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①에서 계속)
-알려졌다시피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사요나라 이츠카', '제3의 사랑' 같은 멜로영화를 연출했으면서 그 사이에 '포화속으로', '인천상륙작전' 같은 전쟁물을 만들었다.
▶서사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일맥상통 하는 데가 있다고 생각한다. 캐릭터 등을 겉으로 보기엔 다르지만, 멜로영화는 내면이 불타고 전쟁영화는 밖이 불타지 않나. 단순히 말씀드린다면 둘 모두 드라마가 강렬하다. 멜로영화는 드라마가 강렬하고 극적이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영화 또한 특히 극적이고 진정성을 담을 수 있다. 허구를 가지고 진실을 묘사하는 것이 바로 영화인들의 일이다. 거기서 진실과 진정성을 찾아가는 것이다. 저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찍으며 본질을 물으려 할 때가 많다. '인천상륙작전'에는 이정재가 맡은 장학수가 '단 한 명만 살아남더라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라고 말을 남긴다. 참 많은 걸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명감과 희생정신, 애국심이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기에 대한 맹세만이 애국은 아니다. 그 대사가 연설하듯 들린다면 저마저도 거부감이 들겠지만 자연스럽게 현실감 있는 상황에서 표출되도록 했다.
-일본에서 '사요나라 이츠카', 중국에서 '제3의 사랑' 등을 하며 나카야마 미호, 유역비와 호흡했다. 이번엔 리암 니슨과 작업했다. 소감은 어땠나.
▶미세한 작업의 디테일은 달라도 배우는 공통적으로 다 같았다. 저는 굉장히 겸손한 사람들과 일을 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모두 감독과의 호흡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들의 차이가 있다면 개인의 차이지 국적의 차이는 아닐 것이다. 캐릭터나 몰입하는 접근도 다르면서 같았다.
다 잊을 수 없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여러 모로 리암 니슨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해 여러 엄청난 감독과 일했던 배우다. 감독의 이야기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의견을 낼 때도 늘 '불편하지 않다면' 이런 이야기를 꼭 붙여가며 몹시 조심스러워하더라. 내가 불편할 정도로 예의를 갖춘다. 더 나아가 현장에서도 항상 카메라 곁에 있다. 할리우드 배우라 하면 자기 몫 끝나면 혼자 트레일러에서 쉴 것 같지 않나. 그렇지 않더라. 모든 배우 스태프가 다 놀라고 배웠다. 리암 니슨만이 갖고 있는 분위기, 호감도, 인격 이런 게 남다르다. 자연스럽게 존경을 받더라.
-영화에도 만족했다던데.
▶엄청난 프로다. 한국에 프로모션 오기 전에 15분짜리를 보냈다고 했는데 일부러 미완성 전편을 다 보고 왔다. 아들도 좋아했다며 고맙다고 하더라. 한국에서도 10대의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기쁘다.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긍정의 힘이 아닌가 한다. 장학수는 악조건과 최악의 상황에서도 늘 긍정의 힘을 놓지 않는 사람이다. 나 역시 현장에서 많이 언급했던 대목이다.
-송승헌의 연인으로 유명세를 탄 유역비도 궁금하다.
▶정말 아름답다. 자연미인이기도 하고. 제가 본 여배우 중에서도 가장 털털한 배우다. 마사지나 관리를 안 받는 것은 물론 거울도 안 보는 여자다. 푼수 같을 정도다. 연기에 몰입할 때만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촬영 현장에 가면 바닥에 테이프를 붙여 마킹을 하고 합을 맞춘다. 유역비는 불편하다면서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다고 하더라. 테이프 마킹 없이 찍었다. 굉장한 모험이었다. 스태프가 야단이 나고 내게도 도전이었지만 재미있었다. 비주얼만 송승헌과 잘 어울리는 게 아니다. 여러 모로 정말 잘 어울린다.
-다음 작품 계획은?
▶몇 편이 있지만 언급하긴 그렇다. 스케일 큰 것도, 작은 것도 있다. 국내도 해외도 있다. 새로운 장르를 고민하고 있는데, 특정 장르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제 모든 영화들은 비극을 다루고 비극적인 요소가 있다. 강렬한 드라마를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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