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상호 감독이 어머니가 쓴 이야기에서 출발한 '실낙원'으로 인간의 가장 복잡한 심연을 들여다본다.
12일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실낙원'(감독 연상호)의 언론배급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배현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실낙원'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 류소영(김현주 분)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류선우(배현성 분)가 기적처럼 살아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심리 스릴러.
연상호 감독은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지난해 '얼굴'이 좋은 반응을 얻어서 용기를 얻어 '실낙원'을 찍을 수 있었다"며 "어떻게 보면 좋은 영화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찍은 기억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낙원'은 연상호 감독의 어머니가 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다. 그는 "어머니가 세 편을 쓰셨는데 제가 한 편만 샀다"고 웃으며 "기묘한 정서가 있었고 거기에 끌렸다"고 말했다.
이어 "악한 아들과 어머니의 심리, 그리고 마지막 선택이 인상적이었다. 그 심리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발동했다"며 "그 부분을 좀 더 깊게 탐구해보자는 마음으로 대본 작업에 임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상호 감독은 '실낙원'을 통해 AI 시대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질문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에 인간다움이라고 하는 건 사색이 있는 세상에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AI의 세계에는 사색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괴로움을 비롯한 여러 감정이 생기는데, 그것이 인간다움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에게도 풀리지 않는 사색의 공간이 있고, 그것이 인간의 심연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방식으로 인간을 그려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는 사랑하는 아들을 향한 그리움과 혼란, 두려움 사이에서 흔들리는 엄마 '류소영'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하게 이끈다.
아들을 둘러싸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류소영의 감정을 연기하는 데 대해서는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꽤 많이 받는데, 사실 그런 고민은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미 어느 정도 정보가 주어져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는 그 감정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제가 느낀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에 감정적인 딜레마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관객이 류소영의 감정을 끝까지 따라올 수 있도록 '진정성'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김현주는 "제가 진정성 있게 감정 연기를 해야 관객들도 저를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엇보다 감정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현주는 '실낙원' 속 모자 관계가 일반적인 모자 관계와 다를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그는 "두 사람 사이에 흐른 9년이라는 시간이 서로에게 전혀 다르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영은 AI 속의 아들을 진짜 아들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그때부터 실제 아들은 이미 죽은 사람처럼 여기며 생활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상황에서 9년 만에 실제 아들을 다시 마주했으니, 아들이라기보다는 낯선 남자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첫 영화 주연에 도전한 배현성은 속내를 짐작할 수 없는 눈빛과 낯선 분위기로 극에 서늘한 긴장감을 더한다.
배현성은 선우를 표현하기 위해 대사보다 눈빛과 행동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사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선우를 준비하고 연기하면서 대사를 표현하는 것보다 서늘한 눈빛이나 제가 엄마 근처에 나타날 때마다 엄마가 느끼는 차가운 공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동이나 걸음걸이도 최대한 느리게 하려고 했다.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면서 엄마의 주의를 끌 수 있도록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주와의 감정신에서는 상대의 대사와 눈빛에 집중했다. 배현성은 "선우는 말이 많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선배님과 감정신을 연기할 때 엄마가 하는 말과 눈빛을 잘 읽고 들으면서 리액션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외적인 변화에도 공을 들였다. 그는 "선우가 오랫동안 집 밖에서 생활했을 거라고 생각해서 거친 헤어스타일을 했다. 외부 활동을 많이 하면서 주근깨도 생겼을 것 같아 그런 부분까지 분장으로 표현했다"며 "이런 외적인 요소들이 선우를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현주는 극 중 아들로 호흡을 맞춘 배현성과 실제로도 의도적인 거리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엄마 같았던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고 웃으며 "서로 가까워질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없었다. 한 달 동안 14회차 만에 촬영을 끝냈기 때문에 각자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 중에서도 두 사람이 밀접한 관계는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촬영이 끝난 후에 친해졌다"며 "현성 씨가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촬영할 때는 일부러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상호 감독 역시 두 배우가 촬영 전부터 친밀감을 쌓기보다는 각자의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촬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영화를 찍으면 사전에 배우들과 많이 만나기도 하는데 이번 영화는 배우들을 따로따로 뵀던 것 같다"며 "늘 영화를 찍을 때 하던 고사도 이번에는 지내지 않았다. 어느 날 바로 촬영을 시작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연상호 감독은 작품에 대한 기대를 당부하며 "배현성 배우의 새로운 얼굴과 김현주라는 배우가 가진 연기의 진가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영화라는 매체가 가진 궁극적인 엔터테인먼트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부터 옆에 있는 사람과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실낙원'이 충분히 그런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만들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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