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에서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제작 영화사집)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은 외환위기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1997년, 국가부도라는 위기를 맞이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김혜수 유아인 조우진에 프랑스 배우 뱅상 카셀까지, 믿음직한 배우군단이 그 시대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주역들이 함께한 기자간담회엔 특히 시선을 붙드는 얼굴이 있었습니다. 바로 배우 허준호입니다.
1986년 데뷔한 허준호는 1990년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해 온 배우입니다. 노래와 춤에도 뛰어났던 그는 개성 강한 마스크로 거친 남자의 여린 속내를 절절히 표현하곤 했습니다. 영화 '실미도'에서 북파공작원들을 진심으로 아꼈던 거친 교관의 마지막 외침은 천만 관객의 마지막 눈물샘을 자극했었죠. 2010년 영화 '이끼'를 끝으로 한동안 그를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반가운 복귀를 알린 것은 지난해 영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이었습니다. 감옥 안의 무법자로 군림하던 설경구를 제압하려던 묵직한 조폭으로 등장해 온통 시선을 빼앗았었죠.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선 더 무시무시한 살인마였습니다.
'국가부도의 날'에선 조금 다른 허준호를 볼 수 있습니다. 허준호가 맡은 갑수는 건실한 중소기업의 사장입니다. 국가위기를 모른 채 어음거래에 도장을 찍고 만 그는 가족과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복귀 후 처음으로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던 그는 "국민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라 영광이기도 하고 부담도 됐다"며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국민의 모습이 잘 표현됐는지 걱정"이라고 겸손한 소감을 전했습니다.
감독과 제작사는 갑수의 상징성에 주목, 1997년을 대변하는 듯한 얼굴을 찾았고, 바로 허준호가 그 역을 맡았다는 후문입니다. 허준호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드라마가 느껴지는 듯한 얼굴로 영화의 한 축을 책임집니다. 함께 호흡한 김혜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힘을 뺀 상태인데도 많은 드라마가 담긴 허준호라는 배우의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그것이 굉장한 공감대와 감동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을 정도입니다. 그의 흡인력 있는 연기에 대해 칭찬하는 질문도 나왔죠. 허준호는 본의아니게 겪었던 슬픔과 아픔까지 캐릭터에 녹여내 극적인 순간들을 표현했다며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몇 마디 말을 전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인사는 "그저 많이 봐 달라는 이야기"라는 소박한 당부였습니다. 스크린 속 갑수의 얼굴을 지켜본 후라서였을까요. 오랜만에 다시 얼굴을 마주한 배우 허준호가 더 반갑고 특별하게 다가온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내년 영화 '퍼펙트맨'으로 다시 관객과 만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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