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새롭고 날카로운 시선

영화 '가능한 사랑'(감독 이창동)이 오는 11월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미리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164분의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긴 러닝타임도, 관람 등급도 어찌보면 허들이 될 수 있지만, 그 허들을 넘는다면 가슴을 건드리는 깊은 감정들을 만날 수 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만났다.
'가능한 사랑'은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월드프리미어로 공개됐으며, 은사자상(심사위원 대상)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베니스가 먼저 반한 영화 '가능한 사랑'은 자극적이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잔잔하면서도 뜨겁게 마음을 건드린다.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계급, 노동, 사랑, 카메라 윤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여운을 남긴다. 영화를 보다 보면 답이 없이 질문만 받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164분의 영화 속에서 스스로 답을 찾으며 작품을 곱씹게 되는 명작이다.
164분을 가득 채운 배우들의 명연기도 감탄스럽다. 특히 전도연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최고의 연기라고 칭송 받는 '밀양' 속 연기와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넘어섰다. 하,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설경구는 데뷔 초반 '박하사탕'에서 보여준 모습이 오버랩되며 영화의 중심이 됐다. 조여정은 이창동 감독과,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에서 주인공들을 바라본다.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모순 가득하고 애처로운 모습을 그리며 이야기를 이끈다. 조인성은 길지 않은 출연에도 '조인성스러운' 모습으로 어찌보면 아리송할 수 있는 캐릭터를 확실하게 표현해냈다. 잘했다.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보여주고 질문한다. 질문을 찾는 것도, 답을 찾는 것도 관객의 몫으로 열어뒀다. 너무나 확실한 문제에서도 자신의 상황과 위치에 따라 보는 사람마다 입장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를 만들다보니 인간이 얼마나 이해하기 힘든 존재인지 알게 된다"는 그의 말처럼 영화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줄 뿐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그 카메라가 보여주는 인물이, 풍광이, 그 앵글 속 장면이 너무나 선명하게 박히기에 전혀 어렵지 않다. 각자가 무엇을 느끼든 다 정답이다. 계급을, 노동을, 윤리와 인격의 문제를 사랑으로 녹여낸 이창동 감독의 연출이 너무나 놀랍다.
영화 속 등장하는 보름달과 달무리는 영화 '밀양'의 햇빛과 그늘을 떠올리게 만든다. 함께 보름달을 보며 꿈꾸는 미래도, 달무리 이후의 비를 걱정하는 내일도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다. 서로의 기댈 곳이 되어주고, 함께 비를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164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그리고 극장을 나설 때, 가슴에 뭔가 하나가 남는다.
9월 23일 극장 개봉. 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