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장관객 2억 명을 돌파한 2013년. 많은 사랑을 받은 한국영화의 공이 컸지만 900만 관객을 모은 '아이언맨3', 523만 명을 동원한 '월드워Z' 등 외화들의 힘도 상당했다.
올해는 어떤 수입·배급사가 웃었을까? 영화의 흥망성쇠부터 의미 있는 성과, 여전히 진행 중인 부율 갈등까지 올해 외화 시장을 정리해봤다.
◆ 소니픽쳐스코리아, '아이언맨3'성공했지만..
올해 직배사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회사는 1901만 242명을 불러들인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주)(이하 소니픽쳐스 코리아)다. 디즈니 스튜디오와 소니픽쳐스의 작품을 주로 배급하고 있는 소니픽쳐스 코리아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작품과 소니픽쳐스 작품의 명암이 명확하게 갈렸다.
디즈니 스튜디오와 마블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마블 히어로들의 성공은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해 '어벤져스'의 성공과 주인공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내한으로 화제를 모은 '아이언맨3'는 900만 관객을 모아 올해 전체 개봉작 중 4위, 외화 1위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하반기에는 '토르: 다크 월드'가 303만 관객을 모아 전작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마블 히어로들의 활약은 대단했지만 '론 레인저'의 흥행 참패는 디즈니의 2013년에 오점을 남겼다.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 고어 버번스키 연출, 조니 뎁 주연의 '론 레인저'는 2억 1500만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지만 국내에서 28만 여명의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올해 소니픽쳐스의 작품은 숨을 고르는 해였다. 올해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같은 대작들이 개봉하지 않았고, 수입·배급을 담당한 '엘리시움' 등 외에 흥행에 성공한 작품을 찾기 힘들었다.
하반기에 선보인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는 지난 25일까지 79만 명을 동원하며 애니메이션 중 평타를 쳤고, 지난 5일 개봉한 공포영화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은 57만 명을 모으며 틈새를 노렸지만 큰 성공이라고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 워너브러더스, '그래비티' '컨저링'..하반기 웃었다
올해 워너브러더스의 총 흥행 기록은 1272명으로 소니픽쳐스 코리아의 뒤를 이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제작, 잭 스나이더 연출의 '맨 오브 스틸',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퍼시픽 림',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 등 유명 감독들의 작품들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를 통해 한국 관객을 만났다.
감독들의 이름값에 비하면 각 작품의 흥행은 다소 아쉽다. '슈퍼맨' 시리즈의 새 시작을 알린 '맨 오브 스틸'은 210만 관객을 모았고, 역대 최고 사이즈의 위용을 자랑했던 SF영화 '퍼시픽 림'은 253만 명을 동원했다. 워낙 기대치가 높았던 작품들이었으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의외의 성과를 거둔 작품들도 있다. '그래비티'는 극장가 비수기인 10월에 개봉해 319만 명을 동원하며 선전했고, 공포영화 '컨저링'도 226만 명이 관람해 흥행 호러영화 대열에 합류했다.
◆ 이십세기폭스, '라이프 오브 파이' UP, '울버린' DOWN
이십세기폭스 코리아는 올해 '라이프 오브 파이', '울버린', '퍼시 잭슨과 괴물의 바다' '에픽: 숲속의 전설', '스토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내놓았다. 11편의 작품으로 모은 관객은 지난 25일까지 총 783만 5955명.
이 중 '라이프 오브 파이'는 스크린에서 구현하는 3D의 정점을 찍었다는 평을 받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애니메이션 '에픽: 숲속의 전설'도 97만 명을 동원해 내부적으로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휴 잭맨의 내한과 '엑스맨' 등 전작의 흥행으로 기대를 모았던 '더 울버린'의 성적은 아쉬움을 남겼다. SBS '스타킹'에 출연하는 등 내한 기간 중 더욱 대중친화적인 모습을 보였던 휴 잭맨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지만 최종 성적은 107만 명에 그쳤다.
