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여성 보컬의 목소리로 시원한 록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4인조 혼성 록그룹 체리필터가 3년 만에 정규 5집 '록스테릭(Rocksteric)'을 발매하며 컴백한 것. '낭만고양이', '오리날다' 등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이들이 최근 들어 아이돌이 득세하는 가요계에서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밴드 음악을 되살릴 카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체리필터 5집의 타이틀곡은 '피아니시모'. '낭만고양이'나 '오리날다'의 경쾌한 록 넘버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느낌의 곡이다. 이에 대해 리더인 정우진은 "저희의 또 다른 색깔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낭만고양이'를 들고 나온다면 대중에게 좀 더 쉽게 어필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번엔 저희가 좋아하는 또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정우진)
정우진의 말대로 대중들에게 체리필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곡은 '낭만고양이'다. 히트곡이 있다는 건 그 가수를 알리기 위해 더없이 좋은 수단이지만 또한 그 인기를 뛰어넘는 또 다른 곡을 갖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체리필터는 오랜 시간 사랑받아 온 자신들의 곡을 꺾어야 한다는 욕심은 없다고 말했다.
"히트곡이 하나 있는데 그걸 뛰어넘고 싶다는 이야길 하는 가수 중에는 자신들이 직접 노래를 만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희는 '낭만고양이', '오리날다' 모두 저희가 만든 노래잖아요. 그걸 뛰어넘고 안 넘고는 저희에게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연윤근)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가수들이 미니 음반이다, 디지털 싱글이다 하면서 세 달이 멀다하고 새로운 음반들을 발매하며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리필터에게 새 음반을 발매하기까지 3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뭘까.
"단기간에 소비성이 강한 음악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어요. CD를 소장하고 모든 노래를 찬찬히 들으면서 음악을 자신의 취미생활로 삼기보다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패셔너블한 액세서리처럼 같이 있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죠. 하지만 밴드들은 전문 작곡가나 작사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의 생각을 충분히 끄집어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다보니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죠."(조유진)

상반기에는 슈퍼주니어, 2PM 등 남자 아이돌들이 인기를 모으더니 하반기로 들어오면서 여자 아이돌들이 대거 데뷔 및 컴백해 아이돌 천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대중에게 생소해지기까지 한 록 밴드로서의 컴백은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였다.
"요즘엔 아무래도 소녀 아이돌이 대세잖아요. TV를 보면 여고생 한 반이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는 다르잖아요. 아이돌도 아니고 더군다나 록밴드. 아이돌에 식상해진 대중들에게 좋은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연윤근)
이처럼 자신감을 갖고 컴백한 체리필터. 최근 수많은 밴드 지망생들이 현실적인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밴드가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런 후배들에게 선배 가수로서 체리필터는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을까.
"음악은 결국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거잖아요. 음악은 또 다른 언어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자신들의 기반을 갖고 우애 있게 팀을 지켜가면서 꾸준하게 가면 언젠가는 빛을 보는 것이 밴드인 것 같아요."(정우진)
늘 그렇듯 다시 돌아온 이들이 대중에게 바라는 점은 단 하나다. 자신들의 노력이 가득 담긴 음악을 자신들만큼 사랑해줬으면 하는 것. 3년이란 세월 동안 끌어안고 있던 노래들을 대중에게 풀어낸 체리필터는 조금은 후련해 보이기도 했다.
"이 음반 내는데 꼬박 3년이 걸렸어요.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꼭 전곡을 한 번씩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손스타) 1만 원 들여서 영화보다 더 재미난 감동을 받을 수 있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어요. 록 음악을 즐겨듣던 분이시라면 꼭 한 번 들어주세요. 음반값 이상의 가치를 할 거에요.(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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