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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지금껏 볼 수 없던 전쟁영화..최고 그이상

'덩케르크' 지금껏 볼 수 없던 전쟁영화..최고 그이상

발행 :

전형화 기자

[리뷰] 덩케르크

사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덩케르크'로 돌아왔다. 지금껏 볼 수 없던 전쟁영화다.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과 구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06분 동안 쉬지 않고 심장을 조인다.


'덩케르크'는 1940년 5월28일부터 6월4일까지 프랑스 덩케르크 해변으로로 밀려난 영국군과 프랑스군을 영국으로 철수시킨 다이나모 작전을 담는다. 2차 세계대전 초반 독일군에 쫓겨 고립된 자국 군인들을 조국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영국 전역의 배 900여척이 동원된 역사적인 사건을 영화화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인셉션' 이후 '덩케르크'를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부터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이 상당했다. 지독할 정도로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놀란 감독이 전쟁영화를, 그것도 승리한 전투가 아닌 철수 작전을 영화화한다고 했기 때문. 놀란 감독은 실제 덩케르크 해변에서 천명이 넘는 엑스트라를 동원해 영화를 찍었다.


마침내 공개된 '덩케르크'는 단연 최고다. '덩케르크'는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놀란의 전작들처럼 시간을 재배열해 하나의 시공간을 향한다. '다크나이트'처럼 궁지에 몰린 인간의 선택에 주목한다. 이 배열과 드라마로, 러닝타임 내내 어떤 스릴러 못지 않게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덩케르크'는 해변에서 일주일, 바다에서 하루, 하늘에서 한시간으로 구성됐다. 언제 올지 모르는 고국의 구조를 기다리는 해변가의 군인들, 그리고 그들을 구하려 요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 해변가를 폭격하는 독일 전투기를 요격하려 출격한 영국 전투기들. 이렇게 각각의 시간들 속에서 보내는 드라마를 교차 편집해 마침내 철수하는 그 시간과 공간으로 관객을 이끈다.


줄지어 서서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군인들. 가끔 하늘에서 독일의 전투기

메서슈미트 Bf 109 (Me 109)가 기관총을 쏘거나 슈투카 급강하폭격기가 폭탄을 떨구면 그저 고개를 숙이거나 도망가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그들. 그 와중에도 꼭 살아보겠다고 줄에서 벗어나 어떻게든 배를 타려 하는 젊은 군인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끼리 말 한마디 안 나눈 채 짝을 맞춰 이 배, 저 배를 기웃거린다. 간신히 탔던 배도 독일 U보트의 어뢰에 침몰한다.


적지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는 젊은 군인들을 집에 데리고 오려 직접 요트를 끌고 험난한 바다를 건너는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그의 친구. 선미만 남은 배 위에 덩그란히 앉아 있는 병사를 구한다. 공포에 떨고 있는 그 병사는 지옥 같은 덩케르크에 간다는 말에 패닉을 일으킨다.


철수 작전을 돕기 위해 출격한 영국 스핏파이어의 조종사들. 돌아올 때 필요한 기름을 계산하며 적기와 싸운다. 독일 Me 109와 꼬리를 잡는 공중전(도그파이팅)을 하는 한편 배를 요격하는 독일 폭격기도 격추시켜야 한다. 동료들은 하나둘 산화하고, 돌아갈 기름마저 점점 떨어진다.


'덩케르크'는 이 세 가지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얽는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 앞에 선택지가 놓인다. 누가 살아야 하고, 누구를 살려야 하나. 죽음이 어른거리는 곳으로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우들을 구하기 위해 더 전투를 해야 하나, 기름이 떨어지기 전에 돌아가야 하나. 각각의 드라마가 쌓이고 쌓이는 가운데 창공의 전투 장면과 바다의 침몰 장면, 그리고 해변의 위기가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영화를 바짝 조인다. 때로는 황홀하게,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숨 막히게.


그리하여 이 이야기들이 마침내 구출의 시간과 공간으로 합쳐질 때, 패배의 서사가 구원의 서사로 바뀐다. 박수를 치는 병사들과 관객의 마음이 하나가 된다. 놀란 감독은 최악의 순간이 올 때 인간의 선택에 선의를 믿는다. '덩케르크'에도 그 시선은 명징하다.


놀란 감독은 '덩케르크'를 적이 등장하지 않는 전쟁영화로 만들었다. 독일군이라곤 전투기 조종사를 흐릿하게, 그리고 마지막에 저 멀리서 어렴풋이 담았을 뿐이다. '덩케르크'가 죽고 죽이는 전쟁영화가 아니라고 선언한 듯 하다. 그저 구출의 이야기, 구원의 이야기,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 결과로 최고 그 이상의 전쟁영화가 탄생했다. 카메라는 유장하며, 음악은 유려하다. 영화 전체를 오케스트라 선율처럼 이끈다.


스핏파이어와 Me 109의 공중전은 역덕(역사 덕후)과 밀덕(밀리테리 덕후)이라면 넋을 잃고 경탄할 만큼 아름답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붉은 돼지' 공중전 이래 가장 아름다운 감탄할 만한 도그 파이팅이 펼쳐진다. 그야말로 하늘을 수놓는다. 이 광경을 만끽하려면 IMAX로 봐야 한다.


실제 역사에서 덩케르크 철수 작전은 해변에 고립된 영국군 20여만명과 프랑스군 10만여명을 구출했다. 영국 처칠 수상은 의회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끝까지 갈 것입니다. 우리는 바다에서도 싸울 것입니다. 공중에서도 싸울 것입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영국을 지킬 것입니다.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들판에서, 거리에서, 언덕에서 싸울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덩케르크'의 주제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 그리고 선택. 몰아치는 감정의 파고를 끝까지 겪고 나면 어느새 이 주제가 마음에 스며드는 걸 확인할 수 있다.


7월20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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