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 대한 질문 폭격기로 변신했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화제작 2편을 묶은 특별 프로그램과 봉준호 감독이 함께하는 스페셜 대담이 열렸다. 이는 네이버 나우와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 등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 됐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연출한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 등 신작 2편은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는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선보인다.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잇는 차세대 일본 감독으로 주목 받고 있다.
평소 봉준호 감독의 팬으로도 유명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 '한국영화 100년사, 위대한 정전 10선'에서 상영된 '살인의 추억' GV에서 특별 게스트로 참여해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 것은 물론 지난해 일본에서 '기생충'에 관한 깊이 있는 대담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스페셜 대담에 앞서 "오랜 팬으로서 저 자신이 궁금한 게 많다. 동료 감독으로서 직업적인 비밀을 캐내고 싶은 여러가지 생각이 있다. 많은 욕심을 가지고 질문을 할테니 양해해달라. 예상된 시간이 길어지리라 예상하고 있다. 관객분들께서 질문을 할 기회가 있을지는 보장 못한다. 미친듯이 해보겠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드라이브 마이카'가 오전에 상영 했고, '우연과 상상' 개별 GV가 따로 있었다. 그 두 작품을 주로 포함하지만, 폭넓게 '아사코'라든지 '해피아워' 같은 작품을 포함해서 창작자의 깊은 밑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가장 먼저 '드라이브 마이카' 속 자동차 신에 대해 질문했다. 그는 "감독 입장에서는 자동차 신을 찍게 되면 부담들이 있다. 감독이야 늘 보는 장면이니까 관객 입장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겠지만, 성가신 것도 불편한 것도 많다. 엄청나게 중요한 대사, 침묵 모멘트가 차 안에서 오랜 시간 펼쳐진다. 어떻게 찍은 건가? '기생충'의 자동차 신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멈춰 있는 차에서 찍은 것이다. 송강호가 운전하고 이선균이 대화하는 장면이 그랬다"라고 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날아오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평범하게 차를 주행하는 과정에서 찍었다. 주행하는 상태에서 찍지 않으면 제가 바라는 식으로 찍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대사를 쓰는 것 밖에 못하는 타입의 감독이다. 대본을 쓸 때도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도 대사를 쓰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는 게 저의 특징인데 약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대사를 쓴다고 할 때 움직임이 있지 않으면, 영화에서는 재미가 없다고 생각이 든다. 이건 학생 때부터 생각했다. 대사를 쓸 때, 대화를 해나갈 때 차에 탄 상태에서 대화를 하는 것이 조금 뜸들이는 부분 등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그렇게 선택했다. 차 안에서 대화하는 걸 선택하고 차 안에서 할 수 밖에 없는 대화 그런 특징이 있다고 느끼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스파이의 아내' 등을 연출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그분의 작품 세계가 좋다. 아시아에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의 팬클럽을 만든다면, 팬클럽 회장 자리를 놓고 하마구치 상과 사투를 벌어야 할 듯 하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연출한 '큐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준비할 때는 지금 살인범이 교도소에 계시지만, 영화를 만들 당시에는 영구 미제 사건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그때 관련 형사, 주민, 기자분들 리서치 인터뷰 했었지만 가장 만나고 싶은 범인을 만날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 상상을 많이 했다"라며 "'큐어'에 나오는 살인마 캐릭터를 실제 세계에서 만날 수 없었던 제가 '살인의 추억' 살인범을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의 '큐어' 속 캐릭터를 보면서 해석을 했다. '저런 인물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봉준호 감독은 "저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님의 이야기를 하다보니 기요시 감독의 이야기가 나왔지만, 만약 제가 아니라 홍상수 감독님이 진행하셨다면 에릭 로메르의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살인의 추억'은 대걸작이라 생각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의 '큐어' 역시 20세기 최고의 작품인 거 같다. 이 두 작품의 접점을 이야기 해주시니 흥분된다"라며 웃었다.
알고보니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 각본에 참여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은 제 스승님"이라며 "그분을 따라하거나 흉내내려면 잘 안 됐다. 구로사와 감독님의 대학원 강의 2년 동안 '영화를 어떻게 만들면 되는가?'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됐다. 영화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넘을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2년 동안의 배움만으로는 아직 모자란 생각이다. '스파이의 아내' 작품에서는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이 들었다. 연이 닿아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캐스팅에 대해 봉준호 감독은 "캐스팅을 할 때 시나리오 한 페이지를 복사해서 배우에게, 사무실 형광등 불빛 아래서 (오디션, 연기를 봐야하는) 상황은 봐야하는 저도 불편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그런 건 싫다. 저도 배우분들과 30분~1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해본다"라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연기 능력, 표현력은 다른 독립영화, 단편영화 또는 연극을 보면 되기 때문에 그런 방식으로 하고 있다. '기생충' 지하 신에 등장한 박명훈씨도 제가 좋아하는 독립 영화를 보고 캐스팅한 케이스다"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을 모셔오려고 한다. 연기를 잘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십, 수백가지의 정의가 있다. 저 자신이 모순된 그런 걸 가지고 있다. 배우가 내가 계획한 또는 구상한, 상상한 늬앙스를 정확히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서 동시에 예상하지 못한 걸 보여줘서 나를 놀래켜줬으면 하는 모순된 욕심이 있다. 총체적으로 돌이켜보면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한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강민경 기자 light3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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