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벽두부터 파격을 넘은 가사의 노래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래퍼 육공로우(60row)의 아이비 관련 노래와 가수 휘의 자살 소재 곡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기에, 화제와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표현의 자유를 극대화시켰다는 주장과 '단순 화제몰이용' 밖에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파격 가사 곡들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봤다.
▶파격 가사 곡들, 무엇이 있었나
지난 90년대까지 국내 가요계에서 가사 속에 타인의 이름을 직설적으로 넣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힙합이 국내 가요계에서도 인기 장르로 자리를 잡기 시작한 2000년 이후부터는 상황은 급변했다. 힙합의 자유정신은 타인에 대한 직접 비판에도 구애를 받지 않았다.
조PD는 지난 2004년 봄 5집 수록곡 '썩은 ×××2'(변태여우)를 통해 특정 대상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이 곡은 "그녀는 사랑받는 여자, 사랑에 익숙한 여자, 광고 같이 여우 같이 사는 여자. 누가 먹고 먹히는지 바보 같은 놈들. 그녀의 남자 사냥은 100% 성공률. 지난 몇 년 간의 실적을 내가 한번 슬쩍 보여줘? 그래 사랑이 없으니 아무 데나 구르나. 너는 진짜 변태"라는 등의 가사를 담고 있다.
조PD의 '썩은 ×××2'(변태여우)는 당시 모 인기 여성 스타를 소재로 삼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요팬들은 물론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해에는 육공로우가 '스톱 야 뮤직'(Stop Ya Music)을 통해 인기 아이돌그룹인 빅뱅과 동방신기 및 SG워너비 등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들로 인해 한국 음악계가 잘못 흘러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육공로우는 올 해 들어서도 독설을 포기하지 않았다. 여가수 아이비의 열애설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5일 '투 마이 디바'(To My Diva)를 공개, 아이비에 독설과 응원을 동시에 전했다.
'투 마이 디바' 속에는 "무너져버린 내 디바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내 말을 잘 새겨들어, 아이비. 당신의 문제는 이중적 태도. 감성 어린 글들로 동정심이나 공감을 사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렸고. 만나면 돈을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단 없어 보이는 얘긴 하지 마. 양다릴 걸치건 몇 번의 연애를 하건 유혹할 수 있는 포이즌 아이비. 여전히 당신은 한국에서 제일 섹시한 디바. 궁핍한 대중의 공감을 구걸하지 마"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가수 휘는 6일 자살을 소재로 한 디지털싱글 '투나잇(Tonight)'을 선보였다. 이 곡은 타인을 직접 비판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에 따른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자살 소재 곡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와 논란을 동시 양산하기에 충분했다.
▶파격 가사곡, 공감은 없었다!
직설적인 비난과 민감한 소재를 다룬 노래들에 대한 가요팬들의 반응은 과연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회용 관심거리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널리 불려지고 인기를 끈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소위 노래를 부른 가수만의 곡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 가요 관계자는 "직설적인 비판이 담긴 곡들은 보통의 가요들보다 거부감을 줄 확률이 높아, 대중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의견을 폈다.
이어 "이런 류의 곡들에는 욕설 및 비속어도 다수 들어 있어 방송 심의도 통과하지 못하는 게 보통"이라며 "이처럼 대중들에 널리 알려질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도 직설적인 비난의 곡들의 태생적 한계"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파격적인 가사의 곡들은 시기적으로도 특정 인물 및 사건이 화제가 된 뒤 나오게 일반적이어서, '이슈 만들기용'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며 "여기에는 이런 노래들이 일시적으로만 화제를 얻을 뿐, 오랜 기간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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