◆ UPI, 제2의 '레미제라블'은 없었다
지난 해 연말 '레미제라블'로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켰던 UPI(유니버설픽쳐스인터네셔널 코리아). 올해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 '오블리비언', 'R.I.P.D' '슈퍼배드2' 등을 내놓았지만 '레미제라블'에 버금가는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대박을 터트린 작품은 없었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둔 작품들은 있었다. 상반기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은 개봉을 앞두고 빈 디젤, 미셀 로드리게즈, 성강 등 주연배우들이 내한해 화제를 모았고, 지난 5일 개봉한 '어바웃 타임'은 지난 25일까지 241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순항하고 있다.
◆ CJ '지.아이.조2', 롯데 '월드워Z'..국내 배급사 성과
올해 롯데엔터테이먼트는 외화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배급은 물론 투자까지 함께 진행한 '월드워Z'는 좀비 블록버스터라는 새로운 시도로 523만 명을 동원해 올해 외화 흥행 2위에 이름을 올렸고, 배급을 맡은 '레드: 더 레전드'와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도 성공을 거뒀다.
2013년 국내 배급사 중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CJ E&M은 '웜 바디스' '지.아이.조2', '라스트 스탠드' 등을 배급했다. 상반기 개봉한 '웜 바디스'가 100만 관객을, '지.아이.조2'가 185만 명을 동원했지만 '라스트 스탠드'는 6만 여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애니메이션 '터보'는 192만 명을 모으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 데이지, 블루미지, 프레인..중소 수입·배급사는?
국내 중소 수입사 중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곳은 데이지엔터테인먼트다. '월 플라워' '호프 스프링즈' 등 다양성 영화와 '웜 바디스' '라스트 스탠드' '나우 유 씨 미' 등 상업영화까지 두루 국내에 소개했다.
이 중 '나우 유 씨 미'는 마술을 스크린에 재현해 271만 관객을 홀리며 흥행에 성공했고, 틈새시장을 노린 '웜 바디스'도 '가성비 좋은' 영화였다. 그러나 김지운 감독의 '라스트 스탠드'와 9년 만에 찾아온 '리딕'의 저조한 흥행은 아쉬움을 남겼다.
다양성영화 중심으로 수입, 배급을 하고 있는 프레인글로벌은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영화 사업에 뛰어 들었다. 지난 2월 개봉한 '비 러브드'는 4558만 명을 동원해 흥행에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우디 알렌 감독의 '로마 위드 러브'는 18만 명을 모아 다양성영화임을 감안하면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블루 재스민'도 다양성영화로 개봉했지만 14만 명이 관람해 선전했다.
지난 해 '클라우드 아틀라스', '언터쳐블: 1%의 우정' 등을 수입했던 블루미지의 '레드: 더 레전드'도 올해 외화 중 눈에 띄는 작품. 이병헌의 합류로 국내에서 화제가 된 '레드: 더 레전드'도 블루미지가 수입,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해 300만 명을 동원해 외화 흥행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티캐스트는 6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앤젤스 셰어', 66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65회 에미상 영화부문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쇼를 사랑한 남자' 등 해외 시상식에서 입증된 작품들을 주로 국내에 소개했다.
◆ 배급사VS극장 부율문제..내년에는?
올해 외화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배급사와 극장 프랜차이즈간의 부율 갈등이다. CGV가 기존 배급사와 극장이 6대4로 배분하던 부율을 5대5로 조정하겠다고 결정한 후 롯데시네마도 부율 조정에 뜻을 함께하며 일부 영화가 서울 지역 프랜차이즈 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토르: 다크 월드'는 소니픽쳐스와 CGV의 극적 타결로 2주차부터 서울지역 상영에 들어갔지만 워너브라더스의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는 여전히 서울지역 CGV와 롯데시네마 직영관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상황. 이로 인한 불편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관계자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의 서울 지역 상영을 두고 여전히 협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진전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며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를 기점으로 워너 영화들에 대한 부율 협의가 구체화 된 만큼 이번 논의가 앞으로 배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직 상영 불가의 상황까지 부딪히지는 않았지만 소니픽쳐스 코리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외에 다른 배급사들도 부율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십세기폭스 코리아 관계자는 "아직 겉으로 드러나는 액션이 없을 뿐 여전히 중재안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개별 배급사들이 단체 행동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개별 배급사들이 대형 극장 체인을 상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힘든 부분이 있지만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안이슬 기자drunken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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