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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서 "'박열'로 배우 계속 해도 되겠다란 용기 얻었다"

최희서 "'박열'로 배우 계속 해도 되겠다란 용기 얻었다"

발행 :

전형화 기자

[2017 영화 결산 릴레이 인터뷰]

최희서/사진=임성균 기자
최희서/사진=임성균 기자

올 한해 한국영화계는 다사다난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스타뉴스는 그 중심에 섰던 영화인들을 릴레이로 만났다. 세 번째 주자는 배우 최희서다.


대종상 신인상 및 주연상. 청룡영화상 신인상. 부일영화상 신인상. 더서울어워즈 신인상. 영평상 신인상. 디렉터스컷 신인상. 부산영평상 신인상. 최희서가 '박열'로 받은 상들이다. 최희서에게 2017년은 분명 두 번 안 올 한해다. '박열'의 가네코 후미코로 상반기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연말에는 상을 휩쓸었다.


최희서는 어쩌면 가네코 후미코를 만나 행복했고, 어쩌면 가네코 후미코가 넘어야 할 벽일지도 모른다. 최희서를 만나 그녀의 2017년을 들었다.


-'박열'로 그야말로 연말 시상식을 휩쓸었다. 솔직한 기분은.


▶물론 기분이 되게 좋았고 행복했다. 예전에는 무명배우였던 내가, 이제는 조금은 알려진 기분이다. 어떤 기대 같은 게 조금이나마 생겼을 수도 있고.


-모든 상이 다 기뻤겠지만 여러 상 중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나.


▶말 그대로 모든 상이 정말 기쁘고 감사했지만 그래도 꼭 하나만 꼽으라면 대종상 여우주연상이다. 신인상은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으니 수상소감을 준비했지만 여우주연상은 꿈에도 생각못했다. 후보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펑펑 울었으니깐. 자고 있는데 엄마가 깨워서 대종상 여우주연상 후보가 됐다고 이야기를 전해줬다. 일어나자마자 그대로 울었다.


-한편으론 신인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받은 데 대해 여러 말들도 나왔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떻게 두 개를 받지란 생각을 했으니깐. (웃음) 이준익 감독님이 심사위원들 이야기를 해주면서 남들이 뭐라고 해도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셨다. 뭐, 두 번 다시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으니깐.(웃음)


-여러 상을 받고 있긴 하지만 좀처럼 상업영화 차기작이 결정되지 않고 있는데. 불안하고 초조하진 않나.


▶초조하긴 한데 예전과는 좀 다르다. 예전에는 정말 막막했는데 요즘은 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마음 먹는다. 최근에 한국영화아카데미의 한가람 감독님 영화 '아워바디'를 크랭크업했다. 고시 8년 차인 31살의 이야기다. 자취방에서 게임만 하다가 어느 날 공원에서 달리기를 하는 여자의 모습이 멋있어서 달리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박열' 이후 주로 어떤 작품들 출연제안을 받나.


▶TV드라마는 여주인공 친구, 영화는 저예산영화들이 많다. 신연식 감독님은 들어오는 건 다 하라고 하신다. 어떤 분들은 신중하게 선택하라고 하시고. 많이 고민 중이다.


-사실 내년 기대작인 TV드라마 여주인공 친구 오디션 제안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내심 기대했는데 안됐더라. 좋은 말을 듣지 못했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안될 것 같긴 했다. 최근에 가장 재밌게 본 영화를 묻길래 '맨체스터 바이 더 씨'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렇게 어려운 영화 보는 똑똑한 배우와 일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지 않은 게 더 좋은 일일 수 있을 것 같다. '박열'을 하고 달라진 게 있다면.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 내 연기를 인정 받았다기보다 이런 배우가 있다는 걸 알아봐주신 것 같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더 떳떳하게 이 직업을 계속 해도 되겠구나란 용기를 얻었다는 점이다.

최희서/사진=임성균 기자
최희서/사진=임성균 기자

-가네코 후미코는 아나키스트이자 페미니스트이자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다. 그 캐릭터의 영향을 연기하면서 많이 받았나.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에 종속된 여인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었다. 이준익 감독님은 후미코가 아마도 동북아 최초의 페미니스트가 아닐까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박열'에서 내 모습을 좋게 봐주셨다면 실제인물인 가네코 후미코가 워낙 대단한 사람이기에 그 모습을 좋게 봐주셨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똑똑한 여자배우와는 일하기 어렵다는 어떤 사람처럼 연예계에는 그런 편견이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연예계뿐만은 아니지만. 주체적인 여성을 연기했던 배우로써, 평소에도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써, 힘든 순간들은 없었나.


▶다행스럽게 내가 연기를 하면서 만난 분들은 좋은 사람들 밖에 없었다. 내 주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들과 일을 같이 했다. 행운이었다. 부모님도 남동생과 차별 없이 키우셨고. 내가 그런 점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다는 건 그로 인한 차별을 심하게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신인배우라서 그럴지는 모르겠으나 여자가 키가 작으면 매력이 없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고, 술을 마시면 손을 잡으려 하는 경험이 있긴 하다. 그걸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둔했다는 건, 그게 모욕적이라고 스스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문제들에 대해 난 나 밖에 몰랐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가네코 후미코 역으로 주목받은 건, 한편으론 감사할 일이지만 한편으론 넘어야 할 벽이기도 할텐데.


▶어쩌면 죽을 때까지 가네코 후미코 같은 캐릭터를 못 만날 수도 있다. 만나도 못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려 한다. 이제 시작이니깐.

최희서/사진=임성균 기자
최희서/사진=임성균 기자

-최희서에게 2017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 것 같은가.


▶어렵네요. 마냥 기뻤다가도 12월에는 많은 걸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불안함과 앞으로 어떤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란 기대도 있다. 솔직히 불안한 게 더 크다. 그렇지만 불안함은 내 원동력이다.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불안해한다. 배우란 게 (선택되길)기다리는 직업이니 불안하고, 막상 일을 하게 되면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도 생기고. 그걸 계속 반복하는 것 같다.


-스스로에 대한 불만족은 없나.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신체조건에 대한 불만족은 없다. 키가 더 크고, 얼굴이 좀 더 작았다면, 뭐 그런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나 다 특별하지 않나. 난 내가 갖고 있는 특별함을 믿는다. 나만이 알고 있는.


-그 특별함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것 같다. 시나리오도 계속 쓰고 있는 걸로 아는데.


▶단편 시나리오를 5개 정도 썼고. 장편도 쓰고 있다. 그중에는 공모전에 계속 떨어지는 작가 이야기도 있고, 미혼모 이야기도 있다. 희한하게 작가 지망생 이야기가 많이 써지더라.


-UC버클리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도 출연했고.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연극 일정 때문에 포기한 적도 있고.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은 계획은 없나.


▶한국영화, 한국드라마에서 한국인 역을 맡고 싶다.(웃음)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활동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 작품이 먼저다.


-이준익 감독, 봉준호 감독과 작업을 했는데.


▶정말 너무너무 대단한 분들이다. 그분들 작품에 배경의 일부라도 같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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