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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 김종관 감독 "'최악의 하루'가 용기가 됐다"(인터뷰①)

'더 테이블' 김종관 감독 "'최악의 하루'가 용기가 됐다"(인터뷰①)

발행 :

김현록 기자

영화 '더 테이블' 김종관 감독 인터뷰

'더 테이블' 김종관 감독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더 테이블' 김종관 감독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최악의 하루' 이후 1년, 김종관 감독은 신작 '더 테이블'을 내놨다. 전작에서 그 여자에게 닥친 하루의 이야기를 걸음걸음과 함께 담았다면 '더 테이블'에선 그 자리에 다가온 여자의 순간순간을 담았다. 계절이 바뀌는 어느 하루, 조용한 카페 한 켠의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간 네 여자, 그녀와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진다.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그리고 임수정. 네 명의 여배우를 캐스팅해 펼쳐낸 일상의 풍경, 결국은 진심에 가 닿는 솔직하지 못한 이야기들에게선 여전한 김종관 감독의 관심과 장기가 드러난다. 그에게서 들어본 '더 테이블', 그 속의 네가지 이야기, 그리고 여덟 배우들.


-'더 테이블'은 독특한 구성과 설정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다. 어떻게 출발했나.


▶그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출발이었다. 전작 '최악의 하루'를 찍고 후반작업을 할 때 썼다. 자연스럽게 뭔가 최악의 하루와 이어져 있는 것 같다. 둘 모두 하루 동안에 벌어지는 일이고, 서울의 비슷한 공간이 배경이다. '더 테이블'도 마찬가지다. 저희 집 근처이기도 한데 경복궁 근처 체부동에 있는 플로리스트 작업실을 카페로 꾸몄다. 동네에서 관찰한 것을 녹일 수도 있고 여러 편리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최악의 하루' 이후 창작적인 질문도 있었다. '최악의 하루'가 걸어 다니는 이야기라면 이번엔 앉아있다. 저는 많은 단편 작업을 해 왔고 이 영화는 단편소설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제가 해 볼 만한 이야기가 아니겠나. 그런 구성에서 뭔가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상업적인 가치를 먼저 생각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당시엔 상업영화를 먼저 하고 그 후에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다 써놓고 보니 욕심이 났다. '최악의 하루' 다음의 질문이니 그 다음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최악의 하루'가 의미있는 평가를 받은 것이 '더 테이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겠다.


▶'더 테이블'을 먼저 했다면 낯설었을 수 있다. '최악의 하루'를 했으니까 연이어서 봐주는 분들이 있다면 제가 창작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려하는지 이해해 주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됐다. 아주 상업적으로 많이 잘 된 것은 아니지만 제 영화에 대해서 전보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생겼고 그래서 좀 더 용기를 내 볼 수 있었다. 이 영화가 마찬가지로 그런 결과를 만들어낸다면 그 다음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유미 한예리 정은채 임수정 네 스타 배우이 참여했다. 그만큼 관객과 소통하고 싶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워낙 걸출한 배우들이다보니까. 작은 영화인데 배우들이 참여해 의미를 더해 준 것이 저에게는 행운이다. 영화들이 획일화돼 있고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없다보니까 여배우들이 본인들이 다양한 영화 쪽으로 시선을 돌려준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저에게 이점으로 작용했다.


'더 테이블' 김종관 감독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더 테이블' 김종관 감독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배우들을 염두에 두고 각본을 쓰지 않았다지만 점지했나 싶을 만큼 역할들이 절묘하게 맞어떨어진다.


▶얼추 맞는 역할을 제안했다. 점지가 통했냐 한다면 그런 셈이다. 미리 가늠을 하는 것이다. 이 배우가 이런 역에 맞겠다 하고. 배우들도 재미있다 재미없다 판단하겠지만 '이 캐릭터를 내가 소화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것 같다.


-밸런스도 절묘하다.


▶4가지 사연이 있지만 하나의 인상으로 보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같은 공간 같은 테이블 같은 의자에 배우들이 순차적으로 앉는데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 자체로도 관통하는 게 있다. 이들은 서로 만나지 않지만 유대되는 감정들이 있다. 테이블 위의 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거나. 이 영화의 전략은 배우 입장에선 쉽지 않을 수 있다. 짧은 촬영 기간 동안 아주 좋은 컨디션을 확보받는 게 아닌데 좋은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 긴장, 위험도가 있다. 이를 감수해준 것이다. 그런 긴장이 찍으며 좋았다. 배우들의 장점이 잘 드러났으면 했고, 에피소드별 장점도 가져갈 수 있게 노력했다. 배우들이 생각보다 캐주얼하게 접근해줬다. 옷도 다 자기 옷을 입었을 정도다 .네 배우 모두 다양성 영화를 한 경험이 있다. 본인들이 본인 캐릭터를 알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더 테이블' 김종관 감독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더 테이블' 김종관 감독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유진 역 정유미는 스타가 되어 이젠 회사원이 된 옛 남자친구 창섭(정준원 분)을 만난다. 정유미의 데뷔를 함께 한 경험이 있으니까 이 역할을 제안했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쓸 때 그런 톤의 배우를 그리며 쓴 건 아니다. 내가 아는 배우니까 줘볼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는데 정유미 배우가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본인도 자신있어 했다. 저도 알고 있으니까 믿음이 있었다. 배우가 자신감을 보일 땐 밑그림이 있겠구나. 실제로도 잘 해줬다. 영화 속 유진과 창섭은 오랜만에 만나지만 저와 정유미는 서로가 변화하는 과정을 계속 봐오지 않았나. 운 좋게 그 좋은 배우가 처음 시작하는 걸 봤다. 배우의 성장을 본 것은 의미있다. 그 때도 정유미는 배우였다. 꾸준히 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스타였다. '폴라로이드 작동법', '조금만 더 가까이' 그리고 지금까지 5~6년 터울로 3개 작품을 했다. 캐릭터를 다르게 제안하긴 했지만 배우의 성장을 연출하며 확인하는 즐거움이 컸던 것 같다. 영화에선 배우라는 사람이 변하는 게 아니라 그를 지켜보는 사람이 변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유미 배우는 굉장히 안 변한 사람이다. 배우로서 굉장히 성장하고 그러면서 성숙한 여인이 되었지만,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지금과 거의 변하지 않았다.


-상대로 나오는 정준원도 능청스럽게 어우러졌다. 2번째 편의 전성우와 함께 신인에 가까운 배우를 기용했다.


▶정준원 배우는 신연식 감독의 '프랑스 영화처럼'에 나왔다. 누군가 그 배우를 추천해줬다. 무대인사 하는 동영상을 봤는데 풋풋하고 좋았다. 원래는 정은채 상대역으로 만났는데 배우가 가지고 있는 센스가 이 역할도 할 수 있겠더라. 본인은 전혀 그런 성격이 아니다. 남자배우를 신인으로 한 건 어느 정도 염두에 둔 결정이다. 여배우가 먼저 캐스팅됐고, 김혜옥 선생님에 연우진까지 화려한 건 됐다 싶었다. 능력있는 신인들이 같이 하면 영화적으로 의미있을 수 있겠다 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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