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몰랐던 영화 속 뒷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낮손님'은 1990년대 중반, 대학가에서 은밀하게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토요일밤부터 일요일새벽까지' 박세민 감독이 25년만에 내놓은 영화다.
박세민은 1980~90년대 "냉장고를 녹이는 뜨거운 남자 박세민입니다"라는 유형어로 큰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이었다. 그랬던 박세민은 '신사동 제비'(1989년)로 영화감독으로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가 1994년 발표한 '토요일밤부터 일요일새벽까지'는 에로와 코미디를 결합한 B급 무비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당시 대학생이 꼽은 그해의 영화 10선에 들기도 했고, 에로영화에도 걸작이 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후 부침을 겪던 박세민 감독이 강산이 두 번 반 지나 내놓은 '낮손님'은 전작들의 잔향이 담겨있다. 역시 에로와 코미디를 결합한 영화다. '낮손님'은 어머니에게 모텔을 물려받은 경숙이 매번 503호를 찾는 두 남자에게 궁금증을 품고 그 방에 CCTV를 설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좋은 영화라고는 할 수 없어도 웃긴 영화라고 불리고 싶다는 박 감독의 영화답다. 아는 사람만 웃기는, 볼 때는 안 웃긴 데 지나고 나면 피식 웃기는, B무비스런 영화다.
'낮손님'은 503호의 비밀을 따라간다. 503은 아는 사람만 아는 정치적인 함의가 담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인 번호인 탓이다. 박세민 감독은 과연 알고 503호의 비밀을 에로코미디에 녹여냈을까? 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면 '낮손님'은 지독한 정치 풍자였을 터.
박세민 감독은 "전혀 몰랐다. 영화를 홍보하려 출연한 한 프로그램 PD가 '503'은 빼고 해달라면서 설명해줘서 알았다"며 손을 내저었다.
"사실 처음에는 302호, 303호 설정이었다. 방들이 연속으로 붙어있어야 했으니깐. 그런데 모텔을 통째로 빌려서 찍다 보니 아랫층들은 스태프 숙소로 사용했고, 가장 위층이 채광 등을 고려할 때 좋아서 503호로 선택했다."
우연의 일치라는 뜻이다. 다만 우연의 일치라도, 작품이란, 종종 창작자의 의도와는 관계 없는 해석을 낳는다. 누군가는 '낮손님'을 보면서 '503호'라는 숫자에서 전혀 다른 해석을 얻을 수도 있다. 어이없어 웃을 수도 있다. 그게 B무비가 주는 재미기도 하다.
'낮손님'은 15일 개봉했다. 조금 있으면 VOD로 서비스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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