓파워를 지닌 드문 20대 배우의 힘을 보여줬다.
영화 중간에는 한참 어린 여대생과 만나는 이민기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자연스럽지만 꽤 이색적이다. 돌이켜보면 이 남다른 1985년생은 연하와는 이렇다 할 러브라인을 그린 적이 없다. 데뷔 시절부터 나이보다 훨씬 성숙해 보였던 마스크 덕분일까, 2013년에 고(故) 유재하의 '지난날'을 리메이크하는 감성 때문일까. 한때, 그리고 꽤 오래 (어쩌면 지금도!) '누나들의 로망'이란 별명으로 불린 그다.
시작부터 누나들과 함께였던 이민기의 달콤하고도 쌉싸름한 연상연하 연애사(史)를 이야기하려면 2004년 그의 첫 드라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민기는 첫 단막극이었던 드라마시티 '우리햄'에서 고교시절 동급생과의 불같은 사랑 끝에 아이를 얻은 젊은 아빠 강민기로 등장해 심야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콕 찍었다. 이후 그는 연상 파트너와의 질긴 인연을 이어 왔다. 심지어 '우리햄'에서도 정작 드러난 러브라인은 81년생 홍수현과 함께였다.
연기자 이민기를 새롭게 주목케 한 다음 작품 2005년 MBC 일일극 '굳세어라 금순아' 역시 마찬가지다. 금순이 한혜진의 남편 김남길의 동생으로 등장한 그는 청상과부 형수를 남몰래 마음에 품은 시동생으로 안방극장 주부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1981년생 한혜진은 그보다 4살이 위다.
이듬해 MBC 주말극 '진짜진짜 좋아해'에서도 81년생 파트너와의 인연이 이어졌다. 청와대 식구들의 뒷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은 이 작품에서 경호원으로 분한 그는 요리사 봉순이 역을 맡은 유진과 러브라인을 그려냈다.
그 후에도 이민기는. 2008년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에서 유진과 다시 호흡을 맞췄고, 일본에서 찍은 영화 '오시시맨'에서도 81년생 이케와키 치즈루와 호흡을 맞추는 등 81년생과의 연상연하 러브라인 퍼레이드를 벌였다.
2007년 방영된 KBS 2TV 드라마 '달자의 봄'에서 똑 부러지는 전문직 직장인으로 등장한 1979년생 채림과 러브라인을 그리며 '누나들의 로망'임을 재확인한 그는 그해 영화 '바람피기 좋은 날'에서는 아예 '누나들의 로망'이라고만 설명된 이름없는 대학생 역할을 맡아버렸다.
당시 파트너는 1970년생 김혜수. 이민기는 노련한 누님과 만난 어리바리 대학생으로 등장, 꽤 진한 베드신까지 소화해내며 극에 쏙 녹아들었다. 어색한 자리에서 쭈뼛거리는 그의 본래 캐릭터까지 더해진 미숙한 연하남 이미지가 꽤 진한 잔상을 남겼음은 물론이다.

변화가 필요했던 시기, 이민기는 색다른 캐릭터로 다시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2009년 여름을 흔든 1000만 영화 '해운대'를 통해서다. 김해 출신인 그는 거침없이 부산 사투리를 쓰는 해상구조요원 최형식 역을 맡았고,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다 죽음을 무릅쓰고 생명을 구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의 파트너는 1980년생 강예원. 여전히 5살 연상과의 러브라인이었으나 '연상연하 로맨스'에 주목한 관객은 거의 없었다. '그냥 로맨스'의 주인공으로서 이민기는 질긴 '누나들의 로망'이란 수식어를 벗기 시작했다. 2011년 다시 강예원과 파트너를 이뤄 아예 주인공으로 영화를 이끈 '퀵'에서는 이민기가 오빠의 느낌을 물씬 풍길 정도다.
2011년 겨울 개봉한 '오싹한 연애'에 이르러 그같은 느낌은 더욱 커졌다. 이민기는 호러 마술사 조구 역을 맡아 1982년생 손예진과 독특한 로맨스를 그려냈다. 영화는 300만 넘는 관객을 모았고, 이민기는 티켓파워를 다시 입증했다.
그리고 2013년 봄, 역시 1982년생인 김민희와 보통의 연애를 그려냈다. 그 사이 그는 여전히 연상녀들과 연상연하 답지 않은 로맨스를 그릴 수 있음을 입증하면서, 고등학생 교복을 입고도 매력을 발산할 수 있음을(앞부분만 등장해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 tvN '닥치고 꽃미남 밴드' 참고!) 증명했다.
연상 여배우와 연하 남배우의 파트너십이 아예 대세로 떠오른 요즘, 이민기는 달콤 쌉싸름한 연상연하 러브스토리는 당분간 이어질 게 분명하다. 설사 연하 여배우와 러브라인을 그려가더라도 (아쉽지만!) 상관없다. 이민기가 누나들의 전유물일 순 없음을 이미 인정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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