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드라마 '봄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 예능프로그램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로 활발히 시동을 건 배우가 있다. 바로 정해인(31)이다. 엄청난 상승곡선을 그려온 그는 앞으로도 늘 해왔던 것처럼 차분하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해인은 그간 선보여왔던 '연하남', '로맨티스트'의 이미지를 벗고 영화 '시동'을 통해 거친 모습을 선보인다.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진짜 세상을 맛보는 유쾌한 이야기다.
정해인은 '시동' 시나리오를 보고 출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갈망과 따뜻한 에너지를 꼽았다. 물론 시나리오의 재미는 덤이었다고. 평소에 웹툰을 즐겨보지 않는 그는 '시동' 시나리오를 보고 만화책 같았다고 말했다.

"사람 사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죠. 누구나 말 못할 사정이 있고, 사람마다 부족함이 있어요. 결핍이 있기 때문에 서로 기대고, 끌어주고 땡겨 주면서 채워주는 이야기에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시동'이 그랬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보고 만화책 같이 전개가 빨랐어요. 웹툰이 원작인 걸 몰랐었어요. 물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싶은 갈망이 늘 있죠."
정해인은 드라마 '봄밤'과 영화 '시동'을 정확히 같은 시기에 촬영했다고 털어놨다. 정해인은 '봄밤'에서 로맨티스트 연하남이었고, '시동'에서는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 역을 맡았다. 그는 당시의 스케줄 표를 꿰고 있었다. 두 작품을 동시에 촬영을 했지만 캐릭터의 결이 다르기에 힘들었지만 즐겼다고 웃음을 지었다.
"캘린더에 입력해 놓은 스케줄을 보면 격일로 '시동', '봄밤'이 왔다 갔다 했어요. 어떤 캐릭터가 더 편하다고 하기는 어려워요. 다른 캐릭터기에 못했던 걸 왔다 갔다 하면서 할 수 있어서 해소가 됐던 것 같아요. '봄밤'에서는 캐릭터의 제한이 많았고, '시동'에서는 거침없이 연기를 했죠. 스트레스가 풀렸어요. 두 가지 번갈아가면서 하니까 서로를 채워준 것 같고, 재밌었어요. 물론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재밌고 즐겼어요. (웃음)"

'시동'은 평점 9.8점을 기록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화화했다. 정해인은 촬영을 할 당시에는 웹툰 영화화에 대한 부담이 없었다고 했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뒤늦게 부담감이 다가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시동' 속 정해인의 모습은 지난해 초 종영한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그가 맡았던 캐릭터인 유정우 대위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는 상필 역할을 위해 기술적인 부분이나 걸음걸이 등 디테일한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시동' 촬영이 끝나고 나서 부담감이 다가왔어요. 촬영할 당시에는 부담감이 없었죠. 아무래도 웹툰을 안 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최정열 감독님께서도 촬영이 끝난 뒤 웹툰을 보라고 하셨거든요. 아마 이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촬영할 때 순수하게 그 신과 촬영에만 집중해야하는 걱정을 하면 촬영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잘한건가?' 싶었지만, 감독님만 믿고 갔어요.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눈 부분인데,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유정우 대위와 '시동'의 상필은 결이 달라요. 기술적인 변화를 줬고, 디테일함을 더했죠."
정해인은 마동석과 함께 호흡을 할 수 있던 시간이 적어서 아쉽다고 털어놨다. 물론 평소 팬인 박정민과의 촬영 분량도 생각보다 적어서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젠간 기다리면 또 만날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동석 선배님과는 한 신 정도 함께 촬영했어요. 그래서 호흡을 맞췄다고 할 수가 없어요. 정민이 형과의 첫 만남은 설레고 떨리고 괜히 긴장이 됐었죠. 영화나 드라마의 한 관객이고 시청자이기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분들을 만나면 신기해요. 연예인을 만난 느낌이랄까요. 그런데 떨림이 촬영 시간이 비례했던 것 같아요. 처음엔 신기했지만, 계속 신기하진 않았어요. 함께한 촬영 분량이 생각보다 적었기에 언젠가 하다보면 또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정해인은 올해 '봄밤', '유열의 음악앨범', '정해인의 걸어보고서(이하 걸어보고서)'까지 드라마, 영화, 예능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기에 부담스럽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예능인에 대한 경외심이 생겼다고 했다. 예능프로그램이 첫 방송된 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정해인과 정해인의 부모님이 도배됐던 터. 이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화제 역시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예능프로그램이기에 부담감이 있죠. '걸어보고서'를 하고 느낀 게 있어요. 예능하시는 분들에 대한 경외심이요. 즐겁기도 했지만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잠자는 시간 빼고 마이크를 차고 있다는 거죠. 괜히 뭔가 더 하려고 하고, 부자연스러운 저의 모습이 나오는 걸 발견하고 힘들었어요. 몇일 지나니까 적응이 되긴 했어요. 그래서 예능인들이 대단한 것 같아요. 반응 역시 전혀 예상을 못했어요. 정말 그럴 줄 몰랐어요. 어찌됐든 방송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한편으로는 감사하고 든든해요. (웃음)"

정해인은 '걸어보고서'를 통해 소소한 일상을 공개했다. 특히 화제를 모았던 건 그의 부모님 뿐만 아니라 햄버거 먹방이었다. 한 번에 4개의 햄버거를 먹었기 때문. 정해인은 자신의 먹방에 대해 리얼리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브래들리 쿠퍼와 같이 10년 후엔 감독이나 제작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했다.
"햄버거 먹방은 정말 리얼리티였어요. 그때 너무 배가 고팠거든요. 그리고 햄버거가 정말 맛있었어요. 생각보다 햄버거가 작아요. 한국에도 그 햄버거 매장이 있다고 해서 두 번이나 방문했어요. 직원 분께서 저 때문에 갑자기 손님이 많이 늘어서 바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전 감사하다고 했어요. 힘든데 감사하다고 한 게 좀 이상하긴 하지만요. 브래들리 쿠퍼를 언급한 것은 제가 그때 의욕이 좀 앞섰던 것 같아요. '시동'의 상필이처럼요. (웃음) 의욕이 충만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제가. 지금 본업도 하기 벅차긴 하지만, 버티면 언젠간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정해인은 "저는 욕심이 많아요. 특정 지어서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다기보다 뭐든지 다 해보고 싶어요. 매 작품, 매 촬영마다 자존감이 흔들릴 때가 있어요. 자존감이 흔들려서 붙잡으려 오기가 생겨요. 쉬운 연기, 쉬운 캐릭터는 하나도 없어요. 못하는 건 본인 스스로 제일 잘 알죠. 흔들려도 또 다시 잡는 편이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요. 제가 엄청난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구요? 아니에요. 전 늘 해왔던 것처럼 차분하고, 묵묵하게 하려고 해요. 지금까지 쭉 그래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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