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현 감독이 '파수꾼' 이후 9년 만에 신작 '사냥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파수꾼' 개봉 후 다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그의 차기작을 보는 건 쉽지 않았다. '사냥의 시간'은 긴 기다림 끝에 관객과 만날 준비를 끝냈으나 잡음이 있었다. 그렇지만 윤성현 감독은 자신의 뚝심을 완성했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와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 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물이다. 윤성현 감독은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파수꾼'을 통해 10대 청소년들의 세밀한 심리를 탁월하게 그려냈다. 이에 2011년 청룡영화상, 대종상 영화제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석권했다. 이후 9년 만에 '사냥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사실 '사냥의 시간'은 대중과 만나기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 2월 26일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봉이 한 차례 연기됐다. 이어 국내 상업 영화 최초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배급사 리틀빅픽쳐스와 해외 세일즈를 담당한 콘텐츠판다 사이에서 갈등이 있었다. 양측은 합의에 도달했고, 결국 넷플릭스 공개로 의견을 모았다. '사냥의 시간'은 지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됐다.

윤성현 감독의 신작 '사냥의 시간'은 충무로 대세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박해수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제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됐다. 윤성현 감독은 최근 스타뉴스와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사냥의 시간'과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우여곡절 끝에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소감은 어떤지?
▶굉장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동시 개봉하게 돼 설레이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공개를 하는 거다 보니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볼 것이라고 생각하니 설레이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한다.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는데, 사실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 개인적으로 사운드에 공을 들였고, 극장용으로 믹싱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기쁘고, 개인적으로 만족을 하고 있다. 다만 '사냥의 시간'을 보시는 분들이 사운드와 영상이 집중된 영화다 보니 조그마한 휴대 전화가 아닌 TV나 사운드를 크게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통해서 영화를 봐주셨으면 한다. 이건 개인적으로 부탁드리고 싶은 부분이다. 사운드를 크게 들어주면 이 영화가 가진 재미를 더 다양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운드 작업을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에게 맡겼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프라이머리는 제가 음악을 즐겨 듣던 아티스트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 분이 가진 음악적 스펙트럼이 특별하다. 영화 작업을 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의향을 드렸더니 흔쾌히 수락을 해주셔서 같이 하게 됐다. 정말 좋았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 분위기부터 트렌드 등 다양한 범위의 음악이 나오는데 프라이머리가 천재라는 걸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굉장한 느낌이다. 전혀 어려움 없이 해주셨고 개인적으로 행복하게 만족스럽게 작업했다.
-'파수꾼' 이후 '사냥의 시간'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렇게 오래 걸렸던 이유는 무엇인지?
▶ 의도하지 않았다. '파수꾼'을 끝내고 큰 규모의 드라마를 썼었다. 그 드라마가 '사냥의 시간'의 제작비의 두 배인 200억 가까이 되는 규모였다. 규모가 크다보니 그걸 쓰면서도 '이거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한 번 칼을 뽑으면 성격상 끝까지 가는 편이다. 못 만드는 걸 알면서 시나리오를 완성할 때까지 기다렸다. '사냥의 시간'을 2016년부터 시나리오를 쓰고 준비를 해나갔고, 2020년 공개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파수꾼'까지 총합 9년이 걸렸다. 여우같이 했어야 했는데 여우 같이 못했었다. 변화 할 때 움직임들을 바르게 못 가져 간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여러 개를 준비하면서 안 됐을 때 빠르게 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 2~3년에 한 편 할 수 있게 다양한 작품으로 다양한 관객과 만나고 싶다.
-'사냥의 시간'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지?
▶ 처음에는 지옥에 빗대어 지옥에서 생존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옥 같은 환경에서도 생존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장르적으로 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한국 청년이라는 소재와 어렵고 리얼한 현대 배경으로도 할 수 있지만, 장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은유적으로 표현해도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이 이야기를 펼쳐나가면서 고민을 많이 하면서 범죄 장르와 서스펜스 장르를 가져가려고 했다. 제가 서부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엔딩에서는 장르적인 차용까지 그렸다. 한 장르에 국한시키지 않고 매력적으로 그려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사냥의 시간' 속 배경은 어떻게 설정하게 된건지?
▶ 미래라는 개념을 집중해서 만든 배경은 아니다. 청년 세대가 한국을 지옥에 빗대어 쓰다보니 우회적인 공간을 만들어 보고싶었다. 청년 세대가 한국을 정서적으로 지옥처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어휘(헬조선)가 나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지옥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보고 싶어 이같은 세계관을 설정했다. 개인적으로 '사냥의 시간'은 SF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이언스(과학)가 아니다 보니 미래가 지옥 같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IMF를 겪었었기에 잔상들도 있었다. 남미에 갔을 때 화폐 가치가 무가치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기억들을 참고 삼아 이러한 세계관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수꾼'에서 호흡한 이제훈, 박정민 그리고 안재홍, 최우식, 박해수를 한 번에 캐스팅 했는데.
▶ 개인적으로 이제훈, 박정민 배우와 다시 한 번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같이 하게 됐다. 안재홍 배우는 '족구왕' 등을 잘 봐서 꼭 캐스팅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우식 배우는 단편 영화 때부터 유심히 봐왔던 배우다. 계속 지켜보면서 같이 꼭 해보고 싶었다. 박해수 배우는 단역이었지만 '소수의견'을 보고 시나리오 상에서 생각했던 한(극중 박해수 캐릭터)이라는 인물과 굉장히 밀접한 느낌이 들었다. 대학로를 찾아가 연극을 보고 꼭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작업하게 됐다. 다섯명 모두 제가 작업을 하고 싶었던 배우들이였다. 1순위로 뒀던 배우들과 함께 하게돼 정말 최선의, 최고의 캐스팅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기쁜 마음으로 작업 할 수 있었다.
-결말에 대해서는 만족하는지? 앞으로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어하고, 탈출하고 싶어하고, 낙원 같은 곳으로 도망하고 싶어하는 심정들을 그려내고 싶었다. 성공했을 때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도망을 가서 지옥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향인지 그런 생각도 있었다. 제 주변에 어렵고 힘들게 살아온 친구들에게 받은 사소한 편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보니 충실하게 전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장르적으로 집중하다보면 허탈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감독으로서는 이야기들을 펼쳐낸 것이다. 감독이라고 해서 글을 써야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감독의 의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가 존경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등도 글을 많이 쓰지는 않는다. 어떤 구성을 하고, 사운드 이팩트로 보여주는 것 등에 대해 집중한다. 저도 그렇게 집중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시나리오도 많이 보려 하고 있다. 제 에너지를 연출에만 쏟을 수 있다면 누구보다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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