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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아니었다면..'야차' 살린 매력 [김나연의 사선]

설경구 아니었다면..'야차' 살린 매력 [김나연의 사선]

발행 :

김나연 기자

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야차 / 사진=넷플릭스
야차 / 사진=넷플릭스

"역할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멋있어서 '내가 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대놓고 멋 부리는 것 같은 느낌도 있고, '나 멋있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서 좀 부끄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감독님께 발을 땅에 붙이자고 제안했죠."


'야차'의 나현 감독은 한국 영화에서 흔하지 않은 첩보 액션 영화를 준비하면서 통제불능에 무자비한, 그동안 본 적 없는 주인공 캐릭터를 만들고자 했다. 그리고 그 역할은 설경구가 '적역'이라고 생각했고, 나현 감독의 생각은 틀리지 않은 듯 보인다.


넷플릭스 영화 '야차'는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일명 '야차'가 이끄는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과 특별감찰 검사, 그리고 각국 정보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접전을 그린 첩보 액션 영화다.


나현 감독은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본 적 없는 스펙터클한 첩보 액션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는 맛'으로 가득했다. 누구에게는 '아는 맛'이 가장 맛있을 수도, 혹은 식상할 수도 있다. '야차'는 이 지점에서 평가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중국 선양을 배경으로 한 이국적인 풍광은 새롭고, 각 캐릭터마다 다른 총기를 부여하는 '디테일'을 살리며 힘을 준 액션 장면은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지만 이야기와 캐릭터의 '디테일'은 다소 아쉽다. '야차'는 남한과 북한, 그리고 일본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갈등, 비밀공작 전담팀에는 꼭 숨어있는 '두더지'의 존재 등의 익숙하고 안전한 클리셰들이 반복된다.


야차 / 사진=넷플릭스
야차 / 사진=넷플릭스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전개도, 장면도 없지만 절대 지루한 영화는 아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큰 힘을 발휘한 덕이다. 특히 '지강인' 역할을 맡은 설경구는 사람 잡아먹는 귀신인 '야차'로 불릴 정도로 통제불능인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배우 본인은 "럭비공 같은 매력이 부족했다"라며 아쉬워하지만 말이다. OTT에서 보는 영화는 시청 선택이 자유로운 만큼 오프닝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한데 '두더지'가 된 부하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에 휩싸인 상태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설경구의 눈빛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너무 멋있어서 부담감과 거부감이 들었다던 설경구지만, '야차'를 보고 나면 '지강인' 역에 설경구가 아닌 다른 배우는 잘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자연스러운 중국어와 일본어 연기와 액션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대놓고 '멋 부린' 캐릭터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설경구의 연기가 가진 힘이다.


또한 설경구는 '야차'에서도 '브로맨스 장인'의 면모를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극 중 '지강인'은 본부에 보고되지 않은 블랙팀의 작전에 의심을 품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특별감찰 검사 '한지훈'(박해수 분)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식과 추구하는 신념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대립은 마냥 무겁지 않고, 뜻밖의 웃음과 유쾌함을 동반하며 결국 같은 길을 향해간다. 이 과정에서 설경구와 박해수는 색다른 '연기 케미'를 보여주며 충분히 매력적인 구도를 형성한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나아가지만 누구보다 팀원들을 아끼는 '지강인'과 원리원칙주의자이지만 허당기 넘치는 '한지훈'의 입체적인 매력은 서로에게 잘 녹아들며 시너지를 발휘했다. 여기에 '블랙팀'의 양동근, 이엘, 송재림, 박진영 등이 충분히 제 몫을 해내며 두 사람을 돕는다.


이렇듯 설경구를 중심으로 한 배우들의 연기력과 앙상블이 '야차'를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로 만들어냈다. 지루함 없이 즐길 만한 킬링타임용으로는 적당하다. 지난 8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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