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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테러' 김병우 감독 "대사 10초도 아까웠다"(인터뷰)

'더테러' 김병우 감독 "대사 10초도 아까웠다"(인터뷰)

발행 :

김현록 기자

[★리포트]

'더 테러:라이브' 김병우 감독 / 사진=최부석 기자
'더 테러:라이브' 김병우 감독 / 사진=최부석 기자


영화 '더 테러:라이브'(제작 씨네2000, 이하 '더 테러')가 250만 관객을 넘어 흥행 순항 중이다. 장난전화인 줄 알았던 협박이 무시무시한 테러범의 것인 줄 알게 된 뉴스 앵커의 눈으로 마포대교 폭탄 테러 사건을 담아내는 '더 테러'는 가히 '하정우 원맨쇼'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작품. 좁은 부스에 앉은 앵커 윤영화(하정우 분)가 홀로 영화를 이끌다시피 한다. 그러나 한 사람 더, 빼 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바로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병우(33) 감독이다.


흥미로운 설정과 효과적인 구성에 더해 '기-승-전-결' 대신 '전-전-전-결'로 힘있게 밀어붙이는 속도감 넘치는 연출은 '더 테러' 최고의 미덕이다. 첫 상업영화 연출작부터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어 대박 조짐. 더욱이 봉준호 감독의 대작 '설국열차'와의 맞대결에서 거둔 성과다. 벌써부터 충무로엔 '대박 신인감독이 나타났다'는 기대가 상당하다.


영화를 제작한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마침 김병우 감독 친구의 아버지다. 하지만 그 '빽'으로 일사천리 영화가 진행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더 테러'는 그가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작품 '리튼'(2008) 이후 수 년을 매달려 온 작품. 2009년 2월께 처음 아이디어를 내고 1년 가까이 초고를 썼고, 그로부터도 3년 반을 더 준비해 나온 결과물이다.


"굉장히 오래 이거 하나만 했다. 다른 건 없다. 다른 걸 써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 이게 너무 좋았고, 자신도 되게 있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있긴 했는데 그러려니 하고 준비했다.(웃음) … 기존 한국 여화가 하지 못했던, 재미있는 방법으로 큰 사건을 그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많은 중간과정과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규모 테러를 라디오 부스에 압축시킨 구성 자체가 '폰부스'나 '베리드' 같은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김병우 감독이 참고한 건 히치콕의 '이창'이나 시드니 루멧의 '12명의 성난 사람들' 같은 고전이었다고. 쫓아오는 자동차 하나로 이야기를 이어간 스티븐 스필버그의 '듀얼'도 영감을 줬다. 공교롭게도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진 긴박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12인의 성난 사람들', '듀얼' 모두 감독의 데뷔작이다.


"여건 때문에 이 같은 형식, 이야기를 한 건 아니다. 애초 제작비 할당을 받고 시나리오를 쓴 건 아니었다. '더 테러'는 스펙터클할 수 있는 소재를 다른 방법으로 풀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자본을 투여해서 얻을 수 있는 긴장감, 긴박감을 이런 형태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사진=영화 '더 테러:라이브' 포스터
사진=영화 '더 테러:라이브' 포스터


좁은 장소, 한 명의 주인공. 승부처는 속도였다. '더 테러'는 테러의 공간을 부스 하나로 좁히는 한편 한 템포 빨리 관객의 호흡을 뺏는 덕에 몇몇 허점까지 넘어가게 하는 영리한 작품이다. 김 감독은 원래 시나리오에선 실제 시간에 맞춰 1분 1초 흘러가는 형식으로 영화를 구성했을 정도로 속도에 신경을 썼다.


"속도감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형식, 특성 때문에 필연적인 부분이었다.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한 인물의 이야기다 보니 흔히들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분명히 있었다. 우리 영화의 단점을 커버하고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했다. 리얼리티에 근거해서 상황을 풀어보더라도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각종 오더를 받고 있을 윤영화의 입장 역시 긴박했을 것이고."


