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슈퍼스타K4'에서 밴드 딕펑스(김태현, 김재흥, 김현우, 박가람)는 음악적 기량이 가장 훌륭한 팀 중 하나였다.
당시 톱7에서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슈퍼세이브'(탈락팀을 심사위원 재량으로 1회 구제하는 제도)로 톱6에 진입하더니 결국 로이킴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25일 첫 미니앨범 '비바 프리마베라(VIVA PRIMAVERA)'를 발표한 딕펑스는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때는 밴드가 뭔가 보여줘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며 "지난 시즌에 밴드가 2등을 했으니 이번에는 1등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준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큰 모양이었다.
버스커 버스커, 이하이처럼 선례에 비쳐볼 때 '잘되는 2등'이 더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었다. 베이스 김재흥은 "앨범 작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온갖 병은 다 걸렸었다"며 "마음이 느긋하지 않았던 것만은 사실이다"고 웃었다.
이들의 새 앨범은 지난달 소속사를 결정지은 후 불과 한 달 만에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이 활동을 서두른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멤버 넷이 모두 군 입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톡식과 예리밴드 등 밴드 그룹이 대거 소속돼 있는 TNC컴퍼니에 둥지를 튼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딕펑스만의 색깔을 가장 잘 이해하면서도 가능한 앨범을 빨리 낼 수 있다는 환경이 주효했어요. 올해가 저희에겐 가장 바쁘게 활동해야 되는 해라고 생각해요. 이르면 내년에 군대를 가게 되거든요. 서로 5~6년 넘게 알고 지내온 동갑내기 친구 사이라 최대한 비슷한 시기에 맞춰서 다녀올 계획이에요."(김현우)
딕펑스의 결성은 대학 동기들의 만남에서 비롯됐다. 2007년도 11월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동기인 김현우와 김재흥, 김태현이 먼저 시작했고, 김태현의 고등학교 동창인 박가람이 합류했다.
이들은 기타를 배제한 독특한 록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4인조 밴드를 결성, 홍대 클럽 일대를 중심으로 소규모 공연에 섰다. 몇 년 뒤 인디 레이블에 들어가게 됐고, 그 곳에서 2010년 미니앨범, 2011년 정규 1집을 내기도 했다. 당시 수입도 변변치 못했지만, 평소 밝은 이미지의 딕펑스답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는 눈치였다.
"저희도 뭐 말하면 우울한 일은 수도 없이 많았죠. 관객이 한 명도 없는 데서 공연을 할 때도 있었어요. 돈을 무조건 받고 그런 것도 아니었고, 대부분 공연비는 음료수나 맥주로 줬어요. 클럽 사정이 다 안 좋았거든요.(웃음) 결국 수익이 없어서 아르바이트로 학원 강사도 하고 그랬죠. 그래도 공연을 하고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했어요."(박가람)
마침내 '슈퍼스타K'로 이름이 알려진 후, 처음으로 발표한 새 앨범의 타이틀명은 '비바 프리마베라'. 스페인어로 '청춘이여 빛나라'라는 뜻으로 방송 이후 가장 전성기를 지내고 있는 딕펑스의 삶과 사랑의 이야기이자 미래의 메시지다.
수록곡들은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변화무쌍한 곡들로 채워 넣었다고 했다. 딕펑스 본연의 악기 사운드가 부각된 곡부터 보컬 중심의 멜로디가 인상적인 노래까지 골고루 포함돼 있다. 싱어송라이터 심현보, 예리밴드 한승호가 각각 프로듀싱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전문적인 프로듀서 분들과 작업을 해서 그런지 만족도가 컸어요. 예전엔 저희가 가사 쓰고 그냥 다했는데 확실히 전문가의 손길로 잘 쓰다듬어 주시니까 다르더라고요. 왜 진작 안했을까 생각이 들던데요. 하하."(김재흥)
타이틀곡 'VIVA(비바)청춘'은 딕펑스 만의 밝고 세련된 음악적 색채를 잘 보여주는 팝 록 장르의 곡이다. 사람을 만나러가는 내용의 달달한 가사지만, 그 안에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희망과 응원을 전하는 긍정의 메시지도 함께 담겼다. 딕펑스는 전날 마스터링 작업이 막 끝났다며, 스마트폰에 담아 온 음원을 들려주기도 했다.
"봄에 어울리는 계절송이에요. 심현보씨가 작사, 작곡을 하고, 저희 멤버들이 편곡을 맡았어요. 어느 정도 저희 스타일 테두리 안에서 대중성을 고려해 작업한 노래에요. '즐겁게 하자'라는 우리의 모토처럼 신나고 명랑한 곡이죠."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는 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슈퍼스타K'에 지원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김재흥은 "밴드 음악이 결코 무겁지 않고, 쉽게 즐기는 음악이라는 것을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알려드리고 싶었다"며 "처음엔 '톱 밴드'에 나가려 했다가 예리밴드 (한)승호 형의 조언을 듣고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슈퍼스타K'로 마음을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승호 형이 보기엔 저희 성향이 '슈퍼스타K'랑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나 봐요. 실제 '슈퍼스타K'에 지원하고 나서 주변 분들의 반응은 반반이었어요. '너희가 버스커버스커처럼 될 거 같냐'라는 질타도 있었고, '잘 선택했다' '신의 한수다'라는 칭찬도 있었죠. 결과론적으로 지금은 '슈퍼스타K'에 지원한 것을 매우 만족하고 있죠."(김현우)
'슈퍼스타K' 참여를 결정하는 데에 전 시즌 준 우승팀인 버스커 버스커의 눈부신 활약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슈퍼스타K3'에서 밴드가 무참히 떨어졌다면 다음 시즌 출전을 꺼려했을 것"이라며 "버스커 버스커의 활약을 보며 대중들이 밴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구나라는 확신이 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버스커 버스커와의 직접적인 비교에 대해선 "대중적으로 이미 인정받고 있는 팀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음악적인 색은 다르지만, 똑같이 밴드이고, 준우승을 해서 그런지 자극제가 되기는 한다"라고 말했다.
딕펑스는 마지막으로 이번 음반을 내면서 밴드 음악의 부흥을 꿈꾼다고 했다. 쎄시봉 열풍이 7080음악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듯이 대중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사운드로 밴드의 전성시대를 열고 싶다는 포부다.
"지금은 기반을 다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열심히 활동해서 YB나 크라잉넛, 노브레인 선배님들처럼 대중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후배들한테도 본이 되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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