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전의 꿈이 생겼어요. 사람이라는 게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잖아요. 제가 부족한 부분이 확실히 느껴지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정극 연기에 대해 욕심이 있어요."
국악인 이봉근(37)이 영화 '소리꾼'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연기 첫 도전이었지만, '소리꾼'에서 호흡을 맞춘 이유리, 박철민 김동완 등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판소리'라는 한국적 음악을 스크린에 옮겨 기쁘다며 웃음을 지었다. 연기에 첫 도전했지만 앞으로도 매체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전했다.
영화 '소리꾼'(감독 조정래)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천민인 소리꾼들의 한과 해학의 정서를 조선팔도의 풍광 명미와 민속악의 아름다운 가락으로 빚어내는 음악영화다. 이봉근은 극중 학규 역을 맡았다. 학규는 민심을 울리는 목소리를 지녔다. 학규의 장기는 소리를 하는 것이며, 자신의 장기를 살려 밥벌이를 이어가는 인물이다.

이봉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출신의 국악인이다. 그는 2003년 제19회 동아국악콩쿠르 판소리 부문 금상, 2012년 KBS 국악대상 올해 예술상 연주 부문, 2018년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표창을 수상했다. 그는 KBS 2TV '불후의 명곡'에서 2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미 국악계에서는 유명한 소리꾼이다. 다양한 무대 경험을 했지만 배우로서 '소리꾼'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소리꾼' 오디션을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 오디션 공고를 뜬 걸 아는 배우 세명에게 추천을 받았어요. 제게 '이런(학규) 배역이 있는데 오디션을 보면 어떠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소리꾼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배역이라 준비를 해서 오디션에 참여했어요. 보통 연극, 무대 연기 준비를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소리꾼' 오디션에서는 무대 연기가 아닌 스크린 연기를 준비 했었어요. 판소리 부분 보다는 소리를 하면서 연기하는걸 보여 줬죠.
-무대 연기와 스크린 연기는 어떻게 다른가요? 또 오디션에 합격할 것 같은 감이 있었나요?
▶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무대 연기 같은 경우에는 무대 위에서 하다 보니 한쪽 면을 써요. 전달이 목적이기에 발성을 크게 하고 관객이 있다는 걸 인지해요. 반면에 스크린 연기 같은 경우는 영화를 찍는다는 기분보다 평상시에 말하는 듯한 말투로 해야 하니 이 간극이 좀 힘들었어요. 오디션 합격은 감히 전혀 감이 오지 않았어요. 제가 무대 위에 올라갈 때 긴장을 하지 않는 편인데 오디션을 봤을 때 긴장을 너무 했었어요. 연극 오디션이었으면 진짜 편하게 했을 것 같은데 스크린 연기는 다른 영역이라 굉장히 많이 떨렸어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심사를 하셨던 분들께서 제 눈빛에서 학규의 눈빛을 봤다고 해주셨어요. (웃음)

