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연식(42) 감독이 기독교인, 비기독교인과 죄에 대해 이야기 할 영화 '로마서 8:37(로마서 8장37절)'로 관객들과 만난다.
'로마서 8:37'은 전도사 기섭(이현호 분)이 자신이 동경하는 형이자 목사인 요섭(서동갑 분)의 부탁을 받고, 그를 둘러싼 사건을 해결하던 중 숨겨졌던 실체에 다가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기섭을 통해 누구나 죄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강조한다. 표면적으로는 교회 안의 비리와 추악한 죄에 대해 이야기 하는 고발성 영화로 볼 수 있겠지만, 내면에는 죄와 관련해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뜻이 담겼다.
신연식 감독은 '로마서 8:37'을 두고 "기독교 영화"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 영화지만, 비기독교인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그리고 교회 안에 숨겨진 비리를 고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회 고발성 영화는 정말 아니에요. 물론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죠. 화 내는 사람은 이유가 있잖아요. 뭔가 찔리는 게 있으면 '고발성 영화'라고 단정 짓겠죠. 하지만 저는 고발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만든 것은 아닙니다."
영화는 목사와 그를 둘러싼 교회 관계자들의 비리, 성폭행 사건 등을 다룬다. 교회를 둘러싼 문제를 다뤘으니, 개봉 후 일부 기독교인들로부터 지탄 받을 수도 있는 상황. 이에 걱정되지는 않았는지 묻자 "전혀"라고 말했다.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았어요. 무섭지 않았죠. 이런 것보다는 하나님(신앙적으로)이 두려웠죠. 어떤 이익을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든 게 아니었는데, 자꾸만 자기 의심이 되었어요."
신연식 감독의 신앙적으로 두렵다고 한 것은 그가 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3대 째 모태신앙으로 말씀(성경)을 삶에 적용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에서 시작된 게 '로마서 8:37'인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제작하기까지 쉽지 않았고,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좋은 배우' '페어 러브' '배우는 배우다' '러시안 소설' '조류인간' 등을 통해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해 온 감독이 고민을 했다고 하니 쉬이 의외이긴 했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이 영화는 말씀을 삶에 적용하는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어요. 복음, 은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죄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와 관련해 취재를 시작하게 됐어요.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것들은 충격적이었고, 고통스럽고, 감당하기 힘든 것들이었어요.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이런 생각을 계속 했었어요."

그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를 두고 상업적인 소재로 비춰 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의 영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것은 또한 영화 타이틀로 차용된 성경 구절인 로마서 8장 37절(그러나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과 연결된다.
"관점에 따라 상업적인 소재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의도를 가진 게 아니라서 애당초 상업적 자본의 투자도 받지 않았죠. '동주' 이후로 빚을 갚고, 딱 이 영화 제작할 정도만 남았었어요. 그래서 해야 되는구나 싶었죠."
사실 이런 소재는 공분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고, 그간 이런 것들은 실패한 적이 없었죠. 돈을 벌기 쉬운 방식인데, 저는 절대 그런 게 아니었어요. 먹고 살만한데, 왜 이런 짓을 할까라는 생각도 수백 번 들었고요. 어쩌면 마지못해 했다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작업이라 이 영화로 돈을 벌던, 상을 받던 기쁘지 않을 것 같아요."
신 감독은 이 영화가 자신에게 아픈 영화라고 했다. 신앙적이든 단순히 영화 감독이든 말이다.
"저도 믿는 사람이니, 신앙적으로 당연히 아프죠. 그리고 저 스스로 이런 얘기를 할 만한 사람도 아니니까요. 사실 인간에게는 가치를 판단하고 주도하고 싶은 게 있어용. 그러나 인간에게는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요. 그런 능력이 없다고 해서 아무 것도 안 할 수는 없죠. 단, 매 순간 두려움을 갖고 선택을 했을 때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저 또한 그런 것들을 말하고 싶었던 거에요. 취재를 하면서도 봤지만, 지나치게 자기 확신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꼭 사건에 연루되더라고요. 목사님도 마찬가지고요. 저는 그런 자기 확신이 지나친 분들을 보면 불안해 보여요."
신연식 감독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많은 취재를 했다고 밝혔다. 즉, 영화가 100% 실화라는 것이다. 실제 벌어졌던 사건이라고 한 만큼 영화는 얼마나 극적으로 표현했을지 궁금해 하자 "실제보다 더 순화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내용은 100% 사실이에요. 물론 인물의 성격이나 내용의 구성은 여러 이야기를 섞은 것이죠. 순수 창작물이지만 팩트에 기반한 영화라고 보시면 돼요. 영화는 현실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순화했죠. 취재한 내용은 받아들이기 힘들었거든요. 더 아프고, 더 더러운 면도 있었죠."
그는 '로마서 8:37'을 품고 있는 것 자체로 불편하고 힘들었다고 밝히면서 오락영화도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동주' 때도 그랬지만 이런 장르 영화를 하면 정말 힘들어요. 어디 가서 말도 조심해야 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죠. 그래도 시대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사회적 현상에 대한 책임, 의식을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영화적 성공의 도구로만 보면 안 되요. 예의가 아니까요. 그런 복합적인 것들이 힘들죠. 이젠 정말 오락 영화를 하고 싶네요."
실제 오락 영화를 준비 중인 신연식 감독. 이에 '로마서 8:37'을 이을 신앙을 영화에 담는 프로젝트는 언제 다시 선보일지 궁금해 하자 "아직이다"고 했다.
"'로마서 8:37'처럼 해야된다는 욕심이나 욕망으로 할 생각은 없어요. 하게 될 때가 오면 할 것 같아요. 다음엔 복음, 은혜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 이번보다는 나을 듯 하네요."

신앙인으로서, 창작자로서 '로마서 8:37'을 제작과 연출을 하며 적잖은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았던 신연식 감독. 그는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종교적인 것을 떠나 함께 생각했으면 하는 게 있다고 했다.
"죄가 없다는 생각을 안 하게 하는 게 제 목표에요. 악행에 따라 죄가 나오는 게 아니라, 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 하자는 것이지요. 그래서 기독교인, 비기독교인 모두 이번 영화를 볼 수 있어요."
감독의 이런 말은 영화에 잘 담겨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누구 하나 죄 짓지 않은 사람이 없다. 크고 작든 죄에 엮여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죄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달라지고, 깨달음을 얻고, 삶의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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