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제훈(37)이 유품으로 자신의 작품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이하 무브 투 헤븐)'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탕준상 분)와 그의 후견인 상구(이제훈 분)가 세상을 떠난 이들의 마지막 이사를 도우며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남은 이들에게 대신 전달하는 과정을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다.
지난 12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무브 투 헤븐'은 '오늘 한국의 TOP10 콘텐츠' 9위로 시작했다. 이어 입소문을 타고 3위, 2위로 순위가 급상승했고, 결국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대만, 태국, 베트남 등에서도 TOP 10에 포함됐다. (스트리밍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기준)
이제훈은 "제가 지난 토요일에 '모범택시' 촬영이 마무리 됐다. 이제 정신을 차리고 있는 시간이다. '무브 투 헤븐'도 9회까지 봤고, 10회를 남겨두고 있다. 그래서 봐야한다. 공교롭게도 '모범택시'와 '무브 투 헤븐'이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라며 "개인적으로 제가 작품에 출연을 하다 보니까 집중도가 나뉘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지만,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주변 지인들, 팬들로부터 신선한 반응을 얻고 있는 이제훈이다. 그는 "색다른 캐릭터를 통해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진 것 같다. 저도 그런 반응에 있어서 감사하고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배우로서 작품을 하면서 캐릭터를 맞이할 때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인고의 시간이 있다. 그 과정에 있어서 좋은 작품을 만났기 때문에 제가 캐릭터 플레이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점에 있어서 '무브 투 헤븐'과 '모범택시'에 감사하다"라고 거듭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모범택시'를 통해 이제훈은 안방 1열에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하고 있다. '모범택시'와 '무브 투 헤븐'의 결은 다르지만, 이제훈의 변신과 메시지는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이제훈 역시 '무브 투 헤븐'과 '모범택시'와의 차이점에 대해 짚었다. 그렇다면 이제훈은 누구의 위로 방식에 더 공감을 할까.
그는 "어떻게 보면 '모범택시'는 복수를 할 대상으로부터 의뢰를 받아서 대신 직접적으로 응징하는 것이다. '무브 투 헤븐'은 고인의 메시지와 이야기를 전해듣고 지인들에게 유품과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입장이다"라며 "개인적으로 현실에서 우리가 봐야될 긍정적인 부분은 '무브 투 헤븐'의 상구 사연이다. 아프지만, 부정적인 시각에서 긍정적인 시각이 열리고 받아들여지고 변화가 된다. 저는 이것이 좋은 지점이자 시청자로서도 받여들여지는 부분이 많이 공감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브 투 헤븐'을 통해 작은 이야기지만 직접적으로 이런 사연들이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고 공감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지점은 저에게 있어 상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더 좋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모범택시'는 사회에 대한 울분을 해소하고 싶은 걸 대리 만족시킬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사이다 역할을 한 것 같다. 현실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이야기다. 드라마로만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제훈은 '무브 투 헤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연들이 제가 실제로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와닿았다. 쉴 새 없이 눈물이 나더라. 감정적으로 봐야할 부분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봤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보지 않을 수 있다. 냉정해지자'라는 생각을 했다. 다시 작품을 확인하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이 아니었을 수도 있으니까 냉정하게 보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반나절이 지나도 그 감정은 계속 이어졌다고. 이제훈은 "진정을 한 뒤 반나절이 지나서 다시 훑어봤다. 그런데 그 감정이 계속 가더라. 이건 내가 단순하게 본 게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충분하게 있고, 상구라는 캐릭터를 맞이하면서 사람들이 이걸 같이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연결이 되고 있구나 싶었다. 또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내가 그렇게 표현을 하고 있더라"고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이제훈이 '무브 투 헤븐', '모범택시'와 같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소재로 한 작품을 연속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하기로 결정했을 땐 비슷한 시기에 나올 줄 몰랐을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제훈은 살아가는 사람들, 사회와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기에 여러 사연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면서 시각이 넓어진 것이라고 했다.

"배우로서 캐릭터를 연기할 때 그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태어나 어떤 삶을 살았는지 탐구하고 연구하는데 많은 고민을 한다. 나의 삶의 폭과 깊이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혹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살마들, 사회와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요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무엇에 관심있고, 무엇에 열광하고 좋아하는지, 무엇에 절망하고 아파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사연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한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생각의 레이어가 생긴다. 이건 작품을 보는 관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 같다. 단순히 내가 캐릭터를 보여주고 연기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 작품이 어떤 이야기, 메시지를 주고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한살 한살 나이를 먹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게 아닐까 싶다."
극중 이제훈은 한상구 역을 맡았다. 상구는 그루의 삼촌이자 후견인으로 갑자기 생긴 조카 그루와 함께 무브 투 헤븐을 이끌어가게 된다. 그루와 함께하며 인간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와 유품 정리에 대한 편견 등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꿔나가는 인물이다. 이제훈의 이미지는 상구와 180도 다른 바르고 반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기하는데 힘들었을 수도 있었을 터. 그러나 그는 변화에 목말라 있었다.
이제훈은 "여러 작품들을 하면서 나름 다양한 캐릭터와 시도들을 했다고 생각했고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캐릭터를 하면서 변화되는 지점에 있어서 목말랐던 것도 맞다.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상구라는 캐릭터가 제게 부족한 부분의 결이 비슷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갈증을 느끼는 것 같다"며 "작품하는데 있어서 외모적으로도, 연기 표현의 방식도 항상 변화되기를 바란다. 언제까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항상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만 시도와 도전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익숙하고 편하고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라는 접근은 나에게 부정적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보여줄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면 이제훈은 분량과 롤을 떠나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 '무브 투 헤븐' 속 이제훈의 외적인 변화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도굴' 속 강동구의 연장선인 것 같기도 하다. '도굴' 당시 처음으로 수염을 길렀던 이제훈이다. 그는 '무브 투 헤븐'에서는 머리를 길러봤다고 했다.
"지저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제가 용기있게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전작 '도굴' 때문이었다. 다들 '무브 투 헤븐' 속 상구 캐릭터를 떠올릴 때 짧은 머리를 생각했을 것이다. 또 예상했던 이미지가 있었는데 저에게 '또 같은 모습을 보여주나?' 싶어서 과감한 시도를 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요즘 스타일로는 하지 않는 뒷머리를 길렀다. 누군가 김병지컷 아니냐고 하더라. 저는 맥가이버 머리를 생각했다. 상구 의상을 보면 프린터와 색깔이 화려하다. '누가 옷을 저렇게 입어?'라고 할 정도로 비호감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캐릭터를 표현했기에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다."
이제훈은 19살 차 나이나는 탕준상과 거친 삼촌, 사슴 같은 조카 케미스트리를 뽐냈다. 사실 그는 나이 차이로 인해 살짝 걱정을 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제훈의 걱정과 달리 세대 차이는 나지 않았다. 이제훈은 "오히려 준상이가 저를 편하게 대해줬다. 편하게 대해주는 모습에 철없이 어리게, 제 나이를 망각한채 형 동생 같이,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사이처럼 지냈다. 연기를 잘하고 좋은 후배를 얻음과 동시에 인생에 동반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이제훈은 남기고 싶은 유품으로 작품을 꼽았다. 그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넷플릭스에 들어가면 '고인 이제훈의 작품' 리스트가 뜨는 거다. 남긴 작품을 보며 추모하는 게 저한테는 제일 값지고, 제일 원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웃음) 리스트를 보고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남긴 작품이 이렇게 있었네?', '남긴 작품들이 좋았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실물 DVD 같은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 넷플릭스 구독과 작품 모음집이 생각이 많이 나고, 그걸 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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