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구(35)의 입담은 솔직했다. 진구는 "결혼을 하고보니 숨기고 싶은 것들이 없다"며 "마음도, 생활도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지난 1년간 근황을 전했다.
영화 '표적'과 '명량', '봄' 등에서 크고 작은 역할로 활약했던 진구는 2012년 '26년'이후 3년 만에 주연 타이틀을 달고 돌아왔다. 진구는 "그동안 제 스스로 침체기라고 느꼈다"며 "'쎄시봉'은 그런 부분을 깨고 (박스오피스) 1위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영화 '쎄시봉'은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음악으로 교류했던 조영남, 이장희, 윤형주, 송창식과 가상의 인물 오근태, 그리고 이들의 뮤즈 민자영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진구는 젊은 시절의 이장희를 연기했다.
극중 이장희는 '쎄시봉'을 이끄는 스토리텔러다. 이장희의 시선과 목소리로 각각의 캐릭터가 소개되고, 오근태와 민자영의 사랑이 그려진다. 그렇지만 관객과 같은 관점으로 극의 갈등에서 한발자국 물러서서 활약하는 이장희는 자칫 아무런 인상도 남기지 못한 채 흘러갈 수 있는 캐릭터였다. 진구도 이 부분을 우려했다.
"영화를 보고나면 '얘가 뭐했지?'라는 말이 나오기 딱 좋은 역할이었어요. 처음 역할을 받아봤을 때부터 막막했죠. 윤형주, 송창식, 오근태, 민자영 모두 제가 소개해주는데, 저를 소개해주는 캐릭터는 없었어요. 그럼에도 '쎄시봉'이 양질의 작품인건 확실해보였어요. 제 역할이 잘 드러나진 않지만 출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그 때문이죠. 잘될 것 같았어요. 1위하고 싶어서 참여했어요.(웃음)"

막막했던 이장희 역할에 해법을 준 인물이 오근태를 연기했던 정우였다. 정우는 1981년 1월 생으로 1980년 진구와 같은 학번. 진구는 "정우랑 평생 같이 연기하면서 죽고 싶다"고 말할 만큼 동갑내기 동료 배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솔직히 로맨틱 코미디가 잘 어울리는 정우의 외모가 싫었다"면서도 "알고 보니 쿵하면 짝하고 맞을 만큼 속내가 잘 통하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극중 유일하게 러브라인이 없었지만 "정우가 있어서 괜찮다"고 할 정도다.
"이전엔 정우라는 배우도 잘 몰랐어요. 영화 '바람'만 본 정도에요. 뭔가 저랑 잘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거리감도 느꼈죠. 그래도 촬영을 진행해야 하니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에 함께 술자리를 갖게 됐는데, 바로 '절친'이 됐어요. 영화 속에서처럼 우정을 쌓았죠."

정우와의 우정 외에 정우와 한효주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점도 영화와 현실의 공통 점이었다. 극중 이장희는 자작곡을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를 오근태에게 빌려주고, 오근태는 민자영(한효주 분)에게 이 노래를 부르며 속마음을 고백해 연인으로 발전한다. 마찬가지로 정우와 한효주는 본격적으로 멜로 장면을 촬영하기 직전 진구에게 SOS를 보냈고, 진구가 해결사로 나섰다.
"본인들이 친해지면 되는데 꼭 저를 통해서 하려고 하더라고요.(웃음) 효주는 저에게 '멜로가 많이 남았는데, 아직 정우와 어색하다.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고, 정우도 '네가 효주랑 소속사가 같으니 소개 좀 해달라'고 하고요. 그러다보니 밖에서도 그들의 가교가 됐죠. 정우는 정말 멋진 녀석이고, 효주는 흔한 여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요."

작품에 대한 신뢰, 함께했던 배우들 간의 호흡 뿐 아니라 결혼할 연인을 만났다는 점도 진구에겐 '쎄시봉'이 이전과 달랐던 부분이다. 진구는 지난해 9월 4살 연하 일반인 신부와 웨딩마치를 울렸다. '쎄시봉'은 MBC '무한도전'의 '스친소' 특집에 출연해 "짝사랑 하고 있는 여자"라고 말했던 신부와 연애 중에 촬영했던 작품이다.
"와이프가 영화를 보더니 '수고했다'고 하더라고요. 액션이 있거나 몸을 많이 쓰거나 하는 것이 없었는데도 그런 말을 해줘서 고마웠어요. 재밌게 봐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내의 격려와 함께 '쎄시봉'에 대한 신뢰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진구는 "영화를 보고 나니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으면'하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라며 "배경은 70년대지만 전 세대를 관통하는 감성이 있다"고 '쎄시봉'을 소개했다.
"13년째 연기를 해오지만 아직도 어떤 작품이 흥행이 되겠다는 감은 없어요. 그래도 시사회를 마치면 '이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부끄러우니 안 봤으면 좋겠다' 둘로 생각이 나뉘는데요. 이번엔 전자였어요. 많은 분들에게 선물과 같은 영화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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