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PD 와 임감독의 음악속의 영화 영화속의 음악]⑥

● 이 글에는 영화의 줄거리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있으므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뉴욕에 사는 19살 네이먼은 최고의 드럼 연주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는 학교에서 '지독한 선생' 플랫처를 만나고 예상대로 살벌한 훈련을 받는다.
"요즘 사람들이 재즈를 듣지 않는 이유는 찰리 파커같은 연주자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야."
플랫처는 사람들이 스타벅스 재즈 (커피숍에서 한가로이 틀어주는 재즈)나 듣는 현실을 증오했다. 진짜 재즈가 필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찰리 파커같은 연주자가 필요했다.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말, '그만 하면 잘 했어. (Good Job)' 따위는 입에 담지도 않는다.
네이먼은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연습한다. 꿈을 향한 집념이기도 했지만 자존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플랫처는 네이먼을 궁지로 몰아간다. 이건 훈련이 아니라 훼방에 가까웠다. 참다 못한 네이먼은 플랫처를 때려눕히고, 플랫처는 네이먼에게 비열한 복수를 한다.
이제 둘의 관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스승과 제자가 아니라 음악을 무기로 서로를 쏴 죽이는 '적'이 되는 것이다.
결국 19살 네이먼은 엄청난 집념으로 스승을 압도한다. 게다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라고 플랫처에게 복수를 한다. 즉 스승 대신 밴드를 드럼으로 ‘지휘’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플랫처의 반응이 재밌다. 네이먼의 완벽한 연주 앞에 '지독한 선생' 플랫처는 자존심을 버리고 네이먼을 돕는다.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음악에 미친 '쟁이'만 이해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한 원한과 복수의 감정마저도 음악으로 승화시켜버리는 그 짜릿한 맛.
그러니까 진정한 뮤지션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노력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전쟁'이 필요했다. 찰리 파커가 그랬으니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네이먼을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1975년, 하류인생을 살던 록키가 세계 챔피과 싸우기 위해 훈련할 때 사람들은 록키를 응원했다.
하지만 위플래쉬에서는 스승마저도 네이먼을 짓밟으려 한다. 피튀기는 경쟁만이 존재하고 그 경쟁을 오로지 혼자만의 힘으로 이겨내야 한다. 2015년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 이렇다.
위플래쉬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고 아카데미상 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다. 저예산 영화가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다.

32살의 데미언 차젤 감독은 '멘토와 멘티'라는 기존의 통념을 멋지게 뒤집어 버렸다. 영화는 단 한 씬의 군더더기 없이 오로지 네이먼과 플랫처의 집념에 집중한다.
네이먼 역을 맡은 마일스 텔러는 실제로 환상적인 연주를 선보였으며, J.K 시몬스는 플랫처의 냉정한 광기를 멋지게 표현해 내었다.
이 영화에는 성공에 대한 판타지도 없고 재즈에 대한 낭만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왜 이토록 단순한 저예산 영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 영화는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 가슴속 어딘가 숨어있는 열정을 깨워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길 바란다. 하지만 굿을 해야 떡이 생긴다. 진짜 무당이라면 오로지 굿만 생각해야 한다. 찰리 파커가 그랬으니까.

임성운 영화감독 caraxx@gmail.com
연세대학교 졸업
2008 영화 달려라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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