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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발 "정통 테크노의 진수 맛보세요"

가재발 "정통 테크노의 진수 맛보세요"

발행 :

김원겸 기자

3집 '사운드십'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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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 음악은 언뜻 들으면 그냥 잡음이고 소음이다.


전기증폭 장치를 통해 증폭된 ‘소음’, 컴퓨터와 신서사이즈를 비롯한 시퀀스, 드럼머신, 샘플러, 미디, 시디믹서 등 여러 첨단 기기들을 통해 만들어진 소리들, 혹은 긁히는 소리, 굴러가는 소리, 부딪히는 소리, 깨지는 소리 등 일상에서 흔히 듣는 생활소음이다.


그러나 이런 소음에 반복적이고 일률적인 사운드와 비트가 더해지면서 리듬이 되고 음악이 된다. 결국 단순한 소리에 생명을 불어넣어 음악으로 탄생시킨 ‘잡음의 예술’이 바로 테크노 음악이다.


혹자는 테크노 음악을 개방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겪는 만성적 스트레스와 초조, 불안감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테크노라 한다. 그러나 때로 테크노의 경쾌한 리듬에 빠져들다 보면 체내에 쌓인 스트레스가 배설되는 카타르시스와 청량감이 느껴진다.


최근 3집 ‘사운드십’을 발표한 국내 테크노 음악의 선두주자 가재발(본명 이진원)은 테크노의 본 고장 유럽에서 먼저 실력을 인정받았다.


유럽서 먼저 인정...유럽 3대 음악차트 2주간 1위


지난해 6월 영국의 유명 음반사 유카텍에서 발표된 가재발의 음악은 유럽 3대 음악 사이트 튠인닷컴(tuneinn.com)에서 발매와 동시에 1위에 올라 2주간 정상을 지켰다.


가재발은 지난 1997년 뉴욕 유학시절, 동양인으로는 드물게 본 조비, 우탱 클랜, 피 디디, 재닛 잭슨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녹음하던 뉴욕 쿼드 레코딩 스튜디오 하우스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이들의 노래에 매료돼 작곡을 시작했고 테크노 프로듀서로 성장했다.


귀국 후 지난 2000년 가재발 1집을 발표하고 가요와 테크노를 접목한 음악을 선보였지만 대중에게 아직 낯선 장르였던 까닭에 크게 두각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2002년 12월 정통 테크노 음악을 담았던 2집은 홍대 클럽가를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 발표한 3집 ‘사운드십’(Soundship)은 소리 자체, 즉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컨셉트로 유럽식 정통 테크노의 진수를 보여주면서도, 팝 요소도 살려냈다. 특히 조pd와 방시혁, 빅마마의 신연아의 목소리와 랩을 담은 곡들도 수록해 어느 정도 대중성도 갖췄다.


“피처링은 나의 음악을 이해해주는 사람과 작업했어요. 조pd와 방시혁도 이번 작업을 통해 실험적인 것에 대한 욕구를 충족했을 거예요.”


그러나 팝 음악은 가수가 노래에 감정을 담아 청자에게 전달하지만, 테크노는 소리만 전달할 뿐 듣는 사람이 ‘소리’에 감정을 느낀다. 가재발이 3집에서 추구한 음악은 유럽과 일본 일렉트로니카의 최신 유행인 IDM(Intelligent Dance Music)으로 춤추기 위한 댄스음악이 아닌 감상용 댄스음악이다.


이미 국내에는 클래지콰이 등으로 인해 일렉트로니카가 친숙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거기에 최근 2집을 발표한 W(웨어 더 스토리 엔즈)도 듣기 편안한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을 선보였지만, 가재발의 테크노는 귀를 좀 기울이고 들어야 참 맛을 느끼는 음악이다.


“내 음악은 가요와 접목했다 하더라도 편안하게 듣는다기보다는 마음먹고 들어야하는 음악입니다. 드라이브할 때나 자기 전에 듣거나 할 때는 어울릴 것 같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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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pd, 빅마마 신연아 등 보컬 참여


가재발의 음악은 차갑고 둥근 소리, 몽글몽글한 몽환적인 소리, 끈적끈적한 밀도 있는 소리로 표현된다.


가재발은 테크노 음악의 시초로 여기는 독일의 슈톡하우젠의 ‘클러스터 기법’에 충실했다. 클러스터 기법은 여러 소리가 합해지면 새로운 소리가 나온다는 것에 착안했다. 끊임없이 화음을 발생시키면 각 소리들이 동시에 합해져서 끈적끈적 꽉 차있는 따뜻한 소리가 나게 된다.


타이틀곡은 ‘사운드십’으로 전형적인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에 힙합에 주로 쓰이는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웅장함을 가미했다. 작곡가 방시혁이 멜로디에 참여했으며, 신예 남민설이 피처링했다.


2번 트랙 ‘박하사탕’은 봄여름가을겨울의 ‘Daddy Wes’ 기타라인을 절묘하게 샘플링해 재해석한 트랙 위에 조pd가 특유의 신랄한 인생풍자 랩이 얹혀졌다. 또다른 수록곡 ‘Someday’와 ‘Sometimes’에서는 빅마마의 신연아가 참여했으며,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라운지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모두 17트랙으로 구성된 가재발 3집은 ‘사운드’ 시리즈 5개곡, ‘앤드(And)’ 시리즈 가 3곡이다. ‘사운드’ 시리즈는 소품적인 성향으로 짧은 곡도 있으며, 소리 그 자체를 말한다. 반면에 ‘앤드’ 시리즈는 완성된 하나의 곡을 지칭한다. 즉 ‘앤드’가 잘 차려진 ‘정찬’이라면 ‘사운드’는 ‘일품요리’인 셈이다.


가재발은 유럽에 이어 일본에서도 조명을 받고 있다. 일본 테크노의 아버지라 불리는 YMO와 일본 최고의 테크노 밴드 덴키그루브, 제2의 오노 요코라 불리는 코페가 가재발을 지지하는 대표적인 아티스트들. YMO는 코페를 보컬로 참여시켜 가재발 3집을 재녹음해 일본에 출시할 계획이며, 덴키그루브는 가재발과 공동 작업한 음반을 조만간 일본 소니뮤직을 통해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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