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조민수다. 배우로 도전한 치타는 배우 김은영의 새로운 발견이다. 영화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가 매력 가득한 여배우들을 앞세워 말도 안되는 캐릭터와 엉뚱한 이야기를 맛있게 버무려냈다.
'초미의 관심사'는 사라진 고등학생 동생을 찾아 하루 종일 이태원을 돌아다니며 동생의 동선을 추격하는 엄마 초미(조민수 분)와 딸 순덕(김은영 분)의 이야기다. 하루라는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이 소동극은 의외의 곳에서 빵 터지는 웃음과, 찡한 감동을 준다.
이태원에서 가수 블루로 활동하고 주가를 올리고 있던 순덕은 어느 날 자신의 집을 찾아온 엄마를 만난다. 엄마는 동생 유진이 엄마의 돈 300만원을 들고 집을 나갔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확인하니 순덕의 책상 위 저금통도 비어있다.
돈을 들고 사라진 괘씸한 막내를 쫓기 위해, 성격 차이로 떨어져 살던 엄마와 딸이 손을 잡는다. 엄마는 중학생 때 순덕을 낳았고, 순덕은 단칸방에 매일 남자를 끌어들이는 엄마를 견딜 수 없어 중학생 때 집을 나가 독립했다. 그렇게 20여 년을 떨어져 산 엄마와 딸이 동생을 찾기 위해 이태원을 누빈다. 너무나 달라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던 엄마와 딸. 서로 뾰족하게 모난 부분으로 가시 돋친 말을 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하루 종일 부딪치며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본다.
'초미의 관심사'는 가족과 모녀 사이라는 기성의 시선에서 벗어나 관계를 비튼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엄마는 생각도 하기 전에 주먹이 먼저 나가 멱살을 잡는다. 화려한 옷차림에 쉬지 않고 담배를 피고 술을 마시는 엄마는 어린 시절 두 딸을 낳고 가수였던 자신의 꿈을 접은 채 먹고 살기 위해 장사를 하는 사람이다.
시크하고 무심한 듯한 딸은 사실 술만 마시면 엄마 이야기를 하고 펑펑 우는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미혼모의 딸이라는 힘들었던 시절을 동생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자신이 보살피는 책임감도 있다.
외모도 성격도 너무 다른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인간에 대한 아무런 편견없이 도움을 주고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다. 두 사람은 외국인, 미혼모, 흑인, 트랜스젠더, 게이, 드래그퀸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편견 없이 대한다. 영화 속 배경인 이태원은 이들 모녀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곳으로 활용됐다.

조민수는 시도 때도 없이 욕하고 폭력을 쓰고 딸에게 떼를 쓰는 말도 안되는 엄마를 연기력으로 말이 되게 만들었다. 책임감 없고 철없는 엄마가 조민수라는 배우를 거쳐 귀여운 엄마가 됐다. 마지막 장면, 순덕의 공연을 보고 몸을 떨며 자리를 뜨는 장면에서는 꾹꾹 눌러뒀던 감정이 터지게 만든다. 역시 조민수라는 말이 나온다.
치타는 새로운 발견이다. 그는 마치 치타 맞춤 캐릭터 같은 순덕 역할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첫 주연으로 제 역할을 완벽히 해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재즈곡을 부르는 치타의 모습은 래퍼가 아닌 가수로서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이 영화로 만나 연인이 된 남연우 감독이 '러브필터'를 씌운 것처럼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치타는 영화 속 OST를 직접 작사 작곡하고 노래까지 직접 부르며 이 영화 속에 싱어송라이터 치타와 배우 김은영을 모두 녹여냈다.
'분장'으로 배우로서는 물론, 감독으로서의 역량을 보여 줬던 남연우 감독은 색깔있는 작품을 내놨다. 강렬한 캐릭터와 그속의 이야기, 그리고 배경까지 조화롭게 만들어냈다. 너무나 강한 캐릭터만 튀지 않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힘이 좋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의 후반부다. 두 모녀가 열심히 찾던 동생 유진이 의외의 곳에서 발견되면서, 매력적으로 이어지던 영화가 맥이 빠진다. 스타일리시하게 이어지던 전개가 뚝 끊기는 느낌이다.
'초미의 관심사' 속 남다른 케미를 자랑하는 조민수 치타 모녀와 이태원에서 만나는 귀여운 캐릭터들은 한국영화 가뭄인 지금 시기, 색다른 재미를 전할 예정이다.
5월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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