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만나 동정심을 자극했습니다. 안쓰러울 정도였는데,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의 허준호입니다.
지난 17일 개봉한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 감독 변성현)은 범죄조직의 1인자를 노리는 재호(설경구 분)와 세상 무서운 것 없는 패기 넘치는 신참 현수(임시완 분)의 의리, 배신을 담은 범죄액션드라마입니다.
'불한당'은 타이틀처럼 많은 불한당이 등장합니다. 허준호 역시 그 중 한 명으로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가 극중 맡은 역은 전라도의 간판 주먹 김성한인데, 말 한마디 쉽게 붙이기 어려운 분위기를 갖고 있습니다.
김성한은 재호가 장악한 교도소에 등장, 두 사람이 묘한 신경전을 벌입니다. 성한은 재호 앞에서 혈통을 강조합니다. 이 혈통이라는 게 핏줄이 아니라, 건달 세계에도 진짜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는 나름 자존심 지키며 살아온 우직한 인물로 재호와 신경전을 벌이게 됩니다. 재호가 먼저 허리를 숙여 호의를 표하지만, 이를 거절하면서 둘의 대립은 극한 상황으로 치닫습니다. 그리고 결국 1 대 1로 대결을 벌입니다.
두 불한당의 싸움은 재호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김성한의 신 훔치기는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옷을 벗기고 꽁꽁 묶인 그는 발가벗겨지고, 온 몸을 휘감은 문신이 드러납니다. "헉"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 합니다. 그러나 자신보다 더 독하고 나쁜 재호 앞에서는 꼬리를 내리고 맙니다. 결정적 한 방에 비명을 지르고 괴로워 하는데,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사실 김성한이 재호에게 호되게 당하는 신은 허준호의 연기로 더욱 끌립니다.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에게 치욕을 넘어 생을 위협하는 고문을 당하는 모습을 온 몸으로 표현한 허준호였기에 동정심까기 불러 일으킵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2003년 개봉한 '실미도'에서 허준호는 설경구를 혹독하게 훈련시켰는데, 이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허준호가 제대로 당한다'는 느낌을 자아내게 합니다. 물론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알 수 있는 상황입니다.
'불한당'에서 허준호는 짧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눈빛부터 발끝까지 온 몸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분량을 완벽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덕분에 영화가 끝난 후에 주인공을 제외한 여느 나쁜 놈들 중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