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Starnews Logo

이안, 장애인과 눈보라 뚫고 로키산맥 등정

이안, 장애인과 눈보라 뚫고 로키산맥 등정

발행 :

김원겸 기자

체감온도 영하 35도 헤치고 3일만에 정상 올라 감격의 포옹

사진

가수 이안이 두 장애인과 함께 해발 3870m 로키산맥 등정에 성공했다.


이안은 지난 10일 오후 4시 두 발과 세 손가락이 없는 9살 장애인 김세진군과 전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 선수 한사현씨(38)와 함께 미국 콜로라도 내셔널 파크의 해발 3870m '러브랜드 패스 피크'(Loveland pass peak)에 올랐다. 8일 오전 출발한 이후 3일 만의 등정이었다.


비장애인에겐 높지 않은 산일 수도 있지만 백두산(2744m)보다 1126m나 높은 곳을, 체감온도 영하 35도(현지 방송보도 기준)의 강풍과 시야를 확보하기 힘든 눈보라가 이안과 두 장애인 앞에 맞섰지만 이들은 결국 정상에 올라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안의 로키산맥 등정에 동행한 한 측근에 따르면 이안 일행은 목숨을 걸고 산을 올랐다. 다음은 이안의 소속사 관계자가 들려주는 등반 이야기.


"이 눈보라 속에서 정상도전? 당신들 미쳤어?"


이안과 두 장애인이 러브랜드 패스를 오르려하자 이번 등정의 길 안내를 맡은 미국인 스티브씨가 "이런 날씨에 산을 오른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당신들 정말 미친 것 아닌가?(Are You Crazy?)"라는 말을 수차례 내뱉었다. 스티브씨는 교통사고로 하반신 장애를 입은 장애인으로, 전문등반가이다.


세 사람이 오르려는 곳에는 당시 올 겨울 들어 최고의 적설량을 기록했으며, 인근 덴버지역에는 갑자기 내린 폭설로 공항 이용객 4만 명의 발이 묶였다.


그러나 세 사람은 눈보라에 쓰러지고,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도 결국 러브랜드 패스 피크를 정복했다. 수백 번의 로키산맥 등정기록이 있는 스티브씨도 정상에서는 심한 바람 때문에 심하게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이안은 핸드사이클을 탄 전 휠체어 농구 국가대표 선수 한사현씨를 뒤에서 밀어주고, 뒤따르는 두 발과 세 손가락이 없는 9살 장애아 김세진군을 일으켜 세우며 산을 올랐다.


조그만 자갈 하나도 넘기 힘든 한사현씨의 핸드 사이클의 바퀴가 70cm 깊이의 눈에 빠졌을 때는 너무나 힘들었다. 힘들게 밀어내 지면위로 다시 올려놓으면, 뒤에서 불어닥치는 거센 바람에 김세진군이 밀려 넘어졌다. 이안은 뒤돌아서 그를 일으켜 세웠다. 이안 자신도 입김과 콧물이 순식간에 얼면서 자신의 얼굴에 붙어 생긴 얼음조각들을 떼어내며 산을 올랐다.


이안은 산을 오를 때까지 수많은 위험속에서도 끝까지 도와달란 말은 하지 않던 김세진군이 대견했다. 그러나 김세진군이 정상에 이르러 눈물을 흘리자 이안도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서로 부둥켜 안았다.


이안측은 "탐험 경험이 많은 탐험가조차 히말라야에서 열흘을 보내야 만날 수 있는 악조건을 이번 등정에서는 불과 2~3일 사이에 다 겪은 것 같다"고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을 전했다.


이안 "나는 내가 해야할 일을 알게 됐다"


한동안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던 이안이 김세진군에게 울음을 그치라고 말하자 김군은 "동생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고 싶다"며 또박또박 말했다. 김세진군이 말하는 '동생'들이란 자신과 같은 처지에 처한 세상의 모든 장애 고아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안은 김세진군이 그 '동생'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장애인 철인 3종경기를 꿈꾼다는 말을 들었을때 다시 한번 북받쳤다. 김세진군이 꿈꾸는 자신의 미래의 모습은, 함께 산을 오른 국가대표 휠체어 농구선수였던 한사현씨이며, 김세진군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소외계층을 위해서 '100회 콘서트'를 열고 있는 이안이다.


이안은 "9살짜리 어린 아이가 자기 다리가 없어 의족을 신고 그 살인적인 강풍을 뚫고 이겨냈다. 나는 얼굴에 있는 눈물, 콧물 등 습기가 모두 얼어붙고 부딪치는 얼음조각들이 따가워 고개도 들지 못하고, 눈에 빠진 한사현씨의 핸드 사이클을 밀었는데 어린 세진이가 그 모진 바람을 이겨낸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장애인들이 얼마나 험난한 세상을 이겨내야 하는지가 실감 나 울컥했다. 나는 세진이와 엉겨붙어 울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집 준비에 한창이던 이안은 처음 김세진군으로부터 함께 로키산맥을 오르자는 제안을 받고,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김세진군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다. 세 사람은 그렇게 만나 힘든 산행을 함께 됐다.


이안은 로키산맥 정상에서 김세진군을 부둥켜 안고 울면서 마음 깊이 이 아이와의 또 하나의 약속을 결심했다. 조만간 김세진군의 특별한 '동생'들을 위해 '100회 콘서트'를 열어주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음반작업이 아무리 바빠도 5월 초순에는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목숨을 건 로키산맥 등정이야기는 오는 24일 KBS 2TV '도전 지구탐험대'를 통해 방송된다.


김세진군은

고아원인 '늘사랑 아기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양정숙(38)에 입양됐다. 양정숙씨는 '늘사랑 아기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두 다리와 세 손가락을 잃은 채 피아노 밑에 숨어있던 세진이를 발견했다. 자신도 고교 때 기계체조를 하다가 척추를 다쳐 장애인이 될 뻔했던 양정숙씨는 둘째 아이를 가졌을 때 기형아를 유산한 경험이 있다.


양정숙씨는 세진이를 집에 잠깐 데려왔는데 남편이 꿈속에서 본 애와 똑같다면서 입양하자고 제안해 세진이와 가족이 됐다. 김세진군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모든 장애 입양아를 항상 '동생'이라고 칭한다.


한사현씨는

6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두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졌다. 지난해 아테네 장애인 올림픽 국가대표 출전했으며, 현재는 오토복코리아 사내 농구팀 코치 겸 선수. 세계에 오직 30대 밖에 없는 산악 핸드싸이클(한국에는 없음)로 로키산맥 등정에 도전했다.


스티브씨는

18년전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하반신 마비 장애를 가졌다. 10년 전 핸드사이클로 8개월간 아일랜드와 영국, 파리를 거쳐 러시아를 횡단하고 몽골, 중국, 일본, LA를 통해 미국 대륙을 횡단했다. 현재는 장애인을 지원하는 방송아나운서와 스포츠 강사로 활동 중이다.


주요 기사

    연예-K-POP의 인기 급상승 뉴스

    연예-K-POP의 최신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