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찻잔 속의 태풍이었을까,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확대 개봉에도 불구하고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5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소울'은 지난 4일 3만 114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다시 올랐다. 누적관객수는 100만 5934명.
확대 개봉 첫날인 지난 3일 '소울'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이날 2만 7875명의 관객을 동원, 하루 만에 2위로 내려앉았다.
앞서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지난달 27일 메가박스에서 일주일 동안 단독 개봉했다. 이후 2월3일부터 CGV, 롯데시네마, 씨네Q 등으로 확대 개봉했다. 한 멀티플렉스에서 단독 개봉한 영화가 일주일 뒤 다른 멀티플렉스로 확대 개봉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정식 개봉 첫날 '소울'을 제치고 1위로 출발했지만 이튿날 '소울'에 1위를 내줬다. 확대 개봉 첫날에도 1위를 기록했지만 다음 날 다시 '소울'에 1위를 뺏겼다. 지난 달 20일 개봉해 3주차에 접어든 '소울'이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뜻이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저변이 얇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울'과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대결은 여러모로 관심이 쏠렸다. '소울'은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으로 가족관객까지 관객층이 넓은 반면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마니아층이 열광하는 작품이었기 때문.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측은 그간 마니아층에 기댄 프로모션을 펼쳐왔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주인공의 욱일기 귀걸이 논란, 작품의 우익 성향 논란 등에 대한 염려 때문인지 개봉에 앞서 언론, 배급 시사회를 하지 않았다. 대신 정식 개봉을 앞두고 변칙 개봉인 대규모 유료시사회를 실시해 마니아층의 관람을 이끌었다. 정식 개봉을 하면서 '귀멸의 칼날' 굿즈도 선착순으로 배포해 마니아층의 줄세우기를 유도했다. 수입사 측은 '귀멸의 칼날' 굿즈를 철저히 관리해 일부 멀티플렉스에선 갑자기 굿즈 제공이 취소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일본에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제치고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세웠다. 그렇기에 일찌감치 마니아층의 관심이 높았다. 그렇기에 관객을 불러모을 기대작에 목말랐던 CGV와 롯데시네마 등은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측과 물밑 교섭으로 확대 개봉을 성사했다.
그럼에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마니아층을 넘어 확장성은 그다지 보이지고 못하고 있다. 마니아층의 N차 관람을 유도하는 4DX 등에 대한 반응은 좋지만,일반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은 적다.
극장가에선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의 흥행 여부를, '너의 이름은.'과 비교하고 있다. 2017년 1월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은 일본 흥행 돌풍이 알려지면서 한국 마니아층의 관심이 높았다.
'너의 이름은.'은 한국 정식 개봉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하는 등 마니아층 뿐 아니라 일반 관객으로 확장성을 고민했다. 그 결과 '너의 이름은.'은 마니아층을 넘어 일반 관객들이 대거 관람하면서 376만명을 동원, 한국에서 개봉한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했다. '너의 이름은.'이 오리지널 극장용 애니메이션이기에 사전 지식이 없어도 관람에 큰 영향이 없었던 것도 일조했다.
반면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TV애니메이션에서 이어지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 일반 관객의 접근성이 떨어졌다. 마니아층에 기댄 프로모션을 진행한 터라 관련 정보도 부족했다. 코로나19 시국인 점을 고려해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은 '너의 이름은.'보다 확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자초한 탓이기도 하다.
과연 일일천하만 반복하고 있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마니아층의 입소문으로 일반 관객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그리하여 장기흥행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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