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악당 어벤져스가 여름 극장가에 떴다.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의 김의성,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의 이범수, 그리고 '덕혜옹주'(감독 허진호)의 윤제문이 뛰어난 악역 연기로 스크린을 사로잡았다.
'부산행'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쑥대밭이 된 서울역을 출발한 부산행 KTX에서 벌어진 탑승객들의 사투를 다룬 재난 블록버스터. 개봉 13일 만에 875만 관객을 동원하며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가 잘되면 영화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모두 기뻐하지만, 점점 더 욕을 먹는 배우가 있다. 바로 김의성이다. 김의성은 '부산행'에서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화 속 김의성은 고속버스 회사 상무로 등장, 오로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는 다른 이들을 도와주기는커녕, 다른 사람의 목숨을 방패로 삼아 위기 상황을 넘긴다. 좀비 떼가 득실거리는 기차역에 생존자들을 두고 가자고 주장하는가 하면, 다른 칸에 있는 생존자들이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며 함께 있기를 거부하며 일행을 위기에 빠트린다. 뻔뻔하다 못해 악랄한 모습의 김의성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분노하게 만들지만 김의성을 마냥 미워할 수 만은 없다.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가는 그의 모습이 우리 사회와 일견 닮아있기 때문이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 전황을 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한 숨겨진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이범수는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인천지역을 장악한 북한군의 수장으로 철두철미하고 냉정한 판단력, 뛰어난 전략 전술의 소유자로 자신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누구든지 망설임 없이 총구를 겨누는 불같은 성격이다. '인천상륙작전'에서 북한군 역할을 맡은 만큼, 그는 악역일 수 밖에 없다. 이범수는 X-레이 부대를 끝까지 추격해 대원들을 사살하고,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 역할을 맡은 이정재와 대립한다.
이범수는 '인천상륙작전'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배우로서 악역의 매력을 느낄 때도 많지만 이번에는 연기하기가 힘들었다"라며 "'인천상륙작전'은 우리 조국을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들을 생각하는 영화다. 나도 한국 사람인데 북한군 역할로 악역을 하기 싫었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영화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덕혜옹주'의 악의 축인 윤제문은 우리 민족의 원수로 등장해 사람 속을 긁는다. 영화 속 윤제문은 악독한 친일파 한택수 역할을 맡았다. 한택수는 친일파 이완용을 위해 일하는 인물로 덕혜옹주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왕족을 감시한다. 한국인의 피를 가지고 일본 천왕을 받들며 덕혜옹주를 괴롭힌다.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한택수의 연기는 관객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특히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민족을 팔아먹은 뒤에도 광복 후 호위를 받으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그의 모습은 우리의 아픈 역사와 맞물려 아픔과 분노를 동시에 전한다.
여기에 최근 음주운전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준 윤제문이기에 그의 악역 연기에 괜히 더 감정 이입이 된다.
이처럼 최근 개봉한 여름 영화 속 악역들은 악당들만 모아놨다는 할리우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부럽지 않은 악당 종합선물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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