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휴, 사실은 안가고 싶은데 그럴 수도 없고...방송사가 무슨 음반사도 아닌데."
요즘 가요계 인사들, 특히 인기 아이돌그룹과 함께 하고 있는 기획사 관계자들과 만날 때마다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각 회사가 주관하는 한류 합동 콘서트를 해외에서 연이어 가졌다.
SBS는 지난해 11월과 올 6월 일본에서 '서울-도쿄 뮤직페스티벌' 및 '뮤직 오브 하트 2011 파이팅 재팬' 공연을 각각 개최했다. MBC는 올 3월과 5월 태국과 일본에서 각각 한류 콘서트를 열었다. KBS 역시 최근 일본에서 '뮤직뱅크 인 도쿄' 공연을 벌였다. 올 하반기에도 MBC는 호주, SBS는 일본에서 한류 콘서트를 열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인기 아이돌그룹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방송사의 한류 합동 콘서트는 언뜻 보면 방송사와 가수 측이 윈-윈 효과를 거두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
방송사가 해외에 무대를 마련, 가수들에 현지 팬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모습을 국내에도 방영, 시청자들에 색다른 재미도 선사할 수 있는 장점도 지닌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방송사의 한류 합동 콘서트는 여러 면에서 단점을 많이 지니고 있다. 이에 가수들 및 가요 기획사 관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방송사의 한류 합동 콘서트에 참가하는 경우도 잦다.
가요계가 가장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바로 지상파 3사의 한류 합동 콘서트들이 한류의 정상적인 확산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20여년 경력의 한 가요 기획자는 "한류 콘서트는 마치 국내 가요 프로그램을 외국에 그대로 옮겨 놓는 형태로 꾸며지는 경우가 많은데, 단지 1, 2곡으로 어떻게 그 가수(팀)가 갖고 있는 역량을 다 보여 줄 수 있겠는가"라는 주장을 폈다.
또 다른 가요 관계자는 "외국에서 단독 공연을 가질 경우 프로모션부터 무대 위 동선까지, 여러 부분을 미리 치밀하게 파악해도 현지 팬들에 좋은 반응을 얻을까 말까하는데 방송사의 한류 합동 콘서트는 이런 부분에 대한 준비가 많이 부족하다"라며 "해당 가수들에는 방송사의 한류 합동 콘서트 출연이 역효과를 보게 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 방송사의 한류 합동 콘서트가 너무 자주 열리는 것도 문제인데, 이러다가다는 해외 팬들이 비슷한 형식의 한류 합동 콘서트를 보고 K-팝에 빨리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방송사의 한류 합동 콘서트가 특정 가수의 현지 단독 콘서트와 겹칠 때에는 해당 공연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다"라고 평가했다.
수익적인 측면에서도 가수들과 가요 기획사를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방송사에서 주관하는 한류 합동 콘서트를 통해 받는 가수들의 개런티는 현지에서 단독 행사를 벌일 때보다 턱없이 적다는 게 가요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전언이다. 그러면서도 KBS가 진행한 '뮤직뱅크 인 도쿄' 공연은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입장료를 받아 논란이 됐다.
한 가요 관계자는 "초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아닌 경우, 가요 프로그램 출연 등 여러 부분에서 지금도 방송사의 눈치를 볼 때가 많다"라며 "만약 해당 방송사가 주관하는 한류 합동 콘서트 출연 제의를 받고 이를 거부했을 때,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제안을 쉽게 거절할 수 없는 것"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가수들과 가요계 사람들이 한류를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할 때는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던 방송사들이 왜 이제 와서 너도나도 한류 합동 콘서트를 여는 지 그 진짜 배경이 궁금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래저래 방송사의 한류 합동 콘서트는 가수들과 가요 관계자들에 그리 반가운 손님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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