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집 타이틀곡 '밤의 길목에서'를 히트시키고 다시 돌아오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10년이라는 방황의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김세영은 풍화작용을 다 이겨낸 바위처럼 단단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주위도 많이 둘러봤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앞만 보고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김세영을 만났다.
과거
1997년 1집의 성공 이후 이번 싱글 음반에 다섯 곡을 수록하기 위해 김세영이 걸어온 길은 험했다. 소속사와 계약 문제로 인해 3년 동안 꼼짝도 못한 적도 있었고 80% 가량 진행된 음반을 기획사 내부 문제로 인해 스스로 접어보기도 했다. 이런 악재가 겹치면서 김세영은 그동안 미사리에서 라이브 가수로 출연도 해보고 트로트 가수나 댄스 가수로 전업하지 않겠냐는 제안도 받아봤다.
하지만 한 때 메탈 음악에 심취했던 로커였던 김세영에게 그런 제안은 먼 이야기였다. 타협 없이 한 길을 걸어온 김세영은 10년 방황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음반을 오롯이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음반이 있어 김세영은 지금도 지나간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딸이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제 예전 노래나 작업한 노래를 들려주면 좋아하더라고요. 딸에게 아빠가 음악 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음반을 내보자고 지금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죠."

현재
이렇게 힘들게 다시 대중 앞에 설 기회를 얻은 김세영은 지금 이 순간 자체가 행복하다. 고민했던 순간들도 지나고 나니 추억이 됐고 간혹 무대에 서는 꿈이라도 꿀 때면 마치 진짜 무대에 선 것처럼 설렘과 기분 좋은 긴장감이 깨고 나서도 남아있다.
김세영은 싱글 '지나간..'에 자신의 히트곡 '밤의 길목에서'를 리메이크해서 수록했다. 10년 만에 다시 부른 노래에는 더 담담해진 목소리로 훨씬 마음을 저리게 하는 힘을 담았다.
"1집 발매 당시로 돌아간다면 부르고 싶지 않은 곡이었어요. 데모로 듣는데 느낌이 싫어서 한 달 동안 잠수타기도 했어요. 하지만 술 마시고 다시 들으니 '필'이 오더라고요. 그 땐 부르면서 거의 울면서 불렀어요. 이번엔 그런 감정 다 빼고 담담하게 부르는 대신 슬픔을 속에 깔아놓고 참아가면서 부른 게 차이점이에요."
200여 곡 중에서 고르고 골라 담았다는 이번 음반에 김세영이 갖는 애정은 남다르다. 음반 타이틀과 동명이면서 김세영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는 '지나간..'은 7년 전에 받았던 곡이다. 너무 마음에 들었던 곡이라 "내가 활동하지 않는 동안에도 다른 사람 주지 말라"고 작곡가에게 부탁까지 했다. 타이틀곡 '처음 해 본 이별' 역시 처음 듣는 순간 '헉' 하는 소리를 냈던 곡. 김세영은 "듣는 순간 첫 사랑을 떠올리게 했다"며 타이틀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대에게'는 김세영이 직접 작사한 곡으로 '밝게, 예쁘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노래다.
미래
김세영이 활발히 활동하던 10년 전과 지금의 가요계는 사뭇 다르다. 10년 전에는 댄스 음악이 주류를 이루긴 했지만 다양한 음악이 같이 선보여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지금 가요시장은 주류와 비주류로 양분돼 중간이 없다. 김세영은 이런 상황이 "허전하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가요계에 애정을 갖고 지켜봐왔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다.
이 때문에 최근 황규영, 김준선 등 1990년대 스타들의 귀환을 지켜보는 감회도 김세영에게는 남다르다. 그들 역시 음악을 그만 두지 않고 이어왔기 때문에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배가수들의 복귀가 가뭄의 단비처럼 가요계에 또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면 김세영은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다시 출발선상에 오른 육상선수 같아요. 평생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한 시작점에 선 거죠. 제 음악이 힘든 요즘 위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방송도 좋지만 공연으로 더 가까이서 대중들과 만나고 싶다"는 김세영은 앞으로 라디오 방송과 오는 3월께 공연으로 팬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지난 10년의 세월을 무사히 이겨내고 다시 돌아온 김세영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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