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도 예산에 따라, 이야기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고 배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신연식(39) 감독에게 왜 '조류인간'을 만들었는지 묻자 내놓은 대답이다.
신연식 감독은 여러모로 영화계의 다른 인물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영화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내놓는 작품마다 이전의 문법과는 다른 실험을 선보인다. 이번 '조류인간'도 마찬가지다. '조류인간'은 신연식 감독의 전작 '러시안소설'에 소품으로 등장했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조류인간' 말 그대로 인간의 몸을 가졌지만 새의 정신을 품고 인간 속에 섞여 살던 조류인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러시안소설', '조류인간', '영화는 영화다' 등 전작들을 만든 이유는 다양한 제작 방식을 시도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영화는 크든 작든 자본이 들어가요. 만들려는 이유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하는 이유죠. 상업영화라면 당연히 스코어를 내기 위해 만들어야 하고요. 그 이외에 다양한 주제의식과 작업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엔 배급도 제가 직접 해보는 거고요."

그렇지만 "'조류인간'처럼 내용 자체가 실험적인 작품은 이제 그만하려 한다"고 밝혔다. 내용보다는 작업 방식의 다변화를 시도하겠다는 것. 신인 배우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시도 역시 앞으로 계속될 것을 예고했다.
실제로 신연식 감독은 매 작품마다 눈에 띄는 새 얼굴을 내놓았다. '배우는 배우다' 이준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돌의 스크린 진출이 더 이상 낯선 일은 아니지만 신연식 감독의 작품에선 유독 아이돌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준 외에 '조류인간'에서는 1세대 아이돌 티티마 출신 소이가 출연한다.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프랑스 영화처럼'에서는 씨스타 다솜, '내 노래를 들어줘'에선 f(x) 크리스탈과 함께했다.
"제가 본 친구들만 그런 것인지 몰라도, 아이돌 출신들은 어릴 적부터 경쟁을 시작한 탓에 정말 성실해요. 연극영화과 출신들보다 더욱 치열하고요. 앞으로도 새 배우를 발굴하면서 아이돌과는 계속 작업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를 직접 찾아오는 친구들도 있고요."
소이에 대한 신뢰감도 대단했다. 소이는 극중 묘령의 여인 소연 역을 맡아 아내를 찾아 헤매는 정석(김정석 분)을 돕는다. 신비함부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무게감까지 드러내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이지만 신연식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전부터 소이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제 스타일 자체가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배우부터 캐스팅을 해요. 소이도 마찬가지였죠. 머릿속에 내용이 다 있으니까요.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친 거 아니야'라고 하죠. 지금도 배우들을 미리 만나요.(웃음) 그중엔 물론 아이돌도 있고요."

소이 외에도 김정석, 정한비, 이유미 등 출연 배우 모두에게도 애정을 드러냈다. 우리에겐 생소한 이름들도 여럿이지만 "곧 잘될 사람들"이라는 신뢰감을 보였다.
신연식 감독이 가는 길은 분명 많은 사람들이 가는 쉬운 길과는 달라 보였다. 그럼에도 신연식 감독은 "이 실험은 계속 될 것"이라는 의지를 내비쳤다.
"상업영화에서 소비되는 이미지 외에 다른 것을 하고 싶어 하는 배우들이 분명히 있어요. 그렇지만 새로운 작품은 투자를 받는 것부터 쉽지 않죠. 투자사나 배우,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가장 쉽게 서로가 원하는 것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옴니버스 형식인 것 같아요. '프랑스 영화처럼'도 그렇게 시작됐어요. 이런 다양한 플랫폼을 계속적으로 개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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