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민이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2012년 '간첩'과 '연가시'를 연이어 내놓은 뒤 2년 여 만에 영화 출연이다.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출연하려 했던 영화가 무산되고, 캐스팅이 됐던 영화는 뒤로 미뤄져 결국 다른 사람이 하게 됐다.
그랬던 김명민이 '조선명탐정: 놉의 딸'로 돌아왔다. 2011년 설 극장가를 강타해 475만 관객을 동원했던 '조선명탐정' 2탄이다. 김명민은 갓을 쓰고, 코 밑 양 갈래로 뻗은 카이저 수염을 매만지며 속사포처럼 추리를 쏟아낸다. 한결 여유가 넘친다.
김명민과 오달수와 전작에 이어 짝패를 이루며 이번에는 육해공을 오간다. 남몰래 여인의 몸을 탐하고, 능청스레 수작을 건넨다. 그러면서 인디아나 존스를 방불케하는 모험까지 벌인다. 돌아온 김명민의 돌아온 조선명탐정이 통할까. 김명민은 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니 1편보다 낫던가.
▶1편보다 낫다. '조선명탐정2'는 항상 기다려왔다. 언젠가는 들어가겠지라고 생각했다. 촬영에 들어가니 너무 기뻤다. 김석윤 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와 다시 만나서 감회가 새로웠다. 워낙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기자시사회에서 영화를 볼 때 잘 놀다온 무대를 다시 보는 기분이었다.
-2012년' 페이스 메이커' '연가시' '간첩' 등 세 편을 선보인 다음 '조선명탐정2'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준비했던 영화들이 무산되기도 하고, 촬영이 지연되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한참 잘 되다가 어느 순간 휴지기가 찾아온 셈이고.
▶항상 잘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누구나 인생에 우여곡절이 있지만 배우에게는 몇 갑절 큰 것 같기도 하고. 실력이 있어야겠지만 운도 따라줘야 하고, 타이밍도 중요하다. 나태해지지 말라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 내가 선택을 잘 해야 하는 혜안이 더 필요하다는 것도 느꼈고. 지나고 나면 괜찮다.
-한동안 영화 쪽에선 신은 김명민에게 연기력은 줬고, 시나리오를 보는 눈은 안 줬다란 말이 나돌았다. 그 만큼 흥행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랬다가 '조선명탐정'으로 흥행력까지 검증을 받으면서 이후 연타석 안타를 쳤는데. 그러다보니 '조선몀탕정2'를 하게 된 감흥이 남다를 것 같은데.
▶일단 그 말은 좋은 말 같다.(웃음) 연기력은 준 거니깐. 예전에는 흥행 스코어를 따지지 않았다. 나만의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오기와 신념을 내세울 때가 있었다. 그런데 세상은 이미 스코어가 전부가 됐다. 흥행이 잘 돼야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더 선택할 수 있게 되더라. 다양하게 연기를 하기 위해선 흥행과 따로 갈 수는 없더라. 예전보다 흥행쪽에 대해 더 자각하게 된 건 사실이다.
그런데 '조선명탐정2'는 제작사나 투자사와는 입장이 좀 다르다. 1탄 때 김석윤 감독과 작업이 너무 좋았다. 김석윤 감독은 스턴트맨, 막내 스태프 하나하나까지 모두 이름을 다 외운다. 배려와 자기 그림이 확실하다. 주위에서 뭐라 해도 "더 찍으면 오버"라고 칼 같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힘들어도 힘든지 모르게 된다. 3탄을 하게 되도 이런 마음은 그대로 갈 것 같다.
-정극 연기를 주로 하다가 '조선명탐정'에선 코믹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조선명탐정 속 역할이 자연인 김명민과 제일 닮았다. 허당끼도 많고. 가장 편하다. 정극 연기와 코믹 연기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사람도 나름 진지한데 괴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영국드라마 '셜록'을 보긴 했는데 다른 건 그다지 참고하진 않았다. 다만 추리를 할 때 말이 속사포처럼 빨라진다는 점은 참고 했다. 그래야 이 사람이 천재적인 탐정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카이저 수염이 인상적이다. 보통 조선 사람이라면 콧수염 뿐 아니라 턱수염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조선명탐정'에선 카이저 수염이다. 갓에 카이저 수염이면 바로 조선명탐정이 떠오를 정도인데.
▶내가 카이저 수염 아이디어를 냈다. 주위에서 반대가 많았다. 아무래도 조선 사람인데 턱수염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김석윤 감독도 첫 촬영 때까지 불안해했었다. 하지만 난 탐정이니깐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카이저 수염을 만지면서 생기는 캐릭터도 연구했고. 기분이 좋으면 수염이 올라가고, 우울하면 내려가는 등 여러가지를 생각했었다.

-2편과 1편의 가장 큰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나.
▶사건과 캐릭터가 더 명확해졌다. 1탄이 기초를 다졌다면 2탄은 다 해방되다보니 사건과 처리, 결말이 더 명확해졌다.
-폭탄으로 위기마다 해결이 되는 등 이야기가 허술해진 면도 있고, 신파가 들어가 더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도 있는데.
▶폭탄이 빵 빵 터지는 게 난 무척 시원했다. 촬영감독이 우리 영화를 코미디로 알고 찍었는데 울고 나왔다고 한 걸 보니 드라마도 분명 강화됐다. '조선명탐정'은 예능적인 게 포인트다. 김석윤 감독이 '개그콘서트' PD 출신이어서 그런지 아예 전조를 깔지 않고 바로 웃음을 터뜨린다. 슬랙스틱도 그렇고. 말이 안 되도 조선명탐정이라면 왠지 말이 될 것 같은 것, 그게 바로 우리만의 특화된 장점이다.
-천만 부적이라 불리는 오달수와 이번에도 호흡을 맞추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별로 영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막걸리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주로 한다. 그냥 이 사람이 아니면 의미가 없고, 그도 내가 아니면 의미가 없는. 그런 사이인 것 같다.
-1편에선 한지민, 2편에선 이연희와 호흡을 맞췄는데.
▶한지민은 남동생 같다. 먼저 다가오고 에너지가 넘친다. 이연희는 숫기는 없지만 고운 자태가 남다르다. 앉아만 있어도 우아, 뭐 이리 예쁘냐라며 다들 쳐다봤다. 속도 깊고, 열정도 남다르다.
-가수 조관우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로 나오는데.
▶김석윤 감독과 인연으로 나왔다. 상당히 주눅이 들어서 왔더라. 감독님이 김명민, 오달수랑 하는데 네가 연기를 못하면 다 망치는 것이라고 무척 말했다고 하더라. 현장에서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눈빛이 바뀐다. 얼마나 몰입을 했는지 내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 '컷'이 됐는데도 손에 힘이 들어가서 못 놓더라.
-차기작을 '연가시'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정우 감독의 '판도라'를 하는데.
▶박정우 감독이 "나와의 작업이 진절 머리 나거나 고통스럽지 않았다면 다시 해보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었다. 어떻게 안 할 수 있겠냐.
-'조선명탐정' 3탄은 언제쯤 들어가나. 2탄 말미에 제작사 청년필름에서 만들 예정인 '암행어사와 흡혈선비' 같은 분위기로 3탄을 암시하기도 했는데.
▶일단 2탄이 잘 돼야 3탄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2탄은 주위에서 500만 정도로 예측하니 아마 3탄도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감독님이 들어가면 내년 정도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아이템은 갖고 있는데 흡혈선비와는 다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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