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에 잡히는 CD가 됐든, 형체 없는 mp3가 됐든 음반 재킷은 영원하다.
전성기 시절의 1940~50년대 블루노트 음반이나 비틀스를 앞세운 브리티시 인베이전이 매섭던 60년대 음반까지는 아니더라도, 팬들은 음반재킷을 보며 많은 상상을 한다. 그래서 음반재킷은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이다.
올해도 많은 음반들이 디지털음원으로, 소장형 CD로 나왔다. DJ DOC 정규앨범이나 허각 앨범 같은 다소 '실망스러운' 디자인도 있었지만, 대부분 자신의 음악을 알리려 정성스럽게 치장하고 꾸몄다. 그리고 그중에 몇몇 음반은 귀뿐만 아니라 눈까지 즐겁게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음반 75장을 꼽아봤다.
우선 올해 나온 음반 재킷을 유형별로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다. 올해도 아이돌그룹이 대세였던 탓에 재킷 전면에 그룹 멤버를 전면에 내세운 경우가 많았다.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구성인 셈. 2PM 'Tik Tok' 'Still 2:00 pm' 'Don't Stop Can't Stop', 2AM '죽어도 못보내' '잘못했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실력파 솔로가수, 혹은 그룹에서 솔로 활동하는 경우 '당연히' 얼굴을 클로즈업한 경우가 많았다. 가인 'Step 2/4', 보아 'Hurricane Venus', 지아 'Difference', 조권 '고백하던 날', 이정 '헤어지는 일', 이승기 '정신이 나갔었나봐', 아이유 'Real', 서영은 'With' 등.
가수 이름이나 음반 제목을 눈에 띄게 타이포그래피로 처리한 경우도 제법 있었다. 이 경우는 당연히 가수들의 비주얼보다는 음악성으로 승부를 건 자신감 있는 음반이 대부분이었다. 조PD '랄라랜드', 언터처블 'Who's Hot', 씨야 'TWENTYth Urban', 슈퍼키드 '멋지다 슈퍼키드' 등이 기억할 만하다.
이밖에 귀여운 동화 그림체(체리필터 'WM7', 왁스 'Wax Unplugged Side B. 싸이 '내 눈에는' 'Thank You' 'PSYFIVE'), 복고풍 스타일(윤종신 'Monthly 2010 May', 베란다 프로젝트 'Day Off', 요조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씨엔블루 'Bluetory', 슈프림팀 'Ames Room')도 눈길을 끌었다.

75. 2NE1 '날 따라 해봐요'
74. 명콜드라이브 '고래'
73. 보아 'Hurricane Venus'
72. 비 'Back To The Basic'
71. 언터처블 'Untouchable Mini Album 2nd'
70. 이정 '헤어지는 일'
69. 일락 '눈물이 왈칵'
68. 조pd '랄라랜드'
67. 조권 '고백하던 날'
66. 허밍 어반 스트레오 '파핑파핑 바나나'=1인 밴드가 상업적 CF를 위해 만든 곡이지만 청량감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재킷 디자인 역시 풍선을 든 소녀, 그 소녀가 들고 있는 아이스크림, 그리고 흰 구름 떠 있는 하늘 등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키치적' 분위기가 오히려 산뜻했다.
65. 씨스타 'Push Push'
64. 씨스타 '가식걸'
63. 씨야 '원더우먼'
62. 포맨 'The 3rd Generation'
61. 서영은 'With'
60. 슈퍼주니어 '미인아'
59. 시크릿 'Madonna'