-오디션 합격 소식을 듣고 나서 어떠셨나요? 원래 매체에 뜻이 있었나요?
▶ 너무 좋은 반면에 부담스러웠어요. 처음엔 '내가 됐구나!', '우와!' 했었는데 너무 큰 일을 저지른 게 아닌가 싶었어요. 합격 통지를 받은 다음부터 우리나라에 나온 사극 영화를 봤어요. 판소리를 하게 되면 창극이라는 게 있어요. 창극 같은 경우는 소리하듯이 연기를 해요. 대사를 하는데 있어서 소리를 빼는 작업을 하는 등 캐릭터를 분석했죠. 원래 매체에 뜻은 없었어요. 이번 '소리꾼'을 통해 매력을 찾았어요. 제가 너무나 존경하고 사랑하는 박철민 선배님께서 제게 '현장의 하늘이 아름답다. 그걸 깨닫는 순간이 올 거다. 현장을 그리워해라'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 공간의 긴장감 안에서 오는 희열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선배님께서 왜 그렇게 말씀하진지 알겠더라고요. 확실히 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소리꾼'을 통해 처음 연기에 도전했는데 함께 호흡한 배우들과는 현장에서 어땠나요?
▶ 개인적으로 이유리 배우님의 팬이었어요. 저는 누나라고 부르고 있어요.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아무래도 제가 신인이다 보니까 연기를 하는 방법 등에 대해 알려주셨어요. 와닿았던 말은 '진짜가 아니면 뱉지 않았으면 좋겠다'였어요. 대사를 하나 듣더라도 감정을 느끼고 뱉어내라고 해서 그렇게 임하려고 노력했어요. 유리누나 뿐만 아니라 대본 리딩 할 때부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김)동완이 형 같은 경우도 철저한 계산을 하면서 연기하시더라고요. 연기할 때 필요한 부분들, 제가 계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셨어요. 영화 후반부에는 말씀해주신 부분들을 많이 차용해서 임했어요.
-'소리꾼'을 통해 주전공인 판소리의 매력을 알리게 됐는데 소감은 어떠세요? 또 '서편제'와도 많은 비교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판소리를 오래 했다 보니까 너무 기뻤어요. 유리 누나랑 장난으로 (판소리) 26년 외길 인생이라고 하기도 했어요. 판소리 대중화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결국 언론의 노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판소리 자체로서의 매력은 무궁무진 하거든요. 대중의 입맛에 맞추는 게 아니라 많은 언론에 노출이 되어 집중을 해준다면 일반 관객분들도 판소리에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소리꾼'이 그런 역할이 되는 다리, 가교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서편제'와 비교요? 비교 대상이 된다는 게 기뻐요. '서편제'는 저도 어릴 때 엄청 많이 본 영화고, 출연했던 오정해 선생님이 제가 존경하는 분이자 은사님이세요. '소리꾼'을 준비할 때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서편제'와 '소리꾼'은 결이 달라요.

-'소리꾼'과 '서편제'의 결은 어떻게 다른가요? '소리꾼'에 앞서 '불후의 명곡' 2회 우승으로 판소리에 대해 조금 더 알린 것 같아요.
▶ '서편제'에서 다루는 것들은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소리와 장인의 고민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반면 '소리꾼'은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위로를 해주려고 만드는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소리라고 할 수 있어요. 소위 말하면 판소리의 역할을 보여준 것 같아요. '서편제' 같은 경우에는 소리꾼의 고민에 집중했다면, '소리꾼'은 소리의 역할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서는 심청가의 기원이 되지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불후의 명곡'에 나간 게 대중들이 판소리라는 장르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소리라고 하면 '창'이라고 하는데 '부를 창'을 써서 노래를 부르는 총칭을 이야기해요. 그 안에는 무수히 많은 소리의 장르가 있어요. 크게 나누면 판소리, 민요, 정가로 나눌 수 있고 그 안에 들어가면 다 달라요.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면서 '저게 판소리구나'라는 피드백이 처음 왔던 것 같아요. 송소희라는 멋진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경기 민요를 전공해요. 최근에는 느린 노래에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정가를 전공하는 하윤주라는 친구도 있어요. 그런 장르적인 개념을 그때 아신 것 같아요. '불후의 명곡' 출연 이후 공연할 때 소리를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 반응이 즐거웠어요. (웃음)
-스크린 데뷔작 '소리꾼'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좋겠나요?
▶ '이 영화 좋다더라', '판소리 영화네?'라며 아주 자연스럽게 부담없이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판소리 영화니까 보세요라는 건 바라지 않아요. '그냥 옛날 이야기가 있는데 아빠가 딸한테 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부모가 자식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에 부모님이랑 같이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부모님과 손잡고 걷는 일이 적잖아요? 물론 저는 아버지와 친해서 손 잡고 길을 걷고, 하루에 두 세 번 통화를 해요. '소리꾼'을 보신 분들이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나와서 손을 잡고 영화관을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조정래 감독님도 가족의 복원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하시기도 했고요.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하셨는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 '소리꾼' 언론시사회 당시 영화를 보면서 저의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어요. 거기에 또 감사함을 느낀 게 사람이라는 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잖아요. 첫 술에 배불렀으면 아마 자만 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감사하게 생각했어요. 제가 부족한 부분을 확실히 느꼈고, 사람이다보니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정말 많이 준비를 해서 제 눈으로 봤을 때 즐겁게 보면 좋지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극 연기에 대해 욕심이 있어요. 저는 하나에 빠지면 그것만 하는 성격이에요. 장르를 따지진 않지만 말 그대로 연기로서 뚝심있게 밀고 나가는 배역이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는 배우로 남고싶어요. 소리꾼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하면 이 다음의 해옵는 무엇일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배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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