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 영화 '닥터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 나흘 만에 누적관객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 중이다. '닥터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개봉 첫날 71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고의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이어 휴일인 5월 5일에는 하루에 106만 명을 모았고, 나흘만에 300만 관객을 넘어선 것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은 갈리고 있다. 관객의 사랑을 받는 닥터스트레인지의 6년 만의 솔로무비인데다가, 마블 멀티버스 세계관의 이야기를 확장시키며 재미를 전한다. 영화를 연출한 샘 레이미 감독 특유의 색깔이 더해져서 호러와 좀비 감성까지 담겼다.
'닥터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모든 상상을 초월하는 광기의 멀티버스 속, MCU 사상 최초로 끝없이 펼쳐지는 차원의 균열과 뒤엉킨 시공간을 그린 수퍼내추럴 스릴러 블록버스터. 멀티버스를 여는 능력을 가진 소녀 아메리카 차베즈를 중심으로 그녀를 도우려는 닥터 스트레인지, 그리고 그녀의 능력을 빼앗으려는 완다의 모습을 담았다.
영화는 마블다운 볼거리와 이야기로 126분의 시간을 이끈다. 다만 이 영화는 어느 정도 다른 작품을 '예습'해야만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마블 영화는 대중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시리즈다. 권선징악을 기본으로 히어로가 나타나 빌런을 처단하고 관객에게 통쾌함을 전하는 이야기를 전하며 사랑 받았다. 마블 시리즈의 이야기가 쌓여가면서, 이야기도 더욱 두터워졌고, 마블 영화의 팬들은 이 같은 영화의 연결성에 더욱 큰 관심을 보냈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 이후로 마블 페이즈4가 새롭게 열리고, 마블 영화는 멀티버스로 이야기를 더욱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개봉한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의 경우 기존의 스파이더맨이 모두 모인 '삼파이더맨' 장면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전했다. 기존의 마블 영화는 이전 시리즈를 복습하거나, 줄거리를 알고 가면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는 정도였지면, '닥터 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경우 2016년 나온 '닥터 스트레인지' 외에 디즈니의 OTT채널인 디즈니+의 시리즈 '완다 비전'까지 미리 보고 가야 이해하기가 쉽다. 심지어 디즈니+에서도 이를 이용해서 '닥터 스트레인지 보기 전 필수, 완다 비전 감상하기' 라며 채널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다. 주인공이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니라 '완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니.

영화 한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9회 짜리 시리즈를 보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다. 마니아들에게는 즐거운 숙제일 수도 있지만, 일반 관객들에게는 이런 숙제가 영화에게 다가가는 장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마블의 멀티버스 세계관과, 디즈니+의 시리즈가 확장하며 두 가지가 믹스 된 것이다. 과연 마블의 영화를 재밌게 보기 위해 기존의 마블 영화 관객들이 디즈니 +의 시리즈를 모두 챙겨보는 수고를 감수할 지 미지수다.
마블 영화가 페이즈4를 열면서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들의 색깔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이터널스'의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 감독의 색깔이 많이 묻어있었다. 시리즈의 처음을 여는 이야기라 서사를 풀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영화의 전개가 루즈하고 마블영화답지 않은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담기며 혹평 받았다. 마블 히어로 영화임에도, 기존에 클로이 자오 감독이 보여줬던 영화의 색깔이 많이 묻어있었다는 평이다. '닥터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경우에도 샘 레이미 감독이 가진 B급 감성이 많이 묻어났다. 신선하기도 했지만 기존에 닥터 스트레인지가 갖고 있던 마법사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져서 아쉬워하는 팬들도 많다. 샘 레이미 감독이 과거 연출했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에서는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대신 영화의 특징을 많이 따라 갔지만, 이번 '닥터스트레인지 : 대혼돈의 멀티버스'에서는 자신의 색깔을 대놓고 드러낸 것이다. 이는 마블이 체계화 된 대중성 대신, 어느 정도 감독의 색깔을 영화에 넣는 것은 허용한 것으로 해석 된다.
마블 영화의 이같은 변화가 향후 마블 세계관에 어떤 영화를 끼칠지, '마블 민국' 한국의 관객들은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평가할지 주목 된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