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이 개봉 전 인터뷰에서 밝힌 제작 의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허진호 감독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하나의 결론으로 규정하기보다, 당시 기록과 남아 있는 의문을 따라가며 여러 가능성을 영화적으로 질문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영화다. 개봉 이후 극 중 일부 설정을 두고 정치권과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논쟁의 중심에 섰다.
허 감독은 이 작품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자신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당시 사건을 직접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변에서 전 국민이 슬퍼했던 일이고, 누나들도 굉장히 슬퍼했다. 저는 잘 몰랐지만 큰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어린 시절 큰 슬픔으로 남았던 사건을 영화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역사적 실화를 다루는 만큼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였다고 했다.
허 감독은 "처음부터 예민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며 "이 영화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거나 결론을 내리는 방식으로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본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도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우연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시선을 놓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이 영화를 왜 만들려고 할까,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할까, 어떤 시선으로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었다. 실제 피해자들도 있기 때문"이라며 실존 사건을 다루는 데 따른 부담과 고민을 털어놨다.
자료 조사 역시 폭넓게 진행했다. 허 감독은 주요 방송사의 관련 다큐멘터리와 1970년대를 다룬 서적, 일본 측 기록과 시선, 당시 수사기록 등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객관적으로 확인된 사실과 그 사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영화적 상상력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어떤 팩트는 있었다. 일본에서도 알고 있었다는 기록처럼 객관적인 사실이 있는 반면, 왜 그랬고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됐는지는 가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딱 이것이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었다. 이런 가능성, 저런 가능성을 계속 쫓아갈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며 "주어진 사실들 사이에서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든 장면들이 많다. 팩트에서 어떤 결론을 내린다기보다 가정적인 대사를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이는 허 감독이 사건 자체를 특정한 결론으로 재구성하기보다, 공식 기록과 그 주변에 남아 있는 의문을 따라가는 미스터리 구조를 택했다는 설명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는 현장 형사와 기자 등 가상의 인물을 통해 사건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저격범 문태광을 그리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허 감독은 해당 인물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보다 끝까지 의문을 남기는 방향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떻게 보면 질문을 안고 들어갔던 캐릭터"라며 "이 인물이 정확히 어떤 사람인지 명확하게 규정하기보다 모호성을 남기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박정민 배우에게 계속 '왜 그랬을까요?', '뭘 했을까요?'라고 질문하면서 함께 만들어간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캐릭터에 명확한 해답을 부여하기보다는 관객 역시 질문을 안고 따라가도록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영화 후반부에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배치한 이유에 대해서도 당시 시대상을 함께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시대, 폭력의 시대에 자기 신념을 지키면서 살았던 이들과 연결한 장면"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암살자(들)'을 둘러싼 평가는 현재도 엇갈리고 있다. 정치권과 일부 단체에서는 영화가 공식 수사 결과와 다른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한다며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제작진은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한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작품을 창작의 산물로만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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