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의 청춘은 암울한 걸까. 최근 개봉을 앞둔 청춘 영화들의 면면은 하나같이 잿빛이 드리워졌다. 열혈 사춘기를 지나 이제 막 성인이 됐지만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채 치열한 현실을 마주하며 좌절하는 20대의 청춘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혹은 갑갑하게 만들고 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글로리데이'(감독 최정열)는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4명의 청년이 포항으로 여행을 떠나 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류준열, 엑소 수호(김준면), 지수, 김희찬이 이제 막 성인이 된 것을 만끽하다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을 마주하고 좌절하는 청년의 모습을 함께 연기했다.
제목은 '글로리데이'였지만 영화 속 모습은 전혀 글로리하지 않다. 친구의 해병대 입대 전날 아무런 준비 없이 차 한 대로 1박 2일 간 여행을 떠난 4명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각자의 20대를 맞이했을 당시를 떠오르게 한다. 이후 포항에서 폭행을 당하는 여성을 그냥 바라만 보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 역시 정의감에 불타 고민하지 않고 곧바로 행동하기에 청춘이라는 단어를 공감하게 한다.
하지만 그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이들 4명이 얼마나 무기력한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류준열, 수호, 지수, 김희찬은 폭행 사건 이후 경찰에 끌려가고, 그 와중에 뺑소니 사건도 당하는 등 점점 수습할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며 비참해지고, 암울해진 청춘들의 단면을 내비쳤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들이기에 이번 '글로리데이'에서의 면면은 뭔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혜리를 상대로 까칠하지만 속 깊은 청소년의 모습을 연기한 류준열은 '글로리데이'에선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며 우정과 현실 사이에서 처절하게 갈등하는 내면 연기로 몰입을 높였다. 이번이 첫 스크린 데뷔인 엑소 수호는 '글로리데이'에서 할머니를 모시며 군 입대를 앞두고 할머니를 모시는 듬직한 10대의 모습을 표현했다. 수호가 연기한 상우는 '글로리데이'에서 뺑소니 사고를 당하며 스토리에 긴장감을 더했다.
오는 3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수색역'(감독 최승연)은 2002년 월드컵 유치 이후 재개발 붐이 일어난 수색역 주변에서 어린 시절 함께 지낸 4명의 청소년 앞에 벌어진 사건을 다뤘다. 이 작품은 최승연 감독이 겪었던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아역 배우 출신 맹세창과 배우그룹 서프라이즈 멤버 공명, 이태환, 배우 이진성이 합류했다.
'수색역'에서도 이들 4명의 모습은 밝지 않다. 욕설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서로를 거침 없이 대한다. 그만큼 허물없이 지냈다. 리더 원석 역의 이태환과 사고뭉치 상우 역의 공명, 중재자 역할을 도맡은 윤석 역의 맹세창 등은 이 어두운 곳에서 하루하루를 지냈다. 이후 서울 월드컵경기장 건설을 위해 재개발 관련 업무를 하게 된 이들은 열등감에 의한 치기 어린 행동 하나로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거대한 상처로 돌아오며 더욱 절망하는 모습을 그렸다.
공명은 '수색역' 촬영을 마친 소감을 전하며 "심한 감정 기복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태환은 "나중에 사고로 불구가 되는 모습이나 욕설 연기 등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촬영 분위기는 밝았지만 영화 속 모습은 전혀 밝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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