58. 싸이 '내 눈에는'=쿨의 이재훈이 피처링에 참여한 '내 눈에는'은 역시 싸이스러웠다. 누가 봐도 싸이인 주인공 얼굴 눈동자에 요염하게(?) 상반신을 드러낸 여인, 노랫말과도 아주 키치적으로 그리고 역설적으로 잘 어울렸다. '내 눈에는 그대가 천사로 보여, 내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고여, 내 눈에는 모든 게 아름다워요, 내 눈에는 너밖에 안보여'
57. 용감한 형제 'THE CLASSIC'
56. FT아일랜드 'Beautiful Journey'
55. 카라 '점핑'
54. 아이유 'Real'
53. 애프터스쿨 'Bang!'
52. 언터처블 'Untouchable Mini Album 2nd'=그래, 2인조 힙합그룹의 마초성을 표현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 덩치 큰 오토바이에 가죽 재킷, 전체적인 블랙 톤, 그리고 '업신여김' 표정까지. 2009년 나온 미니앨범 1집보다는 200% 좋아졌다.
51. 하이브리파인 'You Can Fly'
50. 원더걸스 '2 Different Tears'
49. 윤종신 'Monthly 2010 September'
48. 이승기 '정신이 나갔었나봐'
47. 조PD '보란듯이'
46. 2NE1 'TO ANYONE'
45. 티아라 'Breaking Heart'
44. 카라 '루팡'=올 초 유행처럼 번졌던 걸그룹들의 '블랙패션'에 방점을 찍은 음반재킷이라 할 만 하다. 카라는 2월 나온 이 음반 속 모습으로 깜찍한 소녀그룹에서 성숙하고 치명적인 매력의 걸그룹으로 확실히 업그레이드됐다.
43. 오렌지 캬라멜 '아잉'
42. 이적 '사랑'
41. 럼블피쉬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일종의 복고에, 일종의 키치적 재미를 준 디자인이 단번에 눈길을 끈다. 노란 비닐종이 위에 흑백 인물사진을 꼴라주한 듯한 대범함과, 그룹이름과 노래제목을 과감히 '벤허' 스타일로 처리한 솔직함이 주 무기. 요즘 최진이의 럼블피쉬 이전 앨범이라 더욱 그립다.
40. 디셈버 'Honesty'
39. 김범수 'Solista Part.1'
38. 길미 'Purple Dream Sound'
37. 길미 'The Bridge Of Love Actually'=확실히 길미는 미료보다 여전사 냄새가 강하다. 'The Bridge Of Love Actually' 음반 수록곡 '사랑은 전쟁이다'에서 아웃사이더와 펼친 후끈한 배틀을 떠올려보시라! 그래서 그런지, 두 장의 음반에 엇비슷하게 등장한 길미의 모습은 공격적인 여성 래퍼, 그 자체다.
36. 화요비 '나같은 여자'
35. 프리스타일 'Ska'
34. 포맨 'You'
33. 포맨 'Sorry'
32. 창민 이현 'Homme'
31. 2AM '잘못했어'
30. 티아라 'vol.2 Temptastic'
29. 태연 '별처럼'
28. 태사비애 '사랑해 저 빛처럼 꺼지지 않게'
27. 탑 'Turn It Up'
26. 현아 '이트라이브 프로젝트 앨범'
25. '추노' OST
24. 왁스 'Wax Unplugged Side B'
23. 일락 '조각입니다'=때는 8월, 한 여름이었고 일락의 디지털 싱글 '조각입니다'는 아주 시원했다. 뉴질랜드 민요를 샘플링한 덕에 처음부터 귀에 쏙 들어오는 매력도 대단했다. 음반재킷 또한 영롱한 빛을 튕겨내는 뜨거운 여름철 백사장의 나른함과 여유로움을 제대로 표현했다.
22. 체리필터 'WM7'
21. 2PM 'DON'T STOP CAN'T STOP'
20. 나르샤 'Narsha'
19. 백지영 'Timeless: The Best'
18. 가인 'Step 2/4'

17. 미쓰에이 'Step Up'
16. 미쓰에이 'Bad Girl Good Girl'=늘씬한 각선미의 여성다리를 뒤에서 잡은 이 도발적 재킷은 미쓰에이의 데뷔를 제대로 알렸다. 특히 먼저 나온 'Bad But Good'은 전체 구도가 이등변 삼각형이라 시각적 강렬함이 더 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이러한 파격적인 재킷 디자인은 이들의 데뷔곡 'Bad Girl Good Girl'의 하늘 높은 줄 몰랐던 인기에 한몫했다.
15. 'Blue Brand Trauma Part2'
14. 윤종신 'Monthly 2010 May'

13. 먼데이키즈 'New Sentimental'=클래식한 분위기의 마이크 3대를 내세운 이들의 재킷은 수록곡 '흩어져'의 뜨거웠던 인기만큼이나 혁신적이었다. 사실 멤버들을 앞세우는 건 각도와 배치, 표정과 클로즈업의 차이이지, 오십보백보 아닌가. 바탕에 그 어느 색깔도 집어넣지 않은 결단에도 한 표!
12. 원투 'Very Good'
11. 요조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10. 에코브릿지 'Fall-Ache'
9. 씨엔블루 'Bluetory'
8. 슈프림팀 영준 '왜'
7. 슈프림팀 'Ames Room'
6. 소녀시대 '훗'
5. 소녀시대 'Oh!'
4. 브라운아이드소울 '비켜줄께/Blowing My Mind'
3. 브라운아이드소울 'Can't Stop Lovin' You'
2. 브라운아이드소울 'Browneyed Soul'=이들이 지난 11월 정규앨범 'Browneyed Soul'을 내기까지 3차례에 걸쳐 낸 싱글음반 재킷에 쏟은 정성은 잘 알려져 있다. 한 남자의 뒷모습을 퍼즐 맞추기처럼 조금씩 감질나게 공개한 재미도 있었지만, 그만큼 재킷 디자인에 대한 이들의 속깊은 애정이 더욱 남달랐다. 더욱이, 요즘처럼 개나 소나 디싱을 내는 추세에서는.

The Winner Is...
베란다 프로젝트 'Day Off'=올 5월 트위터에서는 이런 글이 제법 많았다. "요번 김동률 앨범 죽이지 않냐?" "'Bike Riding' 참 좋대." 5월18일 나온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의 프로젝트 '베란다'의 첫 앨범은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인기를 끌었다. 비록 메이저 음원차트에서 큰 성과는 못 거뒀지만, 1번 트랙 'Bike Riding'이 남긴 잔잔한 서정과 노랫말은 '5월의 발견'이라 할 만 했다.
그리고 음반재킷은 이들이 추구하는 정서를 그대로 대변해준 걸작. 블루노트가 발매한 재즈 피아니스트 호레이스 실버의 'The Tokyo Blues' 재킷처럼, 5월의 신록이 숨죽인 듯 눈부신, 동화같고 현실같은 이미지가 압권이다. 재킷을 꽉 채운 아이돌 사진이나 S라인만이 가득한 여가수 사진이 범람한 2010년, 이런 음반재킷을 탄생시킨 이들에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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