100분 안 넘는 영화를 찾기 힘든 요즘, '더 테러'는 97분이란 짧은 러닝타임으로도 화제가 됐다. 엔딩 크레디트를 빼면 영화의 실제 상영 시간은 단 94분. 김병우 감독의 목표는 원래 90분이었단다. 몇몇 설정과 대사까지 빼서 영화의 스피드를 높일 정도였다.


"시나리오에 있는데 영화에 빠진 대사들이 있다. 설명이 더 적어져서 개연성이 부족해지고 납득이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넣자니 설사 시간이 아까웠다. 10초, 20초가 안 되더라도 잡아먹는 시간이 너무 컸다. 득실을 따져봤을 때 속도가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말이 되게 하려 한들 재미가 없으면 안되니까."


주인공 윤영화와 일체가 돼 관객을 쥐락펴락 하는 하정우에겐 모든 것을 털어놓고 공유했다고 한다. "하정우가 출연한 다 했을 때, 그냥 좋았다"고 밝힌 김병우 감독은 "하정우의 윤영화가 거의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게 이 영화의 전략이기도 하다"며 "윤영화가 돋보이는 것, 혹은 하정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것이 이 영화가 살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다 까놓고 이야기를 했다. 아는 것, 모르는 것 다 진심으로 열어놓고 이야기를 했고, 형도 눈치보고 그런 게 없었다. 현장에서 디렉션을 해야 할 것은 딱히 없었다. 대신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대사량이 엄청나게 많아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영화사 사무실에 앉아서 죽치고 시나리오를 공부하듯이 준비했으니까. 그 와중에 하정우 본인이 넣은 대사도 많다. 제 입장에서는 다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감정의 흐름이 관객의 긴장감과 동일하지 않나. 그 그래프가 연기와도 일치해야 했다. 캐릭터든 카메라든 다 펼쳐서 이야기를 하면서 뭐 하나라도 더 공유하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김 감독은 직접 그래프도 그렸다. 윤영화의 감정 레벨을 1부터 10까지 나눠 시간별로 표시한 그래프를 보면 영화 전체가 고스란히 정리될 정도다. 레벨 9 단계가 3차례, 레벨 10 단계가 1차례 등장한다. 그래프가 10을 향해 치솟는 순간이 적어도 10분에 한 번 등장하고 뒤로 갈수록 빈번히 등장하다 마지막 순간 정점을 찍는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흥분 역시 그래프와 함께 요동친다.


'더 테러:라이브' 김병우 감독 / 사진=최부석 기자
'더 테러:라이브' 김병우 감독 / 사진=최부석 기자


'더 테러'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같은 날 개봉해 또한 화제가 됐다. 인터뷰 이틀 전 새벽에야 '설국열차'를 봤다는 김병우 감독은 "'설국열차'는 금기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콜라나 사이다냐가 아니라, 완전 다른 차원의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며 "비교하는 건 영광이고 황송하고 또 부담이고 그렇다"고 고백했다.


"같은 날 개봉한다고 했을 땐 좋고 말고 할 겨를이 없었다. 제가 이걸 가지고 득과 실을 따지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고. 다만 봉준호 감독님은 너무 좋아하는 분이고 또 영화를 너무 잘 만드는 분이고, 이런저런 비교를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스스로도 기분 좋은 일이다. 또 막 비교를 하면 부담이 되고."


"아무도 모르는 데 나만 아는 뭔가를 알려주겠다, 메시지를 전하겠다 하는 건 없었다. 그냥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는 김병우 감독. 신인감독의 패기와 뚝심, 기발함을 모두 선보인 그의 그 다음을 충무로는 분명 주목할 것 같다. "멜로와 코미디는 안 좋아한다"는 김병우 감독의 다음은 과연 뭘까? 그는 "금방 다음을 해야 한다는 욕심은 없다